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슨 Dec 29. 2023

제2의 겨울전쟁이 되어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끝을 앞두고 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

https://youtu.be/pE5Bz5mUqtI?si=VRIA3P4LKDQ22FFi

- 전쟁이 터지고 오랫동안은 우크라이나가 마치 내일이라도 러시아로부터 크림 반도를 탈환하고 돈바스까지 해방할 것이라도 되는 식으로 언론들의 상당수는 보도하고 있었다. 사실상 주류 매체 대부분이 극단적인 "친우" 성향을 보였다는 얘기인데 그러다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지니 그쪽으로 관심이 또 옮겨갔고 그나마 하는 우크라전 보도들도 이제야 밀리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건 뭐, 아랍의 봄 및 시리아 내전 당시부터 "아사드 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민주적이고 온건한 반군" 프레임 잡고 선동질할 때부터 보였던 행태들이라 딱히 어제 오늘 일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언제봐도 참 뭐같은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 본론으로 들어가, 지금 이 시점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쟁 초기에 그렇게나 젤렌스키 찬양 및 "슬라바 우크라이나"를 외쳐댔던 언론들조차도 일부분 인정하는 추세로 변해가고 있다. 이미 아르툐모프스크 전투 전후부터 우크라이나군의 전쟁 수행 능력이 계속 저하되기 시작했다는 조짐은 계속 보여왔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그게 심각한 수준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능력 유지의 문제점은 크게 무기 및 탄약 부족, 병력 손실, 징병을 통한 병력 충원의 한계점 도달, 일선 부대들의 사기 저하, 그리고 서방 세계의 발 빼려는 움직임 등이 있을 것이다.


https://www.bbc.com/news/world-europe-67413025

https://www.bbc.com/news/world-europe-67714719

- 이미 예전부터 간간히 언급되던 문제였던 포탄 부족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서방 언론인 BBC의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군은 포탄 사격을 스스로 제한할 정도의 지경이다. 그 이유는 바로 포탄이 부족하기 때문. 이 문제는 몇달 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탄약을 아껴야 하는 상태가 되었다. 우크라군은 122mm나 152mm 같은 구경은 구 소련제 장비에서도 쓰기 때문에 생산의 기반이 있긴 하지만 문제는 155mm 포탄이다. 현재 우크라군은 155mm 포탄의 전량을 서방의 지원에만 의존하고 있으며 최근 우크라이나 당국은 유럽연합이 제공하기로 약속한 100만 발의 포탄 중 3분의 1 미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말이 사실이면 미 의회의 지원 패키지 프로그램 정체의 악영향이 심한 것.


-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포탄 부족 현상에 대해 서방 세계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데 과연 그들만의 책임일까? 우크라군은 이미 전쟁 이전, 정확히는 돈바스 전쟁 이후부터 군제를 구 소련식에서 나토에 맞게 재편하는 과정에서 다국적 장비를 다 받아다가 아예 백화점 하나를 차려버렸고 당연히 기존 무기 체계와는 호환이 안 되니 군수 체계에 난잡해지는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다 떠나서 서방제 155mm 포탄이라고 해서 같은 나토 국가들끼리 서로 호환이 되지 않는 것에서 보여지듯이 애초에 다국적 장비 백화점 개장 이전부터 그런 문제점이 있을 것이라는 부분은 너무 당연했다. 물론 구 소련제 122mm, 152mm도 재고가 적으면 적었지, 결코 여유로운 상태가 아닌 것도 마찬가지.


https://www.wsj.com/world/ukraines-front-line-troops-are-getting-older-physically-i-cant-handle-this-46d9b2c7

https://www.businessinsider.com/average-age-ukrainian-soldier-43-amid-personnel-problems-2023-11

https://t.me/myLordBebo/17698

- 사실 이건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는데, 어쨌든 그럼에도 짚고 넘어가자면 우크라군의 병력 충원은 점점 한계점에 임박했음이 전선 곳곳에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전쟁 초기까지는 젊은 인구가 많이 전선에 나갔었지만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인구의 상당수가 해외로 유출되어 점차 장기전 수행 역량이 깎여가기 시작한 것이다. 타임지가 보도한 우크라이나 군인의 평균 연령은 43세이며 이는 전쟁 초기인 2022년 3월(우크라이나 군인의 평균 연령이 30~35세)보다 거의 10년 가까이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 점점 병력 충원할 인구가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젤렌스키가 꺼내든 카드는 바로 다름 아닌 "대규모 추가 징집". 근데 한 가지 의문이 있다면 여기서 또 추가 징집하면 대체 누굴 끌고 갈 것이냐는 것이다. 지금 이 상태에서 더 끌고 갈 수 있는 인력이라고 해봐야 냉정히 말해 노인, 청소년, 장애인, 여자, 환자 정도가 끝이고 굳이 더 강경책을 쓰자면 해외로 도피한 사람들을 다시 강제로 붙잡아 오는 것 말고는 없다. 이쯤되면 나치 독일이 2차세계대전 말기 최후의 저항으로 내놓은 고육지책인 국민돌격대랑 뭐가 다른지도 모르겠다.


