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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Aug 10. 2023

여성징병제의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50만 붕괴 이후 한국군의 미래

제목보고 날 여자들에게 한 맺힌 인셀 극우 안티페미라고 생각할 사람들 있을 것 같은데, 마음대로 생각하시라. 본인이 래디컬 페미니즘을 싫어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대남류의 안티페미니즘에 전혀 동조하지 않았으며 잼미 사건에서 살인마가 된 뻑가를 강하게 욕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신남성연대에 대해서배인규의 행동을 비판하다가 게시글 임시중단 조치까지 받았었다. 이런 내가 이래도 안티페미에 미쳐서 여성을 혐오한 나머지 징병시키려는 몰상식한 인간이라고?


내가 여성들을 징병하는 걸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건 젠더갈등 논리가 아니다. 오히려 난 여성 징병제가 여성 권리 상승에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근대 이후 징병제는 노예제와는 다르다. 중세 때부터 30년 전쟁, 7년 전쟁까지 각 국가들을 농노 혹은 범법자들을 때에 따라 징집시키며 전쟁에 투입했는데 이들은 애국심도 없었고 사기가 낮아서 계속 대형을 갖추며 감시해야 했다. 만약 산개 전술을 편다면  탈영자가 속출할 것이니 말이다. 당연히 전근대 군대에서 병사를 다루는 방식이라 채찍으로 대표되는 가혹한 방식이었고 이 때문에 탈영이 늘어나 전문적으로 잡아오는 사람도 있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중세의 군대는 시민군 대신 귀족 기사와 공민권이 없는 평민들로 이루어졌다. 이는 근대 초입부까지 이어져 1775년 프랑스 전쟁성 장관이었던 생제르맹 백작이 아예 일반 병사들을 인간 쓰레기 혹은 무용지물로 지칭하기에 이르었다. 영국 역시 크롬웰의 공화정 시대 이후 의회와 국민에 대한 불신이 심해졌고 모병제를 통해 비자발적인 방식으로 범법자들로 군대를 구성했다. 귀족 계급 출신 장교들은 일반 병사들을 벌레 보듯이 경멸하였으며 이들에는 유대감은 커녕 공통된 충성 의식조차도 없었다.

그러나 근대에 오면서 프랑스 혁명이 발생하고 절대주의 시대에 형성된 상비군 제도는 근대식 국민 군대로 발전한다. 프랑스군과 프로이센군은 1792년 발미라는 지역에서 맞붙는다. 결과는 유럽 군사강국 프로이센을 꺾은 프랑스군의 승리였다. 프로이센군 병사들은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 이후부터 줄곧 노예처럼 묶여있었기에 사기도 낮았고 이 때문에 장교들도 산개 대형으로 작전을 전개할 수 없었다. 반면 프랑스군은 사기가 높았기에 자유자재로 작전을 전개할 수 있었고 이러한 배경에는 혁명 이후 프랑스군이 근대적인 국민군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혁명의 기반이 된 공화주의 전통은 시민군 제도를 통해 시민들이 덕성을 함양할 수 있는 하나의 장이었고 각국의 군주들도 용병이 아닌 "국민"들로 구성된 자신의 군대를 갖추기 시작하는 방향으로의 군사 개혁을 진행했다. 루소는 직업적 상비군을 자국민을 노예화하기 위한 도구라고 비판하며 모든 국민들은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의무에 의해 국방에 봉사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었고 이를 계기로 주권자로서 국민이 등장해 "국민 국가"를 형성하게 되는 발판을 열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실제로 혁명 이후 1790년 12월 프랑스의 국민방위군에 관한 법령에는 "투표권을 가진 국민으로 구성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그것은 참정권과 국방의 의무가 동일한 형태의 함의이며 행동하는 "국민주권"으로써, 국왕의 절대주의에 대항한다는 의의가 컸다.


