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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음식! 너에겐 괴식!

7,8,9일째! 콩그릭은 야채를 먹게 하는 소스다.

by 글쓰엄

적게만 먹으면 쿠키와 음료수로 다이어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심하게 주린 배는 소화가 됐다는 신호와 살이 빠진다는 의미였으니 고통스러워도 참아야 했다. 하지만 다음날 그 이상을 먹어대는 나를 보며 식욕이 의지를 이긴다는 걸 느꼈다.

나는 머리를 많이 쓰니까 과자나 초콜릿을 먹어도 괜찮을 거라 안심했다. 점심에는 야채를 먹었으니 간식을 먹어도 된다라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적게만 먹는 다이어트를 했으니 성과는 없었고 몸은 힘들었다. 피곤한 몸에 당을 넣어 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제자리를 넘어 만성염증의 곁으로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었단 걸 알게 됐다.


예전의 다이어트상식으로 현대를 살았으니 올바른 다이어트에 대해 생각할 수 없었다. 많은 다이어트 상식들을 살펴보며 내가 그동안 먹었던 탄수화물들이 혈당을 높이는 음식이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떨어진 에너지를 당으로 보충해 가며 많은 탄수화물들을 넣어줬으니 내 췌장이 힘들었을 것 같다. 이제는 건강한 식단으로 매 끼니를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급하게 찐 살을 빼는 동안만이라도 혈당을 높이는 음식인 간식을 끊자라고 생각하고 실천했다. 그런데 배부르게 먹어서인지 과자생각도 나지 않았고 습관처럼 먹던 간식시간에도 따뜻한 차 한잔이면 괜찮았다. 살을 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그랬겠지만 활력도 있었다. 당을 넣어 주는 이유가 텐션이 떨어져 일하기 힘든 상태라 먹어줬는데 간식을 먹지 않아도 에너지가 느껴지면서 기분도 좋았다. 당을 넣지 않아도 몸에서 당이 나오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었다. 다이어트한다고 식단조절 하는 것을 아는 동료도

"과장님 핫초코 먹었어요? 왜 이리 텐션이 좋을까요?"

"그러게 말이에요. 자꾸 힘이 넘치네요."


결과적으로도 9일 만에 2kg이 빠졌으니 성공적인 체중감량을 했다.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는 건강한 식단이며 무엇보다도 으깬 병아리콩과 그릭요거트가 나와 잘 맞는 음식이라는 것을 느꼈다. 생크림을 좋아하는 나에게 꾸덕한 그릭 요거트의 식감은 생크림을 먹는 것 같다. 그릭 요거트는 일반 요거트보다 크리미 한 질감이 있고 단백질 함량이 높으며 유당 함량이 낮아서인지 배가 아프지 않았다. 또 장에 좋은 유산균이 많으며 칼슘도 들어 있으니 건강한 음식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씹는 맛이 없어 허전했는데 으깬 병아리콩과 그래놀라를 섞어 먹으니 맛도 있으면서 씹히는 질감 덕분에 너무 괜찮았다.


앞으로도 같은 음식을 계속 먹어야 한다면 주저 없이 으깬 병아리콩과 그릭요거트를 선택할 정도다. 그냥 먹어도 괜찮았지만 야채를 소스처럼 곁들여 먹을 수 있어 좋았다. 그릭요거트에 당이 없어 심심한 맛이 있지만 평소에도 싱겁게 먹는 편이라 나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게 그릭 요거트에 으깬 병아리콩은 야채의 식감이나 향을 즐기게 하는 훌륭한 소스인 것이다.


야채는 생으로 먹기가 부담스러워 찌거나 삶거나 볶았다. 주말에 시간이 있을 때 조리해서 냉장고에 두면 일주일을 먹을 수 있었고 바로 쪄 먹을 수 있게 소분해 두면 편했다. 생각보다 맛있었던 건 볶은 당근이었다. 기름에 살짝 볶은 당근이 이렇게 달고 아삭할 줄이야. 생각보다 맛있었다. 삶은 계란 위에 생크림 얹듯 으깬 병아리콩과 그릭요거트를 올려 먹으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마지막에 먹는 계란은 배가 불러 못 먹을 정도였다. 이렇게 배불러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에게 맞는 식단을 찾고 맛있게 먹어가며 살을 빼고 보니 다이어트는 적게 먹는 게 아니라 건강한 음식을 적당한 시간에 적당량을 먹어야 함을 알았다. 건강하게 살기 위한 음식을 먹으면서 생활습관도 바뀌어야 함은 기본이었다. 지금 나이에 다이어트 상식에 관한 것이라면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안다. 그동안 해 본 다이어트가 한두 번 뿐이겠는가. 하지만 할 때마다 음식을 적게 먹어 힘들었고 운동을 많이 해야 해서 힘들었다.