- 통계상으로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는 국민 600만 명이 해외로 떠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무려 1500억 달러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그 와중에도 내년 우크라이나는 432억 달러를 군사비로 지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대규모 추가 징집까지 맞물렸으니 말 그대로 국가 자체를 물귀신 작전으로 끌고 갈 생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솔직히 우크라이나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허무하게 스스로 자살로 가고 있는 루트는 과거의 남베트남이나 2021년도의 아프가니스탄과는 다른 의미로 참신하면서도 반면교사로 삼기 좋은 사례인 것 같다.


- 그리고 역시나 새롭게 개정된 우크라이나의 병역법은 21세기에 다시 나치 독일의 국민돌격대가 재림할 수 있다는 걸 너무 적나라하게 잘 보여줬다. 한쪽 눈이 실명되었거나 손가락 없거나, 심지어 거세(?)된 인원이라고 할 지라도 징병을 앞으로 못 피하게 된 것이다. 즉 장애 3급까지도 전선에 동원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젤렌스키는 최근 싸우려면 사람과 무기가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이 말이 있고 얼마 후에 병역법 이야기가 나온 것을 보면 정말 베를린 함락을 앞둔 괴벨스나 태평양 전쟁 말기 일본의 대본영이 그랬던 것처럼 우크라이나도 진짜 어떻게든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한 사람이라도 전선에 대포밥으로 갈아넣으려는 작정인 것인가 하는 의구심까지도...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4407833?sid=104

https://www.politico.com/news/2023/10/02/biden-admin-ukraine-strategy-corruption-00119237

- 최근에는 우크라이나가 포탄 부족이 될 수밖에 없던 또 한 가지 원인이 밝혀졌는데 말 그대로 부정부패다.  젤렌스키가 부패와의 전쟁을 강조하는 와중에 벌어진 일인데 사건의 전말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고위 관료가 포탄 구매 계약과 관련해 15억 흐리우냐(약 521억원)을 횡령한 것이었다. 이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인들이 징집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도 전황이 불리해져가는 상황 탓도 있지만 엄밀히 얘기하자면 징집 과정에서 비리가 심각하여 기껏 끌려와도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 때문도 있다.

  

- 그리고 우크라이나 여론조사조차 젤렌스키 또한 부패에 책임이 크다는 것은 계속 지적되고 있었다. 80%대에 근접하는 비율이 그렇다라고 응답한 것인데 특히 연령대가 높을 수록 젤렌스키의 책임을 더욱 강조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러한 우크라이나인들의 냉소적인 태도는 젤렌스키와 그 측근들의 천문학적인 재산 증가와 맞닿아 있다. 친우쪽에서는 부정할테지만 이미 전쟁 이전인 2021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입수해 폭로한 문서에 따르면 젤렌스키와 그의 측근들은 런던 중심가에 호화 부동산 매입을 위해 역외 회사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2019년 대통령 당선 직전 이 회사 중 한 곳의 지분을 측근에게 양도했다는 사실도 공개될 정도였다. 


- 지도자부터 저렇게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우크라이나인이 자기 나라를 믿고 불리한 전황 속에서도 기꺼이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그저 웃음벨이다. 진짜 이쯤되면 우크라이나는 부패가 심각하게 난무하여 국민들의 최소한의 애국심마저 고갈시켜 스스로 자멸의 길로 들어갔던 남베트남의 21세기 버전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다.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남베트남의 최후가 결국 자신들을 성심성의껏 도와줬으나 너무 심각한 행태에 자신들의 자원마저 지속적으로 소비되는 걸 보다 못한 서방 세계에게 버려지고 2년 후인 1975년 사이공이 월맹군에게 함락되어 멸망했다는 것을 알텐데 우크라이나도 점점 그런 루트를 밟으려 하고 있다.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gr3z7w51eko?xtor=AL-73-%5Bpartner%5D-%5Bnaver%5D-%5Bheadline%5D-%5Bkorean%5D-%5Bbizdev%5D-%5Bisapi%5D

https://www.bbc.co.uk/news/world-us-canada-67830918.amp

- 2024년 새해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속 우크라이나를 위한 지원 패키지 프로그램 두 가지는 현재 계속 보류 중이다. 우선 미국은 지원 프로그램 통과를 위한 상원 속 민주당과 공화당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610억 달러 규모의 지원 패키지 프로그램은 빨라도 내년 1월 초는 가야 아마 다시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에서 추진하는 지원 패키지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인데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500억 달러의 재정 지원 시도를 하였으나 문제는 EU 내부에서 헝가리가 계속 반대 입장을 일관적으로 고수하고 있어서 통과 전망이 쉽지 않다. 헝가리의 오르반 총리는 현재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가 전면 중단되고 종전 협상이 이뤄지길 원하고 있다.