프랑스 혁명을 통해 국민개병제(징병제)로 구성된 국민군이 창설된 것의 가장 큰 의의는 생 쥐스트가 말한 승리를 얻는 것은 수와 규율이 아닌 공화주의적 애국 정신이 군대에 뿌리를 내릴 때 가능한 것이라 한 말처럼 결국은 돈 받고 일하는 용병도, 명예를 위해 싸우는 기사도 아닌 조국에 대한 충성심으로 싸우는 공민권을 가진 국민들로 구성된 군대가 앞으로의 전쟁의 향방을 가를 것이란 사실이다. 이는 1848년 혁명을 통해 프랑스 혁명의 민족주의 정신을 받아들인 독일이 1차세계대전에서 루덴도르프 장군 주도로 총력전 체제를 도입하고 "조국 전선"이라는 이름 하에 국민을 총동원 하는 논리로도 활용되었다. 어찌 되었건 국민군이라는 개념을 혁명으로 도입한 프랑스군은 공화력 2년을 기점으로 징병제를 통해 충원된 병사들이 다수를 점하며 단순한 애국주의 정신 확립만을 이뤄낸 것을 넘어 징병을 위해 필요한 체계적인 근대 국가 행정 시스템까지 구축되는 나비효과를 낳았다.

마키아벨리가 적극 주장한 국민군은 로마의 시민군에서 유래한다. 로마의 시민권은 피부색이나 출신지가 아닌 공동체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부여되었고 재산이 없거나 군대에 가지 않으면 시민의 의무를 따르지 않는 것이었다. 특히 병역은 의무를 통해 로마 내 참정권의 획득으로 이어지는 수단이었고 그랬기에 대부분의 로마인들은 돈이 아닌 공동체와 가족에 대한 소속감을 유지하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여 권리를 얻기 위해 전쟁터에 나갔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시민들로 구성된 로마군은 오히려 직업군인인 용병들을 능가하는 사기와 전투력을 보여줬다.


로마군의 제도는 마키아벨리를 통해 <군주론>에서 발전된 형태로 나온다. 이러한 시민군이 발판으로 혁명 이후 프랑스가 전근대 왕조 국가에서 근대 국민 국가로 발전함에 따라 이전 왕조의 군대를 근대적인 국민군으로 재탄생시켰다. 발미 전투의 충격은 독일에도 영향을 줘 군주와 가문에 대한 충성으로 유지되던 국가라는 공동체가 민족이라는 관념으로 무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독일은 1848년 혁명과 1871년 통일을 통해 완전히 근대적인 민족 국가를 완성하였으며 세계 각지에서의 "국민"의 탄생은 20세기까지 이어졌다.


국민에게 부여된 건 크게 권리와 의무가 있다. 권리를 얻기 위해서 의무를 다해야 하는 원리인데 그것 중 하나 국방의 의무다. 실제 역사에서 징병제는 그런 식으로 국방의 의무를 성실하게 하여 참정권을 획득하는 걸로 이어졌다. 가령 일본은 서양의 국민군 제도를 바탕으로 일본군을 창설하였지만 일본인들이 "국민"으로 각성하고 참정권 운동이 전개되는 것은 1894년 청일전쟁이었다. 이 전쟁에서 수많은 이들이 병사로써 참전하거나 납세를 하여 의무를 다하였기에 권리를 달라고 정부에 당당히 주장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것이었으며 1926년에 가서 비록 대상은 남성 뿐이었지만 어쨌든 보통선거법이 제정되었다.


그런 점에서 난 오히려 여성이 징병된다면 권리 향상을 요구하는 것에 있어 더 힘이 실릴 수가 있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징병제는 의무라는 것으로 권리로 확대된 근대 국가 원리의 대표 사례 중 하나였다. 특히 여자들에게 요새 제기되는 비판이 애도 안낳으면서 군대도 안가려 한다는 것인데 어찌보면 여성징병제는 이 무임승차론을 상쇄할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여성징병제가 여성혐오적 정책이 아닌 건 그 PC주의로 유명한 북유럽의 바로 대표적으로 여성징병제를 시행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2016년 노르웨이에서 여성징병제가 실시될 때 압도적으로 찬성했던 세력은 사회주의 정당의 여성 당원들이었으며 권인숙 민주당 의원조차도 교수 시절에 "징병제와 여성 참여"라는 논문을 발표, 여기서 이스라엘군의 여성징병제가 이스라엘군이 남녀 모두 징병되는 것을 이유로 진정한 국민의 군대이고 민족의 상징 내지는 민족의 축소판으로 이스라엘 정부가 주장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형성된 IDF의 이미지는 큰 반발 없이 국내에서 대중화됐다고 주장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954171

