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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오생 May 31. 2024

사랑 따스함 희망 너는 4월의 하늘

린후이인, <너는 이 세상 4월의 하늘> 낭송 감상

오늘은 다시 중국 현대시 감상이다.


지난번에는 중국 현대시의 선구자인 쉬즈모(徐志摩)<우연 偶然>을 소개해드렸다. 그때 쉬즈모와 린후이인(林徽因)의 기구한 스토리를 알려 드렸는데, 혹시 아직 읽어보지 못하신 분은 <어두운 밤, 바다에서 만나>를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그때 댓글 코너를 통하여 @봄날 작가님께서 린후이인<그대는 이 세상 4월의 하늘입니다 你是人间的四月天>이라는 시를 애송한다며 그 한국어 번역본을 알려주셨다. 소오생이 모르는 시였다. 평소부터 작가님의 가치관과 박학다식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지만, 전공자도 아니신데 중국현대문학에도 이렇게 조예가 깊으실 줄은 생각도 못했다. 소개해주신 시를 뒤늦게나마 열심히 공부해 보았다. 소오생 버전으로 다시 번역하여 여러 작가님들과 함께 감상해보고자 한다. @봄날 작가님께 깊은 경의와 함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너는 이 세상 4월의 하늘>



너는 말이지, 이 세상 4월의 하늘이란다.

웃음소리에 바람 부는 스윗치가 켜지고

빛나는 봄의 아름다움, 경쾌하게 춤을 추네.

我说, 你是人间的四月天;笑响点亮了四面风;轻灵在春的光艳中交舞着变。


너는 4월 아침의 구름 안개.

황혼이 쓰다듬는 바람의 부드러움.

별들은 무심결에 반짝, 빗방울은 꽃잎에 똑똑

그 경쾌함, 그 어여쁨. 너는

싱그러운 꽃의 왕관, 머리에 얹고

너는 천진하고, 장엄하고, 너는 밤마다 보름달.

你是四月早天里的云烟,黄昏吹着风的软,星子在无意中闪,细雨点洒在花前。那轻,那娉婷,你是。鲜妍百花的冠冕你戴着,你是天真,庄严,你是夜夜的月圆。


눈 녹은 후의 연황색. 그게 너란다.

싱싱한 첫 싹의 푸르름. 바로 너란다.

보드라운 이 기쁨, 수면에 찰랑이는 꿈속의 하얀 연꽃

너는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마다 피어나는 꽃.

너는 제비. 들보에서 재잘재잘. —— 너는 사랑, 따스함,

희망, 너는 이 세상 4월의 하늘이란다.

雪化后那片鹅黄, 你像; 新鲜初放芽的绿, 你是; 柔嫩喜悦, 水光浮动着你梦期待中白莲。你是一树一树的花开, 是燕在梁间呢喃, —— 你是爱,是暖,是希望,你是人间的四月天!




이 시는 린후이인이 만 30세에 낳은 사랑스러운 아들 량총지에(梁從誡, 梁从诫)의 귀여운 모습을 바라보며 쓴 작품이다.(1934. 4.) 그러나 작품이란 작가가 아니라 독자들의 것. 작가의 창작 의도를 떠나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요할지 모른다. 중국어에는 존댓말체가 따로 없다. 이번에는 '너'를 '당신'으로 바꿔서 존댓말체로 읽어보자.


(좌) 린후이인과 첫째 딸 량짜이삥(梁再冰).  (우) 린후이인과 두 자녀. 안고 있는 아기가 아들 량총지에다.



당신은 말이죠, 이 세상 4월의 하늘이에요.

웃음소리에 바람 부는 스윗치가 켜지고

빛나는 봄의 아름다움, 경쾌하게 춤을 춘답니다.


당신은 4월 아침의 구름 안개.

황혼이 쓰다듬는 바람의 부드러움.

별들은 무심결에 반짝, 빗방울은 꽃잎에 똑똑

그 경쾌함, 그 어여쁨. 당신은

싱그러운 꽃의 왕관, 머리에 얹고

당신은 천진하고, 장엄하고, 당신은 밤마다 보름달.


눈 녹은 후의 연황색. 그게 당신이죠.

싱싱한 첫 싹의 푸르름. 바로 당신이에요.

