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어여쁜 조카가
지난 일요일에 결혼식을 올렸다
사부인과 함께 한복과 헤어와 메이크업 등의
혼주 꾸밈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4시간 정도의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그리하여
길고 긴 대기시간에 대충은 들어서 알고 있던 그분의 인생 스토리를 자세히 듣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 두 명을 키우면서
이런저런 인연으로
사정이 어려운 아이들을 보살피게 되었는데
남의 자식을 여섯 명이나 돌보았고
그중에 네 명은
서서히 형편이 나아진 부모에게 보내고
두 명은 장성하도록 키웠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모두 착하게 자라주어
모든 것이 감사하다고 했다
그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긴 대기시간 동안
그녀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한복 착용을 도와주시는 도우미분이
자신도 조카를 10년째 돌보고 있으면서
치매가 진행되고 있는 노모까지 모시고 있는데
주말마다 언짢아하는 동생에게 어머니를 부탁하고
예식장 한복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아직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낼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더 힘들어져서 자기 스스로 마음이 내킬 때까지
인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아들과 조카가
착하게 자라주어 모든 것이 감사하다고 했다
그녀는 독실한 불교 신자였다
나는 아버지의 연이은 실패로
청년 가장을 거쳐
결혼을 하고 아들 하나를 키우다가 도중에
긴 세월 동안 조카를 함께 키우고 엄마를 모셨다
그러면서
남편을 차별하고 나를 무시했던 시댁에
평생을 끝없이 큰 돈을 해드리는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그분들의 대단한 인생 스토리를 듣고 보니
나의 모험기가 조금 시시하게 느껴져서
내 이야기는 제대로 꺼내지도 못하였다
이태석 신부님이나 법륜스님 같은
위대한 분들의 커다란 헌신에 비하면
우리의 봉사는 피크닉이라고
훈훈하게 마무리했으나
나는 그분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느꼈다
그래서 그분들처럼
반복해서 헌신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함께 살면서 그런 헌신의 습이 자연스럽게 물들어
그분들이 인연을 따라 세상을 돌보았듯이
좋은 마음으로 자신을 살펴봐주는 배우자가 남는다
그리고
부모의 반복된 선택을 보고 자라난
반듯하고 착한 자녀가 남고
부모가 세상에 뿌린 사랑의 씨앗이 돌고 돌아
자녀가 받을 행운의 반전이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존경심을 안고
기쁘게 살다가
두려움이나 후회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당연히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국이 있다면
그곳으로 가거나
불교에서 말하는 다음 생이 있다면
귀하게 환생할 것이다
참고로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나는 천국에 가고 싶지도 않고
생물로 태어나고 싶지도 않고
바람이 되어 무심히 날아다니고 싶다
요컨대 그러한 보상들의 공통점은
돈으로는 얻을 수가 없고
반복해서 헌신을 선택하면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긴 세월을 인내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보너스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