<나는 여성 징병제에 찬성한다>의 저자 주하림은 페미니스트로써 그동안 여성들이 억압과 차별에 시달려온 존재들이었다고 얘기하면서 그렇다고 약자라는 이유로 계속 보호받는 입장에 서 있기만을 바라면 결국 스스로 차별 받기를 요구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대한민국 여성들은 남성과 함께 징병됨으로서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지닌다’는 헌법을 충족시키며 완전한 성원권을 얻고, 더 나아가 남성들의 여성혐오와 성 차별로부터 궁극적으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마지막에는 여성 징병제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시민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상징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임을 강조하며 결론 짓고 있다. 따라서 페미니즘의 입장에서도 여성징병제는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2328

(여성신문의 스웨덴 여성징병제 관련 기사. 여성신문의 성향을 감안하면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


페미니즘 성향의 언론인 <여성신문>의 기사조차도 여혐적인 정책이라 평가받는 여성징병제를 실시하는 스웨덴이 세계경제포럼의 ‘2016 세계 성격차지수’(GGI)에서 스웨덴은 전체 144개국 중 4위에 올랐다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여성징병제 시행=여성혐오국이라 볼 수 없다는 논거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스웨덴에서 여성징병에 적극적으로 찬성한 건 우파 정당이 아니라 녹색당을 제외한 좌파 세력이었다. 녹색당의 반대도 여성혐오보다는 지구적 무기해체를 위한 모병제에 포커스에 맞춰져 있다. 가장 적극적이었던 정당은 좌파당으로 아예 그들이 입법의 주도 세력이었다. 권인숙이 제출한 <징병제와 여성 참여>에서는 여성징병법 대표 발의자 구닐라 발렌이 아래와 같이 한 말을 인용한다.


국가방어에서 성별분배가 평등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성희롱이다. 하나의 성이 지배적인 조직에서는 성희롱이 많고, 그 성이 다수집단에 속하지 못할 경우 그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 다른 상황에서도 이는 확인된다. 인구의 적은 수에 속하는 이민자 집단의 경우 차별적 대우를 받기 쉽고 연령 차이가 너무 클 때도 희롱의 위험은 커진다. 국가방어 안에서 성희롱은 큰 문제이다. 모든 정당의 정치적인 의지가 성희롱을 금지하려 하지만 아직도 군대 안에 존재한다. 성희롱을 다루는 교육을 실시하는 명령이 있다. 그러나 교육에 더하여서 조직 안에 동등한 숫자의 여성이 존재해야 한다. 병무청(National service Administration)이나 내가 만난 많은 군인들은 남성만 있는 그룹보다는 여성이 많다면 이런 문제에 대해서 논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라고 했다.


역사적으로도 여군이 존재하지 않던 나라들이 참정권을 비롯해 더 여성의 인권의 발달이 느렸다. 미국은 비록 정부가 참정권을 인정해준 상황에서 몇몇 주가 저항을 했고 미군도 전투병은 허용하지 않았지만 간호병과에 대한 근무를 인정해 15%의 비중을 차지했다. 소련은 사회주의 국가였기에 여성 해방을 공개적으로 선전하는 한편, 의료 같은 비전투병과에 여군들을 활용하거나 심지어 전투병 쪽에서도 투입해 세바스토폴 공방전의 류드밀라 파블리첸코나 여군으로 구성된 '밤의 마녀' 제46근위폭격비행연대 등 오히려 자본주의 국가보다 여군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반면에 독일군은 국방군 내 프로이센 융커 계층의 보수적 가치관 때문에 군무원이나 간호 분야를 제외한 여군이 없었으며 일본군 역시 전쟁 말기에 미군 본토 상륙이 임박하자 그때서야 여자들도 징집해 총알받이용 의용 결사대를 조직했었다. 그리고 이 중 가장 늦게 여성 참정권을 도입한 나라는 추축국이자 독일보다 더욱 더 여군에 부정적이었던 일본이었으며 GHQ가 개입한 후에야 1946년에 인정되었다.

