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슨 Dec 31. 2023

Su-34 격추 사건과 러시아 공군의 전략에 대한 고찰

격추 사건 터진 김에 꺼내보는 러시아 공군에 관한 이야기

https://www.themoscowtimes.com/2023/12/23/ukraine-says-it-shot-down-3-russian-su-34-fighters-a83545

- 얼마 전 우크라이나 측이 남부 전선에서 러시아군 소속 Su-34 전투기 3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공군기를 격추한 오데사 지역의 대공부대의 성과를 치하하였으며 반면 러시아군 측은 이 해프닝 문제에 대해 아직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의외로 친러 오신트나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도 격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케이스는 잘 없고 오히려 인정하면서 동시에 미국산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사용되었을 의혹을 역으로 제기하고 있는 중이다.


- 그렇다면 Su-34 전폭기, 즉 나토 보고명 "Fullback"은 어떤 기종일지부터 알아보자. 이 전투기는 소련 극후반부인 1990년에 첫 비행을 가졌으나 곧 이어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 경제 전체에 커다란 후폭풍이 몰아닥치면서 우선 순위에서 심하게 밀려나게 되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이후 경제 상황이 조금 안정되면서 다시 프로그램이 가동하기 시작했고 2006년부터 생산에 들어갔다고 알려져 있다. 2008년 남오세티야 전쟁에서 사용되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적이 있었으나 일단 공식적으로는 2014년부터 러시아 공군에서 배치 및 운용되었다고 한다.

https://nationalinterest.org/blog/buzz/russias-su-34-fullback-killer-sky-207267

- 현재 Su-34는 러시아에서 131대 정도가 실전 배치된 상태이고 러시아 국방부의 현대화 프로그램에 따라 조금씩 대수가 더 늘어나고 있다. 또 레이더나 항전장비, 탐지 및 통신 시스템을 대폭 개량한 버전인 Su-34M도 나왔으며 러시아군은 Su-34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존의 Su-24와 Tu-22M을 교체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Su-34는 러시아 공군 전력 중 꽤 쓸 만한 도구로써 평가받고 있는데 전천후 기능도 괜찮을 뿐더러 시리아 내전 개입 같은 실전에서도 나름 활약을 했었던 커리어 같은게 있다.


- 게다가 Su-34는 일반적으로 8톤의 무장을 실을 수 있고 4,000 km의 항속 거리까지 가능하다. 참고로 주요 공대공 무기는 R-77(AA-12) 미사일이며 두 개의 R-73(AA-11 또는 Archer)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이 날개 끝 레일에 탑재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발한 이후로는 현재 러시아 공군이 공대지 순항미사일로 주요 시설을 공격하는 용도로 Su-34를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며 사실상 주력으로 쓰이다 보니 한편으로는 Su-25와 함께 러시아 공군기 중 가장 많이 격추된 기종이기도 하다.

https://nationalinterest.org/blog/buzz/sukhoi-su-35-russia-has-built-one-truly-fast-and-dangerous-fighter-208043

- 이렇듯 Su-34는 미군 전투기로 비유하자면 F-15E와 F-111 폭격기의 중간단계로 놓을 수 있는데, 말 나온 김에 이것도 잠깐 설명하고 가자면 같은 형제인 Su-35는 전폭기와 제공 전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다목적 기종으로 이 역시 러시아 공군의 핵심 주력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공교롭게도 Su-35도 비슷한 시기부터 운용되기 시작했으며 시리아에 첫 실전에 투입되었다. 솔직히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는데 Su-34가 F-15E 같은 역할의 느낌이 있다면 반대로 Su-35는 비록 5세대가 아닌 4.5세대지만 F-35와 유사한 느낌이 있다. 뭐, Su-35나 Su-35나 둘 다 기본 베이스는 Su-27이지만.


- 종합해보자면 러시아 공군은 최근에 배치하기 시작한 5세대인 Su-57을 주축으로 Su-35, Su-34, Su-30, Su-27, Su-24/25, MiG-31 등을 전투기 전력의 중심으로 굴리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한 전투기 전력들은 상당수가 수호이 계통 전투기들로 미그기 계열은 31을 제외하면 다소 밀려나 있는 듯한 감이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기종은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양국 모두 쓰는 Su-27이고 러시아 공군의 경우 Su-34를 공대지 순항 미사일을 통한 시설 타격용으로 요긴히 써먹고 있다.

