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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Nov 05. 2023

몸이 허락하는 한

잡담

가끔 TV를 시청하다 보면 한 분야에 통달한 사람들을 보게 돼요. 힘겨운 노력 끝에 비법의 맛을 찾아내 새벽부터 잠 두서너 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 노동현장에서 한 가지 일로 평생을 일해오며 달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 이런저런 육체적인 일로 밥을 발어 먹고사는 많은 사람들. 그들을 보고 있으면 손은 굳은살로 거칠고 허리는 굽었고 다리와 발가락은 마디마디 휘어 볼품없어졌고.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죠. 그런데 제가 그들을 보고 놀라는 것은 그들이 지금까지 그렇게 힘들게 살아오면서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었다는 데 있지 않아요. 그들이 앞으로도 몸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그 일을 하겠다는 데 있죠. 항상 그런 프로그램의 마지막에는 제작진이 언제까지 이 일을 할 거냐고 물어요. 그러면 그 주인공은 하나같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몸이 따라주는 날까지 그 일을 할 거라고 말들 하더라고요. 제 주위에도 그런 사람들이 심심찮게 있고요. 그런데 전 그들의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자신들 일에 자부심을 가지는 건 물론 본받을 만 하지만 인생 팔십이 한순간이잖아요. 그런데 몸이 허락할 때까지 그 일을 하겠다니요. 이 말은 다시 말해 죽는 순간까지 그렇게 힘든 일을 하겠다는 거잖아요. 인생을 즐기지도 못하고. 물론 인생을 즐긴다는 게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제가 늙어 돈이 없어 먹고사는 게 힘들어서 돈을 벌어야 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그렇게 피나는 노력으로 한 분야에서 충분한 성공을 거뒀고 돈도 모을 만큼 모았는데 왜 그렇게 살아요. 좀 쓰면서 삶을 즐겨야지요. 우리가 없는 살림에 돈을 악착같이 모으는 건돈 없을 때 누리지 못한 비참함을 조금이라도 보상받고자, 그 돈에 대한 한 맺힘을 풀어보고자 하는 마음 아닌가요. 그래서 그렇게 잠도 제대로 못 자가며 추위 와 더위를 무릅쓰고 열악한 환경에서 돈을 버는 것이고요. 가족들이랑 여행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다고 소문난 맛집도 찾아다니며 맛난 것도 먹고 하려고 말이에요. 그런데 그 돈을 쌓아 놓기만 하고 평생 일만 하다 죽겠다니요. 전 이해되지 않아요. 물론 그들의 삶을 비난하는 건 아니에요. 그건 각자의 삶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의 문제니 까요. 하지만 우리가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려는 이유는 그 돈으로 좀 더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라는 거죠. 그런데 돈은 쌓아만 놓고 죽을 때까지 일만 하겠다니.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만약 제가 그렇게 성공하고 거기에 따른 부를 만졌으면 전 그렇게 살지 않을 거라는 거죠. 전 지금도 경제력만 받쳐준다면 당장 사표 쓸 거예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여행을 다니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사교모임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렇게 재미있게 살 거예요. TV에 나오는 달인들처럼 성공을 위해 평생 고생해서 살아왔으면서 또 남은 생을 그렇게일만하다 죽겠다고는 하지 않고요. 절대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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