그러나 내가 여성징병제를 찬성...이라기 보단 정치권과 사회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건 국방의 의무의 문제도, 여성 인권 향상이라는 페미니즘의 문제도 아니라 아주 현실적인 문제에 있다. 다들 의외로 심각하게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현재 대한민국 군대는 이대로 가면 붕괴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북한이 고정간첩으로 체제 전복을 시도했기 때문도 아니고 친북 정치인들이 군대를 해체하는 공작을 해서도 아니고 애초부터 70년 전에 보수 세력이 친일파들로 남조선국방경비대를 구성했기 때문도 아니다. 가장 근본적인 대한민국 국군의 현 상황에서의 커다란 난제는 병력 자원의 감소에 있다. 무엇보다 현재 한국의 징집률은 90% 이상으로 이는 대전기 나치 독일이나 일본 제국 이상이다.


그 이유는 저출산 때문인데 이미 사회 전반에 불안한 징조들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게 대학 신입생의 수가 반토막나서 지방대가 무너지고 있는 것도 있고 국민연금 고갈설도 있다. 그 뜻은 곧 병력 자원도 부족해진다는 얘기다. 현역 입영 대상자의 대부분은 대학교 1~2학년의 남학생들이고 점점 대학 입시에 미달율이 높아지는 건 물론이며 입시생의 수에는 현역 고3 외에 재수생, 삼수생, N수생들도 상당한 수가 포함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와 대학 진학률이 극단적으로 높은 한국에서의 대학 신입생의 감소는 곧 군대에 현역으로 쓸 만한 인적자원의 고갈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모병으로 100% 충당하자고 주장하는데 지금의 50만 대군을 유지하는 것은 앞으로 힘든 상황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병제가 매우 이상적인 선택지인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인구 절벽 상황에서 모병제만으로 100% 충당하려면 지금 한국군의 상황에서는 상당히 힘들다. 사병에 대한 인권 및 처우 개선은 2014년 윤일병 사건을 계기로 계속 주기적으로 크게 향상되어 왔고 이는 긍정적으로 볼 만한 요소지만 이에 맞춰서 부사관, 장교들의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그들의 격무와 부담 또한 줄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라 간부 지원률은 하락 중이며 그나마 있던 사람들도 장기 진급 실패로 이탈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모병만으로 군인을 전부 충당하려면 13억 인구에 230만 군인인 중국처럼 인구 대비 필요한 병력이 적어도 상관이 없거나 베네룩스 같은 유럽 중소 국가들처럼 굳이 대규모 군대를 안 가져도 문제가 없는 나라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미군처럼 처우라도 굉장히 좋아야 한다. 그 미군조차도 지원율이 5.4%이며 참고로 한국 ROTC 지원율도 그 정도가 안된다. 당연히 한국 징병제가 X같고 오랫동안 폐쇄적인 공간에서 썩는다는게 엿 같긴 하겠으나 여성징병을 반대할 논거에서 대안으로 '완전한' 모병제를 제시하는 건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적절치 못하다. 

근데 현행 징병제의 유지도 아주 커다란 문제가 있는데 어쨌든 지금 현 상황이 지속되어 저출산으로 인한 군 인적자원이 크게 고갈되어 총 병력이 40만명 이하로 떨어진다면 그때부터는 한국군 자체의 구조개혁이 시급해진다. 한국군은 기본적으로 '작계 5015'를 기본으로 부대를 편성하고 전쟁에 대비하는데 한국군의 작계 특성은 육방부라는 별명처럼 육군과 공군의 지원을 중심으로 화력전을 개시해 북한군 포병을 제거하고 그 후에 전선을 돌파한다는 대강의 유사시 작전을 구상하고 있다. 국방 전문가들과 국방부 측은 이러한 작계를 실현하려면 필요한 병력 수를 상비군 50만, 예비군 150만 이상으로 규정해뒀다.


