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미 암환우 수기
유방암 진단
샤워 후, 잠을 청하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생리일이 가까워 오면서 매달 그랬듯 가슴이 부푼 게 느껴졌다. 그런데 동그랗고 단단한 것도 같이 만져졌다. “이게 뭐지?”
휴대폰을 열어 검색창에 ‘유방 멍울’을 검색하니 연관 검색어에 ‘유방암’이 떴다.
멍울이 있다고 유방암으로 단정할 수 없으며, 생리가 끝나고 2~3일 후에도 가슴의 멍울이 만져지면 유방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했다. 여전히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는 새끼손톱만 한 딱딱한 것이 만져졌고 주변에서는 얼른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믿고 싶지 않았던 ‘유방암’이었다.
2024년 2월, 그렇게 만 36세에 나는 젊은 유방암 환자가 되었다.
지인 Y의 요양병원 추천
오래전 마지막 직장에서 만난 지인 Y는 갑상선 암을 진단받았었다. Y는 가끔 연락을 먼저 주곤 했는데 요새는 뭐하며 지내냐는 말에 유방암에 걸려 지금은 일을 하지 않는다고 솔직히 밝혔다. Y는 이후 걱정되는 마음에서였는지, 내게 전화하는 빈도수가 높아졌다. 감사한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전화를 받는 게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갈수록 휴대폰에 Y라는 이름이 뜨면 전화를 받을까 말까 주저하게 되는 일이 잦아졌다. 고민하다 수화기를 들었다.
Y는 내게 “집에서 혼자 있지만 말고 요양 병원에 가서 같은 암 환자끼리 정보도 교환하고 그래~ 내가 갑상선암 진단 받고 나서 있었던 요양병원 소개해 줄게. 공기 좋고, 조용하고, 산책길도 있고, 음식도 잘 나와. 충주에 있는데...”Y는 속사포로 계속 말했다.
그냥 듣고만 있다가 “제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요양 병원에 갈 생각을 안 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아프고 나니 이런 제 성격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은 했어요.”라고 말했고 “그래,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자는 게 싫으면 1인실도 있고, 얼른 요양병원에 들어가서 관리받아”라며 통화를 마쳤다.
K 보험사 콜센터
휴대폰 검색창에 ‘요양 병원’을 입력하니 비급여 치료 항목이 많아 실비가 없으면 입원해서 치료받기에는 금액이 부담스럽다는 내용이 많았다.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2008년에 가입한 K 보험 약관을 꺼내 보았다. 처음으로 정독했다. 하얀 종이 색이 누렇게 바랜 게 세월의 흔적을 보였다. 용어는 어려웠지만 설명은 비교적 쉽게 적혀있었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보험 가입 후 처음으로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고 상담사님께 솔직히 말했다. “제가 유방암에 걸려 요양병원에 입원하려고 하는데, 보험에 대해 잘 모르겠어요.” 친절한 상담사님은 쉬운 용어로 나의 궁금한 점을 해소해 주셨다. 보험마다 다르지만 내가 든 보험은 6개월 면책기간이 있고 1년 동안 병원에 입원해서 쓸 수 있는 비용은 5천만 원 한도, 통원 치료는 1회 30만 원, 총 30회가 가능하였다.
그리하여 1년 기준으로 내게 주어진 입원과 통원 치료 비용을 사용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통원 치료는 월 2~3회, 입원은 5~6개월 정도 가능할 것으로 견적이 나왔다. 3월에 수술하고 벌써 5월인데 2달을 날려 먹었으니 이렇게 꾸물거릴 시간이 없었다. 부지런히 요양병원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힐링미 앱
국내에 있는 암 요양병원 검색 기능과 요양병원을 이용한 사람들의 후기를 무료로 볼 수 ‘힐링미 앱’ 이 있다는 것을 유방암 인터넷 환우 모임을 통해 알게 되었다. 요양병원은 무료로 홍보하고 환자들은 이용 후기를 쓰며 운영되고 있는 곳으로 서로가 윈-윈 전략이었다. 힐링미 앱에 등록된 요양병원은 신뢰할 만하다 생각하여 이곳에 등록된 요양병원을 다녀오고자 마음먹었다.
지인 Y가 추천한 충주에 있는 W 요양병원을 검색하니 힐링미에 등록이 되어 있었다. 의료진 소개와 어떤 치료 장비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병실 사진도 보고 식단 사진도 보고 꼼꼼하게 체크하였다. 시설이 거의 호텔급으로 하루빨리 W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요양병원에 대한 친구 J의 반응
내가 유방암임을 알고 있는 절친 J와 전화하면서 내게 생긴 변화를 말했다.
“나 요양병원 가려고”
“요양병원? 왜? 많이 아파?”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몸 회복도 하고 관리 차원에서. 실비 보험이 있는데 1년간 입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정해져 있고 금액을 따져보니 5~6개월 정도 입원할 수 있더라고, 1주일만 한 번 다녀와 보려고”
“아, 말리고 싶다.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는 네가 거기 답답해서 못 있을걸”
“그래서 내가 알아봤지. 원래는 집에서 가까운 요양병원에 입원해서 외출증 끊고 집에 잠깐씩 오려고 했는데 절대 병원 밖으로 나가는 건 안 된다고 하더라고, 난 다리는 멀쩡하니 입원하면 병원 앞 공원이라도 산책하고 싶었는데...그래서 Y 알지? 그분이 충주에 있는 W 요양병원을 다녀오고 좋았다고 추천해 줘서 거기 다음 주에 가려고 예약해 뒀어. 여행한다고 생각하고 가려고. 흐흐흐”
“하... 너 지금 요양병원이 아니라 충주에 가고 싶은 거 아니야? 여튼 해맑아서 좋네.”
“뭘 모르니 저지르고 보는 거겠지”
“그래, 가라~”
“뭐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가지 말라고 하더니”
“생각해 보니 너 혼자 사니 집에서 밥해 먹어야 하는데, 거기 가면 영양가 있는 거로 잘 해줄 테니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있을 건데 갔다 와서 후기 들려줄게”
“그래그래~ 다음에 전화하자”
내가 요양병원에 간다는 말에 J의 반응이 부정적이어서 의외였다.
정말 가면 후회하려나? 그날 오후 늦게 요양병원에선 친절히 예약확인 문자를 주었고 나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요양병원 첫 입원
입원한 지 이틀째, 햇살이 좋아 산책하러 나갔다.
충주 W 요양병원을 소개해 준 지인 Y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점심 드셨어요?”
“응, 먹었어”
“요새 잘 지내고 있지?”
“네, 알려주신 W 요양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고 있어요.”
“정말? 거기 좋지?”
“네, 너무 좋아요. 덕분에 좋은 곳에서 잘 쉬고 있어요, 감사해요.”
“그래그래~ 얼마나 있어?”
“5일이요.”
“에계계, 더 있지”
“요양병원이 처음이다 보니 경험 삼아 짧게 있었어요.”
“그래~ 앞으로도 건강관리 잘하고 또 연락하자”
“감사합니다. Y 님도 건강하세요!”
요양병원은 지레짐작했던 것처럼 나이가 많거나 위중한 환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나처럼 젊은 또래 환자들을 만날 수 있었고 서로 힘이 되어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사회에서 한 발 떨어져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며 내 몸을 최선으로 돌볼 수 있었다.
*'임지영'님의 암 환우 수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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