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후기]직업으로서의 소설가-무라카미하루키, 양윤옥 옮김
번역서인데 전혀 번역투가 느껴지지 않는다.
두 번을 읽으면서 포스트잇을 다시 붙이는데도 놓치고 싶은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와닿는 문장이 많았다.
나에게 이 순간 이 시기에 맞는 책이다.
쓰는 것을 업으로 삼는 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두 번째 표시된 인덱스의 문장들을 다시 살펴보며 무엇이 나를 움직였는지 복기해본다.
[소설을 쓸 때 문장을 쓴다기보다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에 가까운 감각이 있습니다] 몰입의 단계인 것이다. 매 순간이 몰입일 순 없겠지만, 내가 원하는 순간에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일까. 나의 순간을 이해하고, 이를 만들어가는 것이 주도적인 삶이지 않을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벽에 일어나 큰 컵에 커피를 내리고,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기 그 전이 정말 행복하다고 한다, 샘솟듯이 퐁퐁, 글을 쓴다는 그의 표현의 전 단계는, 행복이다. 내가 편안함이다. 뇌를 열어주는 거다.
소설을 어떻게 쓰느냐인줄 알고 읽었는데
실상 얻는 건, 삶을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 것,
업을 어떻게 이어가느냐의 자세다.
내가 언제 가장 행복한가,
또 어떻게 루틴을 이어갈 것인가.
배울게 많은 책이다.
나와 결이 비슷해서 더욱 애착이 간다.
[나는 소설을 쓴다는 것에 처음부터 그다지 깊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무욕이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할까...같은 맥락으로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매일 조금씩 씁니다'] 조건 없이 무언가를 한다는 건, 진짜 좋아서 하는 거다. 그게 진짜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내 안에 무언가를 마이너스하고, 또 다른 것을 채워넣고, 이 모든 과정이 나에게는 진정한 행복인데, 이걸 일상에서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글을 쓰는 게 즐거웠고 나 자신이 자유롭다는 내추럴한 감각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어떤 충동을 강하게 느꼈을때, 책상 앞에 앉아 무턱대고 글을 쓸 수 있는 마음과 몸. 그리고 용기.
[They produced a sound that was fresh, energetic and unmistakably their own] 작가가 고민한 오리지널리티를 잘 설명한 문장. 에너지와, 유일성이란 요소가 참신했다.
[그렇게 글을 쓸 수 있는 내 나름의 고유한 시스템을 나는 오랜 세월을 들여 마련하고, 내 나름대로 꼼꼼하고 주의 깊게 정비해가며 소중하게 유지 관리해왔습니다] 내 인생의 '시스템'은 무엇인가
[리듬이 흐트러지지 않게, One Day at a time, 다가오는 날들을 하루하루 꾸준히 끌어당겨 자꾸자꾸 뒤로 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작가의 인생 시스템의 원칙, 기다린다. 하지만 참을 성 있게 기다려야 한다.
이 책의 나의 핵심 [충실하고 성실하게 언어화하기 위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과묵한 집중력이며, 좌절하는 일 없는 지속력이며 어떤 포인트까지는 견고하게 제도화된 의식입니다. 아울러 그러한 자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신체력] 그 제도화된 의식이라는 게 시스템이지 않을까 싶다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 없다면, 나 혼자 즐기는 수밖에 없지] 뭐 어때, 이거 하면서 나 혼자라도 즐거웠으니 괜찮아, 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즐겨야 한다. 잃을 게 없다. 어떤 일을 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