그런데 병력 수가 50만명 미만이면 유사시 진격에 문제가 생긴다. 첨단무기로 어떻게 공백을 메꾸면 되지 않냐고 하는데 그리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닌게 그 장비를 운용할 인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성능 첨단무기 많아지면서 전쟁의 양상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전쟁의 승리는 목표지점을 사람이 점령해야 끝나는 것이고 미군과 중국군 역시 단순히 장비의 질적인 우세로만 강군의 지위를 유지하는게 아니라 장비의 양이 타국보다 압도적으로 많으며 그걸 운용할 군인들의 수가 많기 때문인 것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군의 전략 자체를 인구절벽을 계기로 변화를 시도해야 하고, 또 그런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작계 5015는 미래에 급격히 수가 줄은 한국군 규모로는 감당을 못하고 그걸 메꾸기 위해 직업군인을 10만 이상 규모로 뽑는 것은 공무원이 썩어넘치고 저성장 고령화가 정착된 현실 인구구조에서 더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런 점에서 차라리 인구 절벽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작계 5015를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대신 KAMD, 킬체인을 강화하고 대북억지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 첨단무기 도입 및 장기 복무가 가능할 전문 인력을 최대한 양성해서 국군 인적자원 감소에 대비하는게 필요하다.

동시에 필요한 것은 여성징병제가 실시된 상황에 맞게 한국군을 최적화시키는 것이다. 가령 여성징병 국가들이 가장 많은 우려를 받았던 점은 성범죄와 전시 상황에서 여군의 PTSD 문제였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과 함께 80만 밖에 안되던 인구 구조적 상황에서도 전투병과에 투입되어 싸웠지만 중동전쟁 과정을 거치며 포로가 될 경우나 군 내부의 성폭행 문제로 비전투병과로 밀려났다. 다만 그러면서도 오늘날 2000년대 이후 현대전 상황에 맞춰 무인기 원격 조종이나 사이버 기술 분야 등에 여군을 투입하고 있다. 난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저지르는 패악질에 대해선 혐오감이 들 정도고 이스라엘군도 마찬가지로 범죄 집단이라 인식하지만 그럼에도 전후에 연합국이 추축국 세력인 독일 국방군의 전술에 큰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악랄한 국가라도 배워야할 점은 배우고 알아야 할 부분은 인지해야 한다,


아무튼 비록 쓰레기짓을 많이 한 군대고 내가 반(反) 시온주의자라지만 이스라엘군의 여군 활용법은 몇 안되는 여성징병 국가이기에 훌륭한 선례이자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대체로 내가 생각하는 건 여군을 비전투병과로 편성하고 그래도 전투병과로 가고 싶은 경우에 한해 카라칼 대대 같은 남녀 혼성부대로 넣으면 된다. 실제로 여성징병제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비전투병과로 편성하는 경우가 다수이고 여군들을 무슨 나치 독일 말기 국민돌격대처럼 무지성 돌격시켜서 총알 받이로 소모하는 국가는 없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2021년 남녀 공동복무제를 제안하며 100일간 기초 훈련을 받는 징모 혼합제를 제안했다. 나는 이에 어느정도 동의한다. 대신 그런 문제의식 기틀을 가지고서 스위스처럼 민병제도를 도입해 18~21주 간의 훈련을 받고 매년 19일씩 6회 소집되어 군복무를 하는게 옳지 않나 싶다. 이는 직업군인이라는 공무원을 함부로 증원하기 힘든 한국의 상황에 맞춰 상비군보단 예비군 중심으로 전환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단 스위스처럼 총기 소유를 하게 하되 탄약은 국가에서 관리하도록 하여 미국과 같은 총기 난사를 방지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래도 탄약이 없을지라도 시민이 총기를 보유한다는 상징성은 미국 총기소지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존 로크가 제시한 폭정에 대한 인민 저항권의 개념에도 부합하는 등 오히려 근현대 국가의 기본인 사회계약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쓸 수 있다.


