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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라미 Jun 28. 2024

뭣이 중헌디

강박에서 해방

아침에 눈을 뜨면 물 한잔 마시고 정신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바로 책상 앞에 앉는다. 글을 쓰기도 하고 읽기도 한다. 노트북을 펼치려니 책상에 공간이 없다.


나는 청결에 강박이 있었다. 베란다 먼지를 손걸레질로 닦아 내 맨발로 다녔고 옷걸이에 옷을 거는 것도 원칙에 따랐다. 아이들 옷에 물이라도 한 방울 튀면 새 옷으로 갈아입혀야 맘이 놓였다. 직장을 다니며 이런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 내 책상과 옷장, 방의 상태를 보니 엉망진창이다. 그나마 로봇이모님과 존경씨의 주말  청소덕에 돼지우리를 겨우 면한 상태다.


병의 시작과 함께 모든 것이 귀찮아졌다. 외식을 거의 하지 않던 내가 배달앱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고 청소와 설거지는 가사 삼대장 이모님들에게 맡긴다. 내 몸뚱이 하나 겨우 청결을 유지하며 산다.


니체는 '습관으로 자리 잡은 청결관념은 모든 악에 대한 결벽함을 형성함으로써 행복한 삶을 위한 요소나 계기를 자연스럽게 곁으로 끌어들인다'라고 다.


의문이 생겼다. 병이 들어 청결함을 잃은 건지 청결함을 잃어 병이 든 건지...

엉망진창이 된 내 주변을 돌아보면 의문 따위를 품을 시간이 없다.


 더러워진 환경에 나 자신을 탓하고 있다. 왜 이렇게 변한 거냐고. 뭐 하고 사는 거냐고. 자책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정리를 시작한다.


주변이 정리되면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커진다는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하... 근데 버릴 것도 닦을 것도 정말 많구나.

존경씨가 절실히 필요한데 밭에 가고 없다. 비 오는 날 하루는 좀 쉬지..

필요할 때는 없다. 개똥도 아니면서.

환장한다.


이 글은 정리를 예찬하거나 강요하기 위해 쓴 글은 아니다. 내 맘이 움직이는대로 무엇이든 하다보면 조금 나이지는 지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내 의지의 표현이다. 정리가 아니어도 좋다. 우리 지금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을 실천해보자.


일단은 대용량 쓰레기 봉지를 사러 나선다.

우울 뒤에 감추어진 명랑한 웃음으로 치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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