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슨 Jan 14. 2024

제2의 겨울전쟁이 되어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2

어설픈 이념과 진영논리는 실리, 경제적 논리를 이기지 못한다.

https://youtu.be/0UODJDtCPiE?si=3oN2U2aRd4YfedRK

-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계속 얘기하듯이 개전 이래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6월 8일부터 우크라군은 남부 헤르손 주와 중부 자포리자주, 동부 도네츠크 주 등 최소 3개 지역에서 대대적인 반격작전을 감행하였으나 지금 이 시점에서 대실패로 끝났다. 전력을 집중하지 않고 반격 지점을 분산한 것과 더불어 애초부터 전술적 목표 자체가 불분명하였으니 실패할 수 밖에 없던 셈. 다 떠나서 우크라이나는 반격 작전을 개시 6개월 전부터 주구장창 떠들고 다녔는데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제대로 반격할려면 조용히, 은밀하게 준비해서 하든가.


- 그리고 결과적으로 작년 12월 우크라이나군은 동부 격전지에서 요충지를 내주고 퇴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6개월 동안의 반격은 무위로 돌아갔으며 이미 작년 10월 이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면서 서방 세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급격히 축소 혹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언론의 관심 또한 크게 줄은 것은 덤이고. 생각해보면 그동안 서방 언론과 한국 언론들은 우크라이나가 당장이라도 크림반도를 탈환하고 러시아군이 붕괴라도 할 것처럼, 거의 기우제라도 지내는 식으로 보도했었는데 정작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우크라이나의 전황에 대해 이제 승리 가능성이 급하락했다고 앞 다퉈 보도하는 것을 보면 일종의 코미디극이다.


- 전쟁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진행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러시아 측은 비나치화와 중립화, 즉 기존 우크라이나의 반 러시아 정책의 포기를 위한 사실상의 정권 교체와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의 핀란드화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더불어서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남부회랑의 지배 묵인까지도.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돈바스를 넘어 크림반도를 포함한 전 영토의 탈환을 강경하게 부르짖고 있으며 전쟁을 일으킨 전범의 처벌 및 러시아로부터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렇게 서로의 주장이 저렇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데 전쟁이 2,000km 전선에서 고착화되었으니 사실 더 불리한 쪽은 서방의 지원 없이는 국가 자체가 유지 불가능인 우크라이나라고 할 수 있겠다.


https://tass.com/defense/1723781

https://www.bbc.com/news/world-europe-67714719

- 계속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너무나 중요한 사실이니 또 한번 더 언급하고 가자면 지금 우크라이나군에는 포탄 부족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어느 우크라군 병사가 증언하기를, "반격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 그리고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러시아군과 우리 포병의 사격 비율은 1:1 이상으로 우리에게 유리했지만 지금은 러시아군이 4~5발 발사할 때마다 우리는 1발씩 발사한다"고 하는데 그만큼 우크라군 탄약 재고 상황이 몇달 만에 급격히 악화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장 현재 우크라군은 155mm 포탄의 전량을 서방의 지원에만 의존하고 있으며 최근 우크라이나 당국은 유럽연합이 제공하기로 약속한 100만 발의 포탄 중 3분의 1 미만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니 말이다.


- 그러나 이는 엄밀히 말해, 단순히 100만 발 포탄을 전부 다 주지 않은 서방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원래 러시아군은 우크라군보다 5~7배에 가까운 포탄을 쓰고 있었는데 문제는 하계공세 때 우크라군이 무계획적으로 포탄을 막 써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년 몇달 동안은 러시아군의 포탄 소모량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이고 지금에 와서 비축량이 다 떨어져가니까 다시 러시아군이 포탄을 훨씬 많이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다. 러시아 국영 매체인 타스 통신 보도이긴 하나 러시아 국방장관 쇼이구는 2022년 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러시아 국내 탄약 생산량은 17.5배나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며 이 수치가 정확한 사실이냐와는 별개로 개전 이후로 포탄 생산이 급속하게 증가한 것은 팩트가 맞다. 그러니까 러시아가 포탄 생산량을 늘리는대로 우크라이나도 같이 어떻게든 포탄을 확보하여 쏟아부었다는 얘기다.


https://www.ft.com/content/925d2d15-57bf-4a1b-b010-4e009be85f5a

-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경제부 장관이 최근 언급한 사항인데 그녀는 서방의 재정 지원을 신속히 받지 못한다면 우크라 국내의 공무원 월급과 연금 등의 지급을 연기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에서는 우크라이나에 500억 유로(약 71조 원) 지급 계획을 세운 적이 있었는데 문제는 오르반이라는 친러 성향 총리가 집권 중인 헝가리에서 계속 딴지를 걸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동유럽 경제 상황은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되긴 하였으나 10%대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참고로 현재 한국은 3%대니 체감이 될 거다. 그러니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들이 상황은 그닥 좋지 못한 시기다.


