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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Sep 17. 2023

러시아 해군의 상태, 그리고 문제점 진단

해양 전략이 실패할 수 밖에 없던 러시아

https://youtu.be/ch1oEbU3Wl0?si=ZxJbOFFTrtawI47T

2022년 슬라바급 순양함 모스크바 함이 격침당한 것은  고르쉬코프 제독을 기점으로 증강해오며 오늘날에 이르어온 러시아 해군의 전략이 더 이상 그대로 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사건이었다. 만약 이대로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최악의 경우 러시아 해군의 수상함대는 점점 더 러시아 부근 해안 근처에서만 작전을 수행하는 소규모 수상함을 중심으로 구성된 연안 전력 수준으로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그만큼 오늘날 러시아 해군의 상황은 육군, 공군보다도 심각하다는 얘기다.


일례로 2020년까지 러시아 해군은 군비 확장 프로그램 으로 계획된 호위함의 33%만을 진수했으며 초계함의 경우 2011~2020년 사이에는 20%였다. 게다가 2014년 크림반도 사태로 러시아가 대러제재에 시달리게 되면서 서구 기술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지는 것으로 인해 러시아 내 조선소는 컴퓨터 지원 설계 도구 사용, 대형 조립식 섹션에서 선체 조립과 같은 관행을 사용할 수 없었다. 러시아는 여전히 ​​선체부터 군함을 건조하고 있어 건조 시간과 비용이 매우 높으며 이 때문에 서구 국가에 비해 효율성이 심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러시아 해군에서 고르쉬코프급 같은 최신 군함들은 AESA 레이더와 정교하게 이뤄진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을 군함에 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위협적인 면도 크다. 또 키로프급이나 슬라바급 같은 구식 수상함들도 현대화한다는 말이 있으며 실제로 P-800 미사일 장착을 위한 개조 작업을 하는 중이다. 키로프급 순양함 나히모프는 레이더를 업그레이드하고 셀을 교체할 예정이다. 라이더급 구축함 계획도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포기하진 않은 상태이지만 일단 러시아 해군 쪽에서 라이더보단 고르쉬코프를 더 밀어주는 분위기에 가깝다.

포세이돈 핵어뢰가 탑재 가능한 벨고로드급

잠수함 측면에서도 러시아 해군의 투자는 상당히 적극적인데 2011~2020년을 목표로 하는 군비 확장 프로그램에서 러시아는 최대 24척의 잠수함(원자력 및 재래식 잠수함 모두)을 건조하여 해군에 인도하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보레이급 SSBN은 2022년 말 현재 6척이 운용 중이고 4척이 추가로 건조 중으로 SSBN의 서비스 수명은 일반적으로 20~25년이지만 유지 관리가 없으면 10~15년 정도로 짧을 수도 있는 점을 감안할 때 2030년대까지는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루빈 설계국은 최근 2037년부터 보레이급을 대체할 아크튜러스급 잠수함을 공개했는데 스텔스 탄도미사일 잠수함으로 꼽히는데...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승인이 나진 않았다.


러시아는 2023년 초 기준으로 51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보레이급과 보레이-A급 잠수함은 16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으며 러시아 국영 언론발 정보긴 하나 최신 버전이 더 뛰어난 스텔스 함정이고 향상된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나토 국가들은 최근 몇 년간 집중 투자를 받은 러시아의 잠수 함대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에 점점 더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실정이며 어느 영국군 장성은 러시아 잠수함들이 기존의 전략 핵억지, 통상파괴 임무를 넘어서 서방 세계를 잇는 해저 케이블이나 파이프라인을 파괴하는 하이브리드전을 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할 정도였다.


그 외에도 킬로급 현대화 개조를 하며 칼리브 순항 미사일 탑재 능력을 만들고 야센급은 기존 빅터급, 시에라급, 아쿨라급 같은 노후화된 원잠을 대체할 새로운 SSN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야센급은 세베로드빈스크, 카잔, 노보시비르스크가 운용 중이다. 야센급은 특히나 높은 속력을 자랑하던 구 소련의 방식에서 서방식 방식으로 러시아 SSN 설계 방식이 바뀌었음을 의미하는 잠수함이기도 하다. 더욱이 야센급 후계함으로 허스키급을 개발한다거나 특수전 목적으로 하바로프스크급을 만들거나 포세이돈 핵어뢰를 장착한 벨고로드급 잠수함을 진수하는 등 계속 말하지만 러시아 해군은 수상함은 몰라도 확실히 잠수함 분야에서는 은근 투자를 강하게 하고 있긴 하다. 반면 수상함에서는 신규 건조 사업으로는 그리먀시급 초계함, 이반 로고프급 강습상륙함, 야센급 잠수함, 보레이급 잠수함, 리데르급 구축함 등이 진행되고 있고.

