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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Dec 22. 2023

방귀와 달리기의 상관관계 3

잡담

드디어 실험 당일. 우리는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어요. 선생님들의 수업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학교 전체도 뭔가 흥분에 쌓여있는 분위기였죠. 쉬는 시간에 아이들 모두 방귀와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만 했어요. 더러 남학생들은 내기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고요. 저희들의 예상과는 달리 방귀를 뀔 때 속도가 빨라진다에 돈을 거는 아이들이 더 많더라고요. 이렇게 학교 전체가 우리의 실험에 관심리 쏠리자 주최자인 우리의 신경은 온통 방과 후 방귀 달리기의 측정에 가 있었죠. 저는 육상부에게 부탁을 해 육상복을 빌리려 했는데 육상부 주장이 자신의 부가 웃음거리가 되는데 동참할 수 없다며 거절하더라고요. 하지만 옆에서 같이 뛰어 줄 수는 있데요. 빠른 사람이 옆에서 같이 뛰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나요. 그래서 우리는 찬성했어요. 그리고 옷은 하는 수 없이 레슬링부에 부탁을 했죠. 당연히 레슬링부 주장도 처음에는 반대를 했는데 우리의 끈질긴 노력 끝에 결국 두 손을 들더라고요. 우리는 등에 학교 이름이 적힌 가슴이 파이고 팔과 다리가 5부로 노출되어 엉덩이와 그곳이 여실이 도드라져 보이는 빨간색 쫄쫄이 타이즈를 실험대상 친구에게 건네었어요. 친구는 레슬링복을 보더니 기겁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 복장으로는 절대 뛸 수 없다고 극구 우겼죠. 이것만은 안된다고요. 하지만 저희는 일이 이렇게 커졌으니 이왕 할 거 제대로 해보자, 이것만 입고 뛰어주면 성인영화 한 편 더 추가다. 국적이 다른걸로라고 그랬죠. 그랬더니 친구의 눈동자는 남자의 욕망과 놀림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엉킨 마지막 자존감 사이에서 격렬하게 흔들리더라고요. 사실 쫄쫄이 타이즈는 주위의 관심이 커지면서 영화 흥행시키듯 한 번 흥행시켜보고 싶은 욕심이 더 컸던 거예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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