보드라운 이 기쁨, 수면에 찰랑이는 꿈속의 하얀 연꽃

당신은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마다 피어나는 꽃.

당신은 제비. 들보에서 재잘재잘. —— 당신은 사랑, 따스함,

희망, 당신은 이 세상 4월의 하늘이에요.


<당신은 이 세상 4월의 하늘> 한국어 낭송 (연인 버전)

<你是人间的四月天> 중국어 낭송

사랑하는 연인의 고백을 들은 것처럼 두근두근 가슴이 설렌다. '당신'이 바로 '나 자신'인 것 같다. 아니, 내가 이 시의 화자가 되어 사랑하는 '당신'에게 고백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아무리 암울하고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더라도 '당신'의 존재만 있다면 희망찬 미래가 펼쳐질 것 같다.


이 작품을 썼을 무렵, 그녀는 어떤 상황 어떤 심리 상태였을까?


그녀의 첫사랑은 소녀 시절 영국에서 만난 쉬즈모(徐志摩). 그러나 쉬즈모는 가문에서 정해준 여성과 이미 결혼한 유부남. 뜨거운 마음을 애써 절제하고 돌아선 그녀는 영국에서 돌아온 후, 유명한 개혁 정치가인 량치차오(, 양계초, 1873 ~1929)의 아들 량쓰청梁思成과 약혼한다.


서둘러 이혼을 감행한 쉬즈모가 그녀를 찾아오지만 이미 상황은 굳어진 상태. 그녀는 쉬즈모와 애정 대신 '문학'을 매개로 우정의 만남을 이어갔다. 량쓰청梁思成과 결혼한 그녀는 미국에서 남편과 함께 건축학과 미술 디자인을 공부한 후 귀국하여 건축학자로서의 길을 걷는다. 그러면서도 쉬즈모 등이 만든 신월사新月社에서의 문학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1924년 타고르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통역 및 기획을 맡았던 린후이인과 쉬즈모(좌우 사진 모두 맨 우측)


운명의 시간은 1931년 11월 19일. 쉬즈모가 린후이인의 건축 강연회에 참가하러 오다가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녀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게다가 그 어떤 부적절한 일도 없었건만, 뒷 담화하기 좋아하는 세상의 비난과 따가운 눈총이 쏟아졌다. 그녀는 어떻게 버텼을까?


청초하게 아름다운 린후이인. 얼핏 보면 무척이나 섬세하고 나약할 것 같은 이미지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 대단히 적극적이고 강인한 여성이었다. 건축학자였던 그녀는 개인의 사적인 아픔을 딛고 새로운 조국의 건설에 앞장섰다. 무엇보다 나날이 침략 야욕을 드러내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에 결연히 맞서 동분서주했다. 이 시는 그런 외유내강의 성격을 지닌 그녀가 자신의 아기와 미래의 후손들에게 바친 시인 것이다.

고대 건축물의 측량을 위해 현장에서 온몸을 던지며 뛰어다니는 건축학자, 린후이인.

산서성山西省 분양汾陽 소상촌小相村 영암사零岩寺. 저 희귀한 모습의 불상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린후이인은 30대 중반부터 폐결핵에 걸려 중병을 앓으면서도 청화대학과 동북대학에 건축학과를 창립하는 등, 새로운 조국 건설에 앞장섰다. 그녀는 52세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사망, 팔보산 혁명열사 능원에 묻혔다.




<너는 이 세상 4월의 하늘>은 귀여운 아기의 미래를 축복하는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의 노래다. 4월은 지났지만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한 브런치의 모든 엄마 작가님들에게 이 시를 선물하고 싶다.


<당신은 이 세상 4월의 하늘>은 불확실한 현실을 살아가는 이 세상 모든 이들의 미래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노래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에 처한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전해주는 따스한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받는 현실 속에서 더욱 큰 울림을 전해준다.


문득 어디선가 루쉰魯迅의 외침 소리가 들려오는 듯.

"아이들을 구하라! 救救孩子!" *

*《광인일기 狂人日記》마지막 문장


< 끝 >




[ 참고 ]


<너는 이 세상 4월의 하늘> (엄마 버전)은 소오생은 엄마가 아닌 지라 감히 도전하지 못했습니다.

여성 작가님이 낭송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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