적지 않은 수술경험과 부정맥을 가진 나는 잘 먹어야 하는 사람이다. 표준에 속하는 체중이어도 몸은 힘들었고 뱃살이 늘어나며 바지가 불편해지는 날들이 많았다. 이러다가 순간을 놓치고 몸무게가 선을 넘게 되는 두려움은 또 아프지 않을까라는 걱정으로 이어졌다. 나는 아파봤기에 또 아프기 싫다. 그런데 영양분이 충분한 음식을 잘 먹으면서 운동도 많이 하지 않고 살이 빠졌다는 점은 놀라웠다. 무엇보다도 배가 들어가면서 바지가 편해졌고 기분도 좋았다. 보이는 부분이 빠진 게 아니라 체지방이 빠지면서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낀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야채를 먹어야 몸속 노폐물도 빠져나간다. 건강한 음식들로 내 장을 청소하려면 매일 먹을 수 있어야 한다. 버섯, 아보카도, 당근, 미역, 계란까지 온갖 종류의 야채들을 으깬 병아리콩과 그릭요거트에 찍어 먹다 보면 괴식이란 소리를 듣는다. 덕분에 내가 권하는 새로운 음식들은 두 아들에게 괴식으로 불린다.

"아들! 이거 먹어봐. 맛있어."

"야! 엄마가 맛있다는 건 맛이 없다는 거야. 먹지 마."

"한 번만 먹어봐. 괜찮아."

"안 먹어요. 괴식이에요. 웩!"


별다른 양념 없이 야채 고유의 것을 먹는다는 것만으로도 이해받지 못하지만 이 소스라면 고기도 찍어 먹을 수 있다. 싱거운 음식을 잘 먹고 야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이제 나는 매일 먹을 수 있는 나만의 소스를 발견했다. 단백질도 풍부하고 식이섬유, 유산균까지 들어 있는 콩그릭(으깬 병아리콩+그릭요거트) 소스로 야채 먹기는 계속될 것이다.



으깬 병아리콩과 그릭요거트는 야채에 찍어 먹는 소스





(7일째 식단)

-아침 : 삶은 계란 1개 + 따뜻한 차

-점심 : 야채 비빔밥

-저녁 : 으깬 병아리콩 + 그릭요거트200g + 쌈무 4알 + 야채찜 + 계란 3알 + 그래놀라 조금(30g 미만)

-취침시간 : 밤 12시(오늘은 토요일)


-아침운동 : 8분 근력운동(아령 들어 올리기 + 다리 들어 올리기)

-저녁에 소파에서 스쿼트 20번 3세트, 다리 들어 올리기 + 집안일





(8일째 식단)/일요일

-아침 : 공복

-점심 : 으깬 병아리콩 + 그릭요거트 + 삶은 계란 2알 + 생미역 + 그래놀라(30g미만)

-저녁 : 후라이드치킨(치팅데이)

-취침시간 : 밤 10시 30분


-아침운동 : 아침공복에 집안일로 바빴음

-점심운동 : 먹고 30분 스텝박스 오르고 내리기

-저녁운동 : 아령운동 20개씩 2세트 + 저녁 먹고 30분 스텝박스 오르고 내리기





(9일째 식단)

-아침 : 삶은 계란 1개 + 따뜻한 차

-점심 : 야채 비빔밥

-저녁 : 으깬 병아리콩 + 그릭요거트200g + 쌈무 4알 + 야채찜(브로콜리, 봄동, 호박, 표고버섯) + 계란 3알

-취침시간 : 밤 10시 30분


-아침운동 : 8분 근력운동

-저녁운동 : 소파에서 스쿼트 20번 3세트 + 다리 들어 올리기 + 집안일






9일간의 생활이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비슷했다. 일을 하는 날에 먹는 양을 줄이면 스트레스를 받기에 점심과 저녁을 충분히 먹었다. 쉬는 날에는 덜 먹으려 노력했지만 먹었을 경우엔 많이 움직여 주었다. 앉아서 책을 보거나 휴일의 당당한 휴식을 위해선 1시간 산책은 필수다. 산책을 다녀오면 소화가 되고 운동도 되니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집안일도 운동으로 생각한다. 나를 괴롭히는 운동이나 다이어트는 힘들기 때문에 나의 체력에 맞게 움직여 주고 싶었다. 움직임 자체가 운동인 것처럼.


빠진 2kg보다 기분 좋았던 건 평생 맛있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발견한 것이다. 내게 맞는 식단을 계속 유지하고 근력운동을 조금씩 늘려 갈 생각이다. 간간히 핫초코나 치킨들을 먹어 주는 치팅데이도 가질 생각이지만 더 큰 목표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제껏 했던 다이어트 중에 최고로 배부른 식단이었다. 심지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잊었다. 점심에 밥양은 줄였지만 야채 듬뿍 비빔밥 한 그릇을 먹었고 저녁에는 배가 부를 정도로 건강한 음식들을 먹었으니 심리적 만족감이 있었다. 이렇게 해도 살이 빠졌다는 경험은 앞으로 내가 먹을 음식들을 생각해 보게 했다. 건강하면서 살이 덜 찌는 식단을 알아가고 싶고 그런 음식들을 먹으며 살아가야겠다. 나의 노력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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