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구보

군대이야기(1994-1998)

by Zero

12월이 되면 1월까지 말 그대로 한 겨울이다. 특히 군에서의 겨울은 그 체감온도가 더 낮다. 부대 위치도 산속에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겨울이 되면 매일 체력단련시간 항상 옷을 벗고 맨살인 알 몸 산악구보로 PT를 시작한다. 거리는 5킬로미터. 그리고 마른 수건으로 땀을 닦고(이를 일명 건포마찰이라 한다) 샤워는 물론 냉수 샤워다. 그리고 계곡물에 얼음을 깨고 들어가 군가 몇 곡을 부르고 나온다. 이는 1월 동계훈련이 끝날 때까지 이루어진다. 사실 운동을 해보면 본 운동 전 웜업이 중요하다. 적당히 몸을 따뜻하게 만든 후 본 운동을 해야 한다. 그래야 부상도 방지하고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부대는 그런 것 아랑곳없이 그렇게 겨울만 되면 딱히 웜업도 없는 칼바람 속에 알몸으로 산을 달려야 한다. 그러니 얼마나 몸에 무리가 많이 갔을 것인가. 체대를 나온 한 동료는 이건 운동이 아니고 막노동 노가다를 하는 거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그 말은 그만큼 우리가 운동학에 무지했다는 말일 것이다. 아무튼 겨울을 추위를 익히고 그것을 이겨내는 강한 정신력을 기르는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운동학적으로 볼 때 딱히 좋은 방법은 아니다. 그냥 군인이었으니까 하는 거지. 지금도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괜찮은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아직도 이러고 있으면 그것도 참 문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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