그러나 러시아 해군은 서방 해군은 커녕 구 소련 해군에도 못미치는 매우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첫번째는 모든 함대가 다 분산되어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해군은 발트함대를 시작으로 흑해함대, 북방함대, 태평양함대, 카스피해 전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러시아라는 나라의 영토가 매우 넓기에 사실상 분산 배치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낸 상황이다. 당연히 각 함대 간의 연계성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그 때문에 1905년 러일전쟁 당시 동해해전에서 발틱함대가 일본 해군 연합함대에 대패한 부분도 있다. 그러다 보니 러시아 해군은 전력을 한 곳에 모으는게 아예 불가능한지라 해전이 벌어질 시 각개격파 당하기에 매우 좋은 여건인 것이고 이는 소련 해군의 전략을 만들어냈던 고르쉬코프 제독조차도 극복하지 못한 러시아라는 지역이 갖는 한계였다.


그래서 러시아군이 취한 전략은 북해 부근에서 활동반경을 넓히는 것. 러시아가 수상함 전력은 매우 개판인 상태지만 북해에서 무르만스크 주부터 아이슬란드 근처 해역까지는 잠수함 활동의 본진이고 러시아 공군은 Tu-160을 동원해 이베리아 반도까지 갈 여력이 충분한데 이는 어차피 영국 해군이 수상함 전력에서 10척이 넘는 추가 건조가 진행되면 러시아를 앞설 수 있으니까 차라리 해역의 지배권을 포기하고 대신 나토 해군의 접근을 거부하는 전략을 취한 거다. 하지만 결국은 장악력을 포기한다는 건 러시아 스스로 수상함 현대화 계획이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거라고 본다.


무엇보다 지금 러시아 국방비 지출부터 해군은 꽤 크게 배제당하는 상태이며 그에 따라 추가적인 재정적 제약에 직면한 상태가 되었다. 그러니 더더욱 수상 전투함보다는 잠수함 전력에 의존하는 거고. 현재 러시아는 대규모 최신 수상 전투함 전력을 구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러시아의 잠수함 전력은 여전히 위협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반면 실제 수상 해군 전투력의 경우 사실상 다 퇴역시켜도 전략에는 차질이 없을 정도로 장식물에 불과한 수준으로 순양함 및 구축함 13척은 전부 구 소련 시절에 건조된 유물인 수준이다.


그 뿐인가? 초계기는 거의 30년째 운용하는 수준이며 키로프급의 나히모프 함은 위에서 개수한다고 말은 했지만 10년째 하고 있는 중인 상태다. 그나마 구축함 전력 중 몇 안되는 군함인 우달로이급은 대공 성능이 우리나라의 광개토대왕급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니 말 다했다. 슬라바급은 작년에 1척이 미사일 맞고 골로 가버렸으며 쿠즈네초프도 갑판에서 화재가 나는 등 함선 노후화가 매우 심각한 상태라 차기 항공모함으로 교체하는게 시급한데 예산 및 경제난 문제로 기약이 없이 노인학대로 굴리고 있는 상태다. 러시아 해군 수상함대는 소련 시절의 한계를 보완하기는 커녕 그조차도 접근을 못할 만큼 개판인 처지다.


어쩌면 오늘날 러시아의 해양 전략이 겪는 딜레마는 1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제국이 겪었던 것과 100%까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부분이 있다. 양국 모두 생존 보장을 위해 강박적으로 행동한 것이 전쟁으로 이어졌고 만약 전쟁을 안할 시에는 독일의 경우는 식민지 없으니 빠르게 올라가던 경제 성장이 팍 꺾일 것이고 러시아는 군대 붕괴마저 걱정해야 할 판국인 것이다. 그에 따라 군대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완충지를 확보하여 향후 장기적으로 안전보장을 획득해야 한다는 강박이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는 것의 배경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참고 문헌:


https://rusi.org/explore-our-research/publications/commentary/death-gorshkovs-navy-future-russian-surface-fleet

https://en.m.wikipedia.org/wiki/Future_of_the_Russian_Navy

https://nationalinterest.org/blog/the-buzz/the-russian-navy-powerful-suffers-2-big-fatal-flaws-19657

https://www.newsweek.com/russia-navy-new-nuclear-submarines-borei-yasen-lada-varshavyanka-1808029

https://www.newsweek.com/nato-russia-submarines-nuclear-deterrent-ukraine-arctic-pacific-fleet-kola-peninsula-baltic-1798368

https://www.wsj.com/articles/russian-submarines-test-nato-in-icy-north-atlantic-1159368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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