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엄 Oct 24. 2024

장례식 봉투를 아버지 생신 때 용돈 봉투로 드렸다고?

봉투 글엔 이유가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경조사 봉투로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내가 아버지 생신 때 식당 앞에 도착했는데  담을 봉투가 없는 거야. 그래서 급하게 차 안을 뒤졌지. 마침 봉투 한 장이 보이는데 한자가 적힌 봉투더라고."

"그래서?"

"아버지께 용돈을 담아 드렸는데 그 봉투가 부의 봉투였어."

"뭐? 장례식에 갈 때 돈 담는 봉투?"

"응"

"부의 봉투에 용돈을 받은 아버지는 어떻게 반응하셨는데?"

"째려보시면서 한 말씀하시더라. 봉투 갖다 버리라고. 니는 뜻도 모르고 그런 봉투를 주냐며 혼을 내시던데."

"식구들한테 많이 뜯겼겠네."

"아이고 말도 마라. 대학도 중문과를 나왔으면서 기본 한자도 모른다고 얼마나 구박을 하시던지.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미안더라고."

"그런데 진짜 부의 봉투인 줄 몰랐어?"

"몰랐어. 오히려 좋아 보이던데. 금색 한자로 두 자가 있어서 좋은 뜻인 줄 알았지"

"부의 봉투는 검은색 글자로 되어 있는데 그건 금색이었어? 어쨌든 대박이다."


평소에도 허당기 넘치는 유쾌한 친구였는데 이런 이야기를 직접 듣게 되다니 흥미로웠. 장례식에 갈 때 쓰는 부의 봉투를 아버지 용돈 봉투로 드렸다는 말에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웃고 떠드는데 이런 일이 친구에게만 있는 일은 아닌 듯했다. 그래서 인터넷에 부의 봉투란 단어를 검색하니 브런치에도 비슷한 사연이 있었다.


브런치에 올라온 글은 20대 청년들이 부모님께 드릴 용돈 봉투로 신박해 보이는 부의 봉투를 선택하려는 걸 막으며 봉투에 적힌 뜻을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직접 전달은 아니었고 그럴 뻔한 이야기였지만 내 친구는 직접 전달한 경우다. 봉투로 1차 선물을 드리고 내용물로 기쁨을 드려야 하는처음부터 아버지 선물로 혈압을 올려드렸다. 보이는 것선물인데 상황에 맞지 않는 봉투를 드렸으니 그날 식당에 모인 가족 분위기는 부의 봉투를 드리는 곳과 다르지 않았다.


문구점에 판매하는 봉투는 A4 봉투, 16절 봉투, 대봉투, 경조사 봉투등 종류가 많은데 경조사 봉투에는 한자로 글자가 쓰여 있다. 경조사에 필요한 글자가 봉투에 인쇄되어 돈만 담아 성의를 표시하면 되는데 예전에 비해 판매가 저조하다. 친구이야기를 듣고 매장에서 경조사 봉투를 찾아보니 축하하는 일에 쓰이는 봉투는 금색으로 된 글자였고 부의는 검은색 글자에 글자였다. 봉투 크기는 지만 글자에 따라 쓰임새달랐으니 장소에 맞게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는 봉투들이었다.


-축고희

고희연을 축하함. 70세 생신을 축하하는 의미


-축수연

환갑잔치, 환갑을 기념하는 잔치에 축하하는 의미


-화혼

신부 측에 결혼을 축하하면서 드리는 봉투


-축결혼

신랑 측에 결혼을 축하하면서 드리는 봉투


-부의

장려식에 갈 때 돈을 담는 봉투



 

그러고 보니 내가 초등학생일 때 장례식 머리핀을 머리에 꽂고 등교한 일이 있었다. 검은색이어도 리본모양이 예뻐 보여 머리장식으로 선택했그날 학교 선생님께서 집에 무슨 일이 있냐며 물으셨다. 내심 장례식에 쓰는 물건임을 알아채고 말하지 못했던  생각나며 집에 와서도 엄마에게 야단맞은 기억이 있다. 나의 경험과 친구 이야기를 들으니 상황에 맞지 않는 물건은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뜻을 모르는 물건일수록 그 사용에 신중해야 하는데 예뻐 보인다는 이유로 잊어버리게 되니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봉투에 쓰인 글자와 뜻을 모른다면 아예 선택하지 말고 기본 봉투에 담아서 드리는 게 최선일 텐데 말이다.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봉투는 경조사 봉투보다 기본 봉투나 예쁜 봉투의 판매율이 더 높다. 특히 축화혼이나 축수연봉투는 언제 판매했는지조차 모르겠다.


시대에 따라 없어지는 물건이 있는데 경조사 봉투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갈 때면 흰색 봉투를 사용한. 굳이 챙겨 가지 않아도 식장 곳곳에 비치되어 있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상황에 어울리는 봉투이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무지로 된 흰색 봉투를 사용예정이지만 글자가 적혀 있는 봉투라면 그 사용에 신중한 생각을 더해야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예전에 무지했던 기억을 소환했다. 그리고 매장에서 판매되는 경조사 봉투로 시대흐름을 느끼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처음보다 멀어졌음을 느낀다.




이전 28화 악귀 눈빛, 호랑이 눈빛, 나애리 눈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