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의 회식

잡담

by Zero

집게가 나에게 주어졌다. 고기는 두툼하다. 이런 고기는 씹는 맛이 좋다. 하지만 관건은 최대한 뒤적거리지 않고 속까지 맛있게 잘 굽는 것이다. 지방의 비계가 타지 않고 살코기는 갈색 빛깔을 내며 잘 구워지게. 사람이 네 명이니 먹는 속도가 빠를 것이다. 사람들의 젓가락질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제 페이스를 유지하며 다 구워진 고기와 구워지는 고기 사이의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 구워져 입에 가져갈 고기가 없는 상태로 1분을 넘기면 오늘의 고기 굽는 소임은 실패다. 숯불 화력의 세기. 불판의 두께. 고기의 두께. 술 마시는 사람들의 속도. 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치의 빈틈이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고기를 잘 달궈진 불판에 올렸다. 테이블에 자리한 사람들의 시선이 내 손에 집중된다. 정수리로 삭은 땀이 삐질 나고 고기를 조각내기 위해 집게를 집어든 손이 과도한 시선에 덜덜 떨린다. 마음을 궂게 다잡고 가위를 가져다 댄다. 서걱. 가위가 지난 간 살결애 핏기가 조금 남았다. 아차. 이런. 얇은 부위의 색깔 변화에 그만 우를 범하고 말았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르다니. 자칫 업무애 신중하지 못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당황해서는 안된다. 이럴때일수록 냉정함을 유지해야한다. 어떻게든 이 위기 상황을 극복해야한다. 불신으로 나룰 바라보는 대리의 눈빛에 여유가 있다는 느낌의 시선으로 맞 받아친다. 침착하게 집게로 잘린 고기를 집어 덜 익은 단면을 불판에 짓누른다. 지직 소리를 내며 연기가 피어오른다. 드디어 고기가 잘 익었다. 주위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직급을 계산해 가장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고기부터 가지런히 각자의 앞 불판 테두리로 정렬시킨다. 사람들이 술 한 잔을 입에 털어놓고 기운차게 고기를 집기 시작한다. 오! 이 안도의 기분. 고기를 자르는 가위질에 용기가 붙는다. 신입 사원에게 고깃집 회식은 얼마나 고기룰 맛있게 잘 굽느냐가 앞으로의 회사 생활 전반에 큰 명운이 달려있다. 부장님, 과장님, 대리님의 입으로 맛있는 고기 한 잠이 소금에 찍혀 술과 함께 꿀꺽거리는 소리를 내며 목 울 때를 통과할 때 흰 셔츠에 앞치마를 두르고 집게와 가위로 고기를 다루는 나의 업무연장에 꽃이 피고 있음을 느낀다. 숯불의 열기에 얼굴과 손이 뜨겁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개재가 아니다. 나는 신입으로서 오늘 이 불판의 고기 굽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나도 빨리 회사의 연차가 쌓이고 승진해서 신입이 들어오는 날 느긋하게 신입이 구워주는 고기를 먹으며 회사의 회식 시간을 즐기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이 회식의 고기 굽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숯불애 탄 고기기름에 연기가 피어 올라 눈이 맵지만 눈을 비빌 겨를이 없다. 빨리 다음 고기를 블판에 올리고 구워내야한다. 왜 학교 수업에는 이 고기 굽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았단 말인가. 회사 생활에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데. 부디 오늘 이 고기를 잘 굽고 나의 회사 생활에 꽃이 피어나길 고대해 본다. 아! 고기여~~아!! 회식이여~~아!!! 신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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