사람은 어디든 익숙해지기 마련이니까. "목을 매달아 놔도 거기에 익숙해진다."는 아일랜드 속담도 있잖아요.
-빨간 머리 앤-
세종으로 이사 온 지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간다. 나는 경상도에서 태어나 경기도에서 직장인이 되었고 세종에서 중년이 되어가는 중이다. 여러 지역에 살다 보니 각 지역의 장. 단점들을 비교하곤 한다. 환경은 모두 좋았다. 진주는 따뜻하고 맑다. 일산은 사방이 꽃과 나무라 아름다웠고 세종은 깨끗하고 조용해서 좋다. 사람들은 지루하고 갑갑하다고 하지만 소란스러움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만족스럽다.
이곳에 살면서 불만이 있다면 맑은 아침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겨울은 더 그렇다. 출근 시간 마주하는 하늘이 잿빛인 날이 많다. 반갑지 않다. 약을 먹고 잠드는 나에게 찾아오는 두통처럼 말이다. 둘 다 내 의지로 바꾸기는 어렵다. 불면은 평생을 함께 가야 할 친구가 되었고 하늘은 내가 어찌할 방도가 없다. 해가 중천에 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은 파랗고 내 머리는 맑아져 있다.
지금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많은 일들이 처음 경험하는 생소한 것들이다.
이 소란함과 무질서함에 익숙하고 싶지 않다. 어서 빨리 한낮이 오기를 바란다.
회색빛 구름 걷히고 파란 하늘을 기쁨으로 만끽하는 시간, 내 의지로 가능한 맑디 맑은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