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두 번 조퇴하는 고등학교 3학년 아들. 아침에 등교하면서 내일 조퇴할 것을 미리 조퇴한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모의고사를 보는 날이란다. 세상에 시험을 치는데 조퇴를 하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시대에는 어떨지 몰라도 지금은 시험을 보지 않고 조퇴하는 아이들도 많다며 우기는데 납득하기 어려웠다. 어차피 학교공부와는 거리가 먼 녀석이었으니 '학생님 알아서 하세요'를 외치는 수밖에.
출근해서 일을 하는데 10시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담임선생님이란 번호를 확인한 순간 심장에진동벨이 울렸다. 어제 제출한 선도위원회 학부모 의견서로 문제가 생겼나 싶기도 하고 아이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나라는 걱정도 되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전화를 받자 선생님께서 급하게 말씀하셨다.
"어머니! 태경이가 계단에서 넘어져서 무릎을 다쳤어요. 상처가 깊어서 급하게 병원을, 가야 하는데 어디로 데리고 가면 될까요?"
학교 계단을 내려오다 모서리에 무릎을 부딪히며 찢어진 것이었다. 아들은 일을 하는 나를 생각해 혼자 해결해 보려 했고 보건실에서 봉합을 권하는 선생님의 말씀에 담임선생님께서 병원으로의동행을 준비하고 계신 거였다. 아들 혼자서 병원을 가도 괜찮지 않겠냐는 생각에 담임선생님의 동행을 만류했지만 오히려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셨다.
"어머니! 태경이가 보건실에서 주사가 무섭다고 울었어요."
아이의 눈물에 마음이 약해져 더 그러셨겠다는 생각에 너무 감사하고 죄송했다. 몸집만 컸지 마음은 아직 어린아이인데 일을 한다는 핑계로 가지도 않고 담임선생님의 귀한 시간을 뺏고 있으니 더 그랬다. 병원에서 봉합과 마무리까지 함께 해 주시며 학교에서 다친 것이라 학교안전공제회에 접수하면 된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생각보다 깊은 상처에 다섯 바늘을 꿰매고 며칠간 학교에도 가지 못했다. 매일 병원에 가서 소독하고 오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집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는데 덕분에 나의 아침이 부지런해졌다. 며칠 동안 출근길에 아들을 병원에 데려다주고 치료를 받은 아들은 혼자 택시로 귀가했다. 매일 엉덩이 주사에 상처부위를 소독하고 오는 게 고등학교 3학년의 일상이 된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학교에서 전화가 오면 무서웠다. 또 무슨 일인가 해서 마음을 졸였고 역시나 학교를 가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때 큰아이와 작은아이의 학교호출로 마음을 졸인 일이 있어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이 크면서 나아진 점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져 병원에 따라갈 일이 적다는 것이다. 병원접수에 필요한 인적사항과 엄마의 카드만 쥐어주면 알아서 해주니 몸이 편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오는 담임선생님의 전화는 여전히 공포스럽다. 더해지면 더해지지 없어지질 않을 것 같은 담임선생님의 전화번호는 가슴 떨리는 번호일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보호자가 되어 주시는 선생님께는 감사하지만 전달받는 소식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니 천사로 보였다가 악마로도 보인다.
선도위원회로 색다른 경험을 한지 이틀 만에 작은 아들은 나에게 또 다른 소식을 안겨주었다. 움직임이 불편할 뿐 큰 일은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마음을 졸이게 만드니 팔뚝을 때려 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