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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고령 워홀러 3

왜 워홀인가? 왜 여기 있는가?


이번 또한 무모하다. 외국 생활이 처음은 아니다.

처음 유학을 했을 땐 어렸고, 한국이 아닌 새로운 곳에 간다는 설렘이 가득해 무서움과 두려움 따위 없었다.

말도 안 통했고, 안 통한게 뭐야 영어를 할 줄 모르는 그 야말로 무능력에 스펙과 경력이라곤 전무 했다.

내세울꺼야 아빠 엄마 빽과 그늘 밖엔 더 있었겠냐. 

그 땐 정말 보잘 것 없이 무모했고 그때야 말로 젊음 하나로 모든 것을 이겨 내고 무기였던 때 였다. 


이번에야 말로 정말 무모한 도전이다. 심지어 힘들 걸 알면서 하는 도전.


런던에 떠날 때 난 “절대” 해외에서 일하며 살지 않을꺼다 다시 나와도 학생의 삶으로만 살꺼다 내가 왜 그 나라에 세금을 내야하냐!!(학생은 세금을 안 내니깐) 했는데...

역시 세상에 ��‍♀️ “절대” 라는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거를 뼈져리게 느낀다. 

내 나름 열심히 쌓아 온 스펙과 엄마, 아빠, 가족들이 나에게 쏟은 돈이자 지원해준 덕분에 어디가서 먹고 살 만큼, 빠지지 않을 정도의 레벨이 되었지만...

딱 그 정도에서만 머무니 스스로에게도 답답하고 자꾸 내 스스로 그들에게 더 기대기만 해서 스스로 좀 더 극한으로 치닫게 해야 될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해도 헝그리 정신이 부족한 것 같았다. 


사실 그리고 생각보다 내가 한국에서 나름 잘 적응하고 잘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엄청난 나이에 따른 편견과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 굉장히 스트레스 받고 있는 걸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내 멋대로 하긴했지만 ㅎㅎ 

작년부터 육체적으로 온 번아웃과 질병. 게다가 낫지 않고 계속 아프다보니 심적인 번아웃까지 오며 이래저래 개인적 일상이 무너졌다. 그러면서 예전같지않은 나의 체력과 늙어감에 대한 체감을 제대로 직면했다. 왜 30살이 넘어가면 살려고 운동하는지 알았지 뼈저리게 느꼈다. 


이번에 운이 좋아 워홀 비자도 받게 되고 어떻하다보니 이렇게 또 흘러 오게 되었다. 

슈퍼J이긴 하지만 그래서 플랜 c, d까지 세우지만 결국 안되는 건 안되고 되는 건 되더라. 안되는 건 슬프지만 그 또한 어찌하겠는가 내 갈길이 아닌가가보다하고 훌훌 털어내야지하지만, 그 순간은 한 없이 화나고 슬프긴 한다. 항상 그런건 말이 쉽지 현실은 시궁창 마음이다.ㅎㅎ

이번에도 계획은 많다. 그러나 그게 다 될지도 모르고(이미 안된 것도 많음) 또 어디서 나에게 기회가 올지 모르니 두고 보는 수 밖에..


황무지에서도 싹은 틔어나고 기름진 땅에서도 잘자라는 식물이 썪어나기도 하니. 어떻게 환경 탓만 하겠어. 

그래도 절이 싫으면 중이 떠야하니... 이번엔 내가 졌다. GG ㅎㅎ

절을 한 번 옮겨 보려고, 뭐 또 안되면 다른 절을 찾아보든가 

익숙한 절을 다시 가 익숙해져 보던가 하지 뭐.

일년동안 더블린에서 잘 있어 보겠단 소리를 주절주절 넋두리이다. 


앞으로 일자리를 찾아야하는데.. 벌써부터 힘들다...ㅠㅠ 


#오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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