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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라미 Jul 05. 2024

이래도 병, 저래도 병

2024. 07. 05

나는 식욕이 통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마른 여자가 되고 싶어 평생을 다이어트와 운동에 목을 멘다. 요 며칠 살을 빼 볼 요량으로 탄수화물 양을 대한 줄이고 단백질과 야채 중심의 식단을 이어갔다.

어제 제주도에서 혼자 유명 음식점을 가기가 민망해 지나는 길에 작게 백반집이라고 쓰인 곳에 들어갔다.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사장님께 혼자 왔는데 식사가 가능하냐고 여쭈자 뷔페식으로 덜어서 먹는거라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사장님은 배추된장국에 두루치기 한 줌을 제공해 주셨고 나머지는 셀프였다. 반찬은 우리가 집에서 흔히 먹는 진짜 백반집 반찬. 멸치, 호박, 김치 등 대 여섯 가지에 계란 프라이가 여러 개 구워져 있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한판을 깨끗이 비웠는데도 모자란 감이 있었다. 이미 계란을 두 개나 먹고 밥도 한 공기 먹어치운 터라 사장님께 2인분을 계산해 달라 하고 다시 2차로 큰 접시 한판을 싹싹 긁어 비웠다. 위가 찢어질 것 같았다. 사장님도 살짝 놀란 눈치였다.


계산을 하려는데 굳이 1인분 값만 받으셔서 너무 죄송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단돈 9,000원.


언제나 탐욕은 문제를 일으킨다. 식욕을 멈추지 못한 죄로 체해서 오늘 병원에 갔다. 원장님과는 거의 10년이 다 된 관계다.

"원장님, 저 살 빠지는 약 좀 주세요."

"무슨, 이미 마른 몸인데요. 하긴 요새 살이 좀 오르긴 하셨네요. 보기 좋아요."

"8킬로가 쪘어요. 저는 식욕 억제가 필요해요."

한참을 고민하시기에 어제 일화를 들려 드렸다. 자주 있는 일이라고.


식욕억제제 2주일치를 처방받아 나왔다.

사람처럼 먹고 싶다. 생각이란 걸 하면서...


마음씨 좋은 사장님이 부자가 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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