-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일단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 측에서 발표가 있었고, 이에 대한 러시아 측의 해명이 없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왜 우크라 측에서 물증을 제시를 하지 않냐는 것이다. 전폭기 격추 장소가 러시아군 관할 구역이라 잔해를 가져올 수 없기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교전 데이터나 감청 자료, 항공 사진 등 확보하고 있는 증거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측에서 공개한 자료는 기껏해야 조종사 구출을 위해 투입된 러시아 헬기를 원거리에서 촬영한 것이 전부이며 심지어 사건 이후 며칠 뒤에 또 추가로 몇 기 정도 더 격추하겠다고 하는 등 앞뒤가 안 맞는 듯한 입장들을 보이고 있는데 이건 신뢰성 더 떨어뜨리는 짓이다. 러시아 공군이 아무리 답이 없다 해도 설마 한번 당한 위험 지역에 얼마 지나지도 않아 또 자국 전술기를 거기다가 대책도 없이 꼬라박겠나?


- 다만 러시아 군사소식통이나 친러 오신트들도 1~3기의 격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고 있기에 규모가 얼마나 되었는지는 몰라도 격추가 있었다는 것 자체는 분명해보인다. 물론 우크라이나 측에서 말한 것처럼 사건 이후 또 연달아 같은 지역에서 잡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이 사태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듯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미디어 전쟁인만큼 확실하게 팩트 체크를 하려면 양쪽 정보를 다 종합해봐야 하는지라 이 해프닝은 아직까지 완벽하게 검증된 것은 없다. 따라서 의구심이 드는 지점이 있고 개인적인 뇌피셜로는 초기 언급된 격추만 사실이고 이후 추가 격추 발표는 거짓라고 보지만 지금 당장은 격추가 사실이다, 혹은 우크라이나의 가짜뉴스다 라고 단정하기는 무리이며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https://nationalinterest.org/blog/buzz/russian-air-force-dying-slow-and-painful-death-ukraine-208045

https://www.csis.org/analysis/russias-ill-fated-invasion-ukraine-lessons-modern-warfare

- Su-34 격추 해프닝은 어찌보면 필연적이었던 부분이 다소 존재하는 지점이 있다면 바로 그동안 표적으로부터 60km 범위까지 와야 폭탄을 투하해야 했던 것과 UMPK 특성상 최대사거리 활용하려면 높은 고도에서 쏴야 했기에 우크라군이 역으로 하이급 방공 자산을 최전방 부근에 몰래 배치한다면 격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저공에서 무유도 폭탄으로 쏘기엔 우크라이나군의 휴대용 대공 무기에 당할 리스크가 있으니. 그런 의미에서 패트리어트 논란은 부차적인 요소고 실제로는 미 공군의 JDAM-ER 같은 사거리가 긴 UMPK가 부재했던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따라서 실시간 지상 관리 능력이 뒤떨어지는 환경 탓에 지대공 위협에 곧바로 대처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 게다가 지금 러시아 공군의 최대 문제점은 바로 제공권을 확실하게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우크라이나군이 하이마스를 운용한지 한참 되었음에도 파괴 사실 여부가 팩트로 확인된 경우는 아직 거의 없다. 뭣보다 전쟁이 시작된 지 2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우크라군 견인포나 전차 부대들은 아직도 완전히 와해된 상태는 아니며 우크라이나군이 보유한 스팅어 휴대용 대공 방어 시스템, S-3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같은 방공망 역시 가동될 정도의 역량은 남아있기에 아직까지도 러시아 공군기 피해 사례가 간간히 나오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걸프전 당시 미군이 이라크군의 지상 전력과 방공망을 다 박살낸 것과는 달리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공군력은 상당히 제한적으로만 활용되고 있다는 의미이고 심지어 전쟁 초기 당시에는 장거리 정밀 유도 탄약 재고 부족 등 군수 체계에 문제까지 있었다.


- 지금 우크라이나 전황을 보면 육상에서는 러시아군이 유리하게 흘러가지만 정작 공중이나 해상에서는 종종 허를 찔리는 듯한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이는 러시아에서 공군과 해군이 그저 육군의 보조물로 대우받아 제대로 투자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상함 전력들은 구 소련 함정들이 대부분인 해군은 말할 것도 없고 공군 역시 제공권을 장악했는데도 우크라이나군 방공망 하나 완전히 제압 못해서 계속 피보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 때문에 제공권을 쥐고 있는 것은 러시아 공군임에도 그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못보고 있는 것이며 전술적인 선에서 국한되고 있다. 전황이 점차 우크라이나에게 부정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현재까지 남아있는 우크라이나 방공망은 러시아 공군기의 항공 작전에 방해 요소로 남을 수밖에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2의 겨울전쟁이 되어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