- 연달아 선거들이 실시되는 서방세계의 정치적 지형 변화 움직임도 차후 우크라이나 지원 여부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얼마 전 슬로바키아 총선 결과로 인한 피초 총리의 등장과 네덜란드 총선에서의 자유당 승리는 유럽 내부에서도 유럽연합에 대한 불신과 전쟁에 대한 피로감, 반 이민 정서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신호이며 실제로 새롭게 들어선 슬로바키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원조 계획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의 최대 주주인 미국에서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자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지나치다고 믿는 미국인의 비율은 21%에서 41%로 증가했고 유럽연합 27개국 중 8개국에선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하는 여론이 더 높은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즉 서방세계에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는게 아무 의미없다는 입장이 갈 수록 지지가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1223036700009

-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방세계가 아예 얻은 게 없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라는 상당히 피 말리는 악재를 겪긴 했으나 어쨌든 미국은 느슨했던 유럽쪽 동맹국들을 자신들의 영향권 안에 속박시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이번 달 들어서만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북유럽 6개국이 미국과 다년간의 방위협정을 맺었는데 이걸 보면 유럽 국가들이 냉전 체제의 종식 이후 계속해서 미국이 퍼주던 나토 방위 체체 밑에서 꿀만 빨아오다가 눈 앞에 위기가 닥치니 이제서야 급박해졌는 듯하다.


- 아무튼 러우전은 서방세계의 국제정세에도 큰 변화를 주었는데 전쟁 이전에는 나름대로 탈미 노선도 시도하던 프랑스가 독자적인 목소리 하나 못 내는 것도 모자라 니제르에서조차 물러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는 것이고 그 외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도 경제나 자원 측면에서 미국에게 예전보다 더 크게 의존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어찌되었든 아프가니스탄 철수로 동맹국들에게 위신이 급하락했던 미국 입장에서는 이번 러우전에서 서방세계 전체가 경제적 타격을 입었던 것과는 별개로 그나마 러시아와 인접한 유럽 국가들을 자국의 안보 우산에 편입시킨 소기의 전리품은 챙기긴 했다. 아마 앞으로 미국의 행보가 어떻게 될 지는 대선 결과에 달렸을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 해군 전략 고찰 글에서도 한번 얘기했었지만 러시아 입장에서도 이번 전쟁으로 과거의 위성국들이 나토나 유럽연합으로 이탈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아마 러시아가 구상하는 세계질서에 있어서 마냥 좋은 신호만은 아니다.)


- 아마 내 지극히 주관적인 뇌피셜로는 전쟁이 대략 몇 년은 더 소모전처럼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러시아나 미국은 둘째치고 우크라이나가 끝까지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결과 예상은 대충 1939년 소련이 핀란드를 침공하면서 벌어졌던 겨울전쟁과 비슷한 "피로스의 승리" 흐름으로 흘러간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러시아군이 초반의 삽질이나 개전 5일차에 키예프로 가는 도로 위에 무려 64km를 이 지경으로 답 없이 늘어서 있었던 등 발암 유발식 덤앤더머 짓들을 우크라랑 같이 했어도 겨울전쟁 후반부에 소련군이 그랬던 것처럼 전쟁이 진행될 수록 조금씩 교훈을 얻어 실전에서 개선되는 듯한 면모도 있다. 다 떠나서 장기전으로 흘러가는 전쟁에서 러-우 양국을 국가적 역량 분야에서 동일선상으로 비교할 수 없다.

- 그래서 전쟁이 끝난 후 러시아도 한동안 지역안정화 스탠스로 갈 가능성이 높다. 푸틴 스스로도 지속적으로 CIS 권역 내 입지 안정을 내세워 왔는데다가 안 그래도 러시아에게는 냉전의 격화 속 기형적인 구조로 인해 너무 감당 불가할 수준까지 비대해진 소련군 시절의 쓰라린 기억이 있다. 그래서 미국과 양극 체제를 이루던 과거 구 소련 당시만큼 공격적으로 확장 공세에 나오기보단 독립국가연합 영역을 바탕으로 한 입지 강화에 나설 것이다. 그러니 외교적으로도 굳이 무리한 팽창이었던 구 소련 지정학의 부활보다는 브릭스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다른 비서방권 국가들과 블록화에 중점을 둘 것이고 군사력도 러우전 교훈을 바탕으로 국지전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 같다. 사실 그게 러시아 국익 입장에서나, 그들이 내세우는 다극 체제론의 현실주의적 방안에서나 최선이기도 하고.


- 요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지면서 국내 언론의 관심도가 중동으로 많이 쏠렸는데, 물론 그쪽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입지가 걸린 중요한 문제다. 그런 만큼 비록 관심이 식어가는 주제라도 한번씩 러우전과 이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대해 냉철하고 국익에 맞게 현실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한반도 정세와 통일 문제에서 러시아를 어떤 키로 활용할 수 있을지도 진지하게 고심해봐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