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맑은 일요일에 찾아본 홍동마을.
차타고 지나치면야 여느 시골마을이겠지만
천천히 거닐면 이 마을의 독특한 것들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이 동네 마트는 이름이 하나로마트가 아니라
홍동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이고
농부들 얼굴이 보인다거나
할머니들이 세운 반찬협동조합 코너가 있다거나
비닐하우스야 뭐 그러려니 하는데
사실 이 비닐하우스는 '사회적 농업'을 추구하는
행복농장이란 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다거나
그래서 포트에 씨를 뿌려 모종을 내는 작업을 이 책상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
심리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하며 원예농사를 하며 치유를 받는다거나
(날이 좋아 3일만에 이렇게 오종종 컸다는 루꼴라 미니미들)
그래서 이 행복농장 협동조합에서는
사회적 농업에 대한 논의들도 주관해 벌인다거나
여긴 또 젊은협업농장 협동조합이라는 곳에서 하는 비닐하우스라는데,
비닐하우스 사이를 이렇게 제초하지 않고 방제초를 실험해본다거나
길가 텃밭은 또 오누이친환경마을협동조합이라는데가
초등학교와 협력해 마을배움터로 쓰고 있다거나
동네 카페에서는 웬 마을교육공동체 소식지를 나눠주는데
그 안에는 또다른 협동조합 소식들이
또 이렇게 펼쳐진다거나
하니,
협동조합마을 찾아 멀리 스페인까지 갈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동네 또다른 협동조합 일소공도 연구소 황바람 연구원님은
이 동네에 왜이리 협동조합이 많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첫째, 필요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공구하면 싸니까 생협을 만들고,
육아문제 해결하려 공동육아 협동조합 만들고,
마을에서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평민학교같은 교육협동조합 만들고,
노인돌봄이 필요하니 돌봄협동조합 만들고,
심지어 술마실데가 필요해 술집 협동조합을 만든다.
여기 사람들은.
둘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협동조합밖에 없다.
사람들이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고,
같이 모여서 해야되는데 그럴때 유용한 것이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체라는 것이다.
그래서 협동조합이 부지런히 만들어지고,
사라지기도 또 많이 사라진단다. ㅎㅎ
그렇게 사라질때 사라지더라도,
이 마을에 크고작은 협동조합들이 번창하는 이유는 또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건 바로,
이 마을에 협동조합의 문화가 있다.
사람들이 협동조합에 익숙하다.
남이 협동조합한다면 돕는다.
누가 협동조합한다고 출자금을 걷으면 다들 내준단다.
왜냐면 자기도 다음에 그에게 출자금을 걷을것이기 때문에.
이를 사람들은 "서로서로 삥뜯는다"고 표현한다.
서로의 조합원이 되어주는 것,
서로의 출자자가 되어주는것,
가히 협동조합 사회의 두레와 향약이라 할 수 있겠다.
출자금만이 아니라 일이 잘되게 기존에 있던 협동조합들이 협력도 해준다.
예를 들면 저녁마다 여는 교육을 진행하는 평민마을학교, 조직도가 이렇다.
잘 보면 열개가 넘는 기존 조직들이 역할을 담당해주고 있는데,
사무국은 밝맑도서관이 맡고,
공간은 여기저기서 내주고,
농사는 또 여기저기서 지원해주고,
학습은 또 여기저기서 담당해주면서
또 하나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게 동네 사람들이 돈 모아 낸 술집 협동조합,
여기 술 한 잔에는 500원의 기금이 포함되어있는데
이 기금으로 어려운 협동조합들 돕든지 마을 공동기금으로 쓰든지 한단다.
이런 식으로 한명 한명이 엮여진 조직들이
또 조직들끼리 얽히고 설킨다.
출처: 황바람(2017) 농촌 공동체 협업활동의 사회연결망분석. 농촌계획. 23(2):9–17
그래서 이런 협동조합 관계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관계망에서
한 조직은 자기만 생각하는게 아니라 마을 단위로 사고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는다.
농사에 비유하자면
홍동마을은 협동조합 밭 같다.
이미 밭이 있고 사람들이 어떻게 키우는 줄을 아니
또 다른 협동조합의 싹이 트기가 쉽다.
홍동이 협동조합 밭이 될 수 있었던 원인은 뭘까.
처음에 누가 밭을 갈고 씨앗을 뿌렸던걸까 물으면,
사람들은 한 학교를 이야기한다.
1958년 세워진 풀무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여 문구를 공구하느라고 만든 것이 생활협동조합이 되었고,
선생님과 학생들이 같이 돈을 모아 어려울 때 빌릴 공동기금을 모은 것이 신용협동조합이 되었다.
학교에서 시작한 이 두협동조합은 이제 마을의 든든한 두 기둥이 되어
다른 조합들의 기댈 곳이 되어주고 있다.
또 풀무학교 졸업생들이 마을에 남아 협동조합을 적극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풀무학교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협동조합에 관해 많이 알려주기도 하고
만든다고 하면 지원해줬다고,
회계 같은 것도 알려주고 했단다.
우리나라에도 있던 협동조합마을의 배경에는
"위대한 평민"을 길러내겠다는 뜻을 가지고 세워진 풀무학교가 있었던 것.
(현재는 '더불어 사는 평민'으로 바뀌었다)
무언가 풀무학교 등장의 서막이 되어버린 듯한
이번 홍동마을 방문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으로.
왜냐면, 본 것이 여기까지다.ㅎㅎ
나도 더 알아가고 싶은 풀무학교.
혹시 궁금해하실 방문자들을 위해
풀무학교 기사 링크만 남겨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