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엄마

잡담

by Zero

제대하고 나서였다. 자꾸 이상한 꿈이 꾸어졌다. 할머니가 무당이셔서 이러다 무당이 되는 게 아닌가란 두려움에 사로 잡혔다. 매일 아침이면 전날 꿈에 불안을 떨었다. 정신이 서서히 약해져 갔다. 버스정류장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내가 나도 모르게 무당처럼 공수를 내뱉는게 아닌가, 사람들 앞에서 나도 모르게 무당처럼 발작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커져갔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갈 수 없었고 버스를 탈 수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자꾸 일어나지 않는 가상과 싸워야 하니 병은 깊어졌다. 어머니는 나의 그러함을 눈치채고 굿을 한 번해보자고 했다. 나는 가뜩이나 무당이 마뜩잖은데 어머니의 바람이니 그렇게 했다. 굿당에 굿을 하러 갔을 때 무당을 돕는 분이 제물이 부실하다느니 돈이 부실하다느니, 이런 걸로 무슨 굿을 하느냐고 말을 했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그 굿값도 우리 형편으로는 감당하기 버거운 경비였다. 나은 나를 살리기 위해 그 수모를 참아내는 어머니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했다. 지금 같았으면 다 뒤집어 없고 나왔을 텐데. 나는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어머니가 참아낸 수모에 고개가 수그러진다. 어찌어찌해서 내가 지금까지 살고 있지만 내가 지금까지 안겨준 어머니의 고통을 생각하면 그저 할 말이 없다. 오늘은 당직이라 퇴근을 못하는데 지금 집에 계신 어머니가 너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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