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아이를 낳을 생각은 아니었다. 서른 살에 비혼 선언을 하고 친구들과 신나게 놀던 중 한 남자랑 연애를 시작했다. 그 연애는 결혼으로 이어졌고 둘이서 3년을 즐겁게 살았다. 퇴근하고 난 밤이면 술잔을 기울이고 주말이면 어디든 떠났다. 함께 사는 것이 즐거웠고 신나는 신혼 시절이었다.
그 시절 결혼생활은 하루하루 행복하고 즐거웠지만, 밥벌이 노동에서는 지쳐가고 있었다. 나에겐 휴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내게는 휴직 사유가 없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육아휴직’. 아기를 낳으면 휴직할 수 있구나.
그때부터 남편과 아기를 낳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지금 둘이서 사는 삶도 너무 재밌고 좋지만 아기를 낳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그게 다였다. 임신도 출산도 육아도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휴직’이 하고 싶어서 아이를 낳기로 마음을 먹었다.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은 적이 없던 나는 임신에 무지했고, 여러 달 시도했지만 소식이 없어 난감했다. 피임만 하지 않으면 바로 아기가 생길 거라는 아주아주 순진한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1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아기가 찾아왔다. 임신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아기를 엄청나게 원하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그 기다림의 끝에 찾아온 아기는 너무 소중했고, 나의 육아휴직은 ‘휴직’을 위함이 아닌 ‘육아’를 위한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