예비군 중심 체제는 스위스 뿐만 아니라 전술한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상비군은 16~18만 명이고 예비군은 45~46만 명이다. 이스라엘은 상비군 확대로만은 적에 맞설 병력이 부족한 환경인데 실제로 국토 면적과 인구를 고려했을 때 상시 방어가 불가능했다. 왜냐면 청년 인구를 전부 군대에 붙잡고 있으면 경제, 산업 등이 안 굴러가니까. 따라서 대안으로 정예 예비군을 육성해 상비군에 버금가는 숙련도를 갖추고 소집 명령 이전부터 출동 채비를 갖출 역량을 얻는 것에 주력했다.


실제로 이스라엘 예비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1973년 욤키푸르 전쟁이었다. 골란고원에서 시리아군 기갑부대와 분전을 벌이며 고립된 상태에 빠진 이스라엘군은 전투 개시 9시간 만에 동원 부대가 진입한 덕분에 전세가 역전되었는데 여기서 투입된 제146기갑사단은 사전에 전투 지역이 정해진 예비군이 아닌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전략 예비군이었다. 어찌되었건 이러한 사례는 우리 역시 상비군의 규모를 감축하더라도 예비군을 대대적으로 손보면 얼마든지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 사례다.

여성징병제가 시행된 가상의 한국이 배경인 웹툰 '뷰티풀 군바리'

그리고 여성들을 굳이 비전투병과로도 못쓰겠다면 그냥 대체복무를 시킬 수 있는 방안도 있다. 한국의 국방의 의무는 현역 외에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나 사회복무요원, 산업기능요원 같은 보충역들도 존재한다. 당연하겠지만 이른바 '돼공', '멸공','허공', '정공', '시공' 같은 하자가 있어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남자들보다 평범한 여성들이 훨씬 더 건강하다. 이것도 일종의 국방의 의무니까  군대가 남자들의 성범죄 위협 때문에 그들과 같이 일하지 못하겠으면 대체복무라도 하게 해주는게 맞다. 실제로 여성징병제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의 대부분도 여성도 양심적 병역거부 시 대체복무를 허용하거나 군 내 성범죄 문제에 엄격히 대처하는 등의 확실한 면모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뷰티풀 군바리에서 나온 대사인데 현실 병역 문제를 비꼰 의도로 넣은 장면이다

그래도 여성징병을 실시하더라도 남성처럼 90% 징집률을 찍게 할 필요는 없고 결혼을 했거나 임신했을 시에는 병역을 면제해주는게 맞다. 어쩌면 병역자원의 고갈이라는 문제의 원인은 저출산이기 때문에 더 근본적인 저출산을 해결하는데 동참해주는게 곧 국방의 의무 이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자를 애낳는 기계로 취급한다 이런 거는 아니고 어쨌든 이건 현재 병역제도 하에서의 남성 역시 자녀가 있을 시에는 상근 예비역으로 복무하게 해주는 배려가 있으니 너무나도 당연하게 있어야 하는 제도다. 여성 징병이 불가피해지는 상황 또한 어쩌면 한국에서 징집률이 90%에 달해 신체나 정신에 심각한 하자가 있지 않는 이상 무조건 복무하는 실태에서 나온 것이기에 전시 상황이 아닌 이상 이걸 굳이 반복할 이유는 없다.


결과적으로 여성징병제가 불가피하게 되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상황이 오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현재 한국군의 시스템 자체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것이다. 청년 인구 감소로 군 감축 시에 대비해 작계를 수정하면서 전시에도 북한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는 한편, 군 복무 기간 단축 및 코로나 여파로 인한 병사 훈련 부족 문제를 적극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동시에 남조선국방경비대와 군사영어학교 때부터 이어져온 한국의 병역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봐서 35만명 미만으로 추락하는 걸 막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지금 상태에서 여성징병제"만" 갖다 내놓아봤자 사회 갈등만 심해지고 문제는 더 악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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