- 또 최근 폴란드,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실행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의 싼 농산물이 경유하는 과정에서 자국 시장에 풀리게 되면 자국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게 되어 농민 피해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게다가 동유럽 국가들은 서유럽 국가의 기업들이 세운 공장들이 많이 있는데 만약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에 가입되면 상당수 공장들이 이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차피 전쟁 끝나면 우크라이나는 산업지대가 다 박살났으니 싼 노동력이라도 써먹어야 할 처지라서 서유럽 국가들이 재건 명목으로 공장 세우면 환영할 거고 이 경우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게는 피해가 된다. 당연히 가입 시에 가난한 우크라이나 특성상 유럽연합 차원에서 분담금 거둬 막대한 지원을 할텐데 따라서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고 볼 수 있겠다.


https://www.france24.com/en/europe/20231218-ukraine-security-services-uncover-bug-in-office-of-army-chief

- 내부적으로 지금 커다란 문제가 터졌는데 바로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와 총사령관 잘루즈니 사이의 갈등이다. 잘루즈니 사령관은 전쟁이 소모적인 진지전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하였고 젤렌스키의 정적이자 키예프 시장인 비탈리 클리치코 또한 우크라이나가 독재국가화 하고 있고 전쟁이 길어질 수록 러시아에 유리하다고 대통령을 비판했다. 게다가 얼마 전 대규모 동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젤렌스키의 지지율이 60%대까지 떨어지고 있는데 애당초 전체 우크라이나 난민이 587만 명 가까이 되는 판국에 해외로 도주한 인원까지 끌여들여 대포사료로 처박을 작정인 지도자를 계속 좋아하는 것도 무리일 수밖에...


- 러시아군이 초반에 고전하고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지역에 반격을 감행하여 탈환하는 성과를 올리자 서방 세계에서는 좀만 더 도우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을 것이다. 그러나 2023년 8월까지 서방의 지원 규모는 엄청난 수준이었음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우크라군의 전과가 미미해지기 시작했는데 이는 초반에 삽질을 하던 러시아가 어느 정도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태세를 갖추고 우크라이나를 서서히 조여오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례로 우크라군이 전쟁 초반에 드론을 활용해먹는 것을 본 러시아군은 이를 보고 빨리 적응하여 지금은 본인들이 더 잘 써먹고 있는 상황이다.

- 서방에서 현재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지원 프로그램이 정체되고 협상을 통한 종전을 노리는 사이에 러시아의 상황은 빠르게 개선되는 중이다. 개전 이후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한 제재만 해도 17,000여 개였고 결국 2022년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이 - 2.1%까지 곤두박질 쳤다. 그러나 작년인 2023년 러시아는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으며 1/4분기 제외하면 모두 플러스 성장세였다. 명목 GDP 순위에서도 러시아는 2021년 11위에서 2022년 9위로 상승했고 이는 한국보다 더 높은 것이다. 물론 2023년에는 다시 11위로 내려앉았지만 서방 세계 제재의 강도를 생각하면 이 정도도 크게 선방한 셈이다. 2023년 러시아의 공장 가동률 역시 선방 중인데 사실상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https://m.timesofindia.com/business/india-business/indias-fuel-exports-to-eu-up-572-since-ukraine-war/amp_articleshow/100975043.cms

https://m.economictimes.com/industry/energy/oil-gas/fuels-from-russian-oil-gets-backdoor-entry-into-europe-via-india/articleshow/99281543.cms

- 개전 이후 서방 세계를 중심으로 한 강경한 대러제재가 시행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GDP의 20%를 차지할 만큼 러시아 경제를 이끌어가는 축인 석유, 가스 산업에 대한 수출 제재가 효력이 없음이 증명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2년 11월까지 러시아 원유 수입량을 기존의 70%인 140만 BPD로 축소했으나 재미있는 것은 같은 시기에 중국, 인도의 수입량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부분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원유 수출 총량은 그대로이며 더구나 중국은 러시아 원유 수입량을 2022년 평균 173만 BPD에서 2023년 상반기 213만 BPD로 늘렸다. 인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전년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하여 3%에서 20%까지 비중이 늘어났다. 그 후 2023년 4월~9월 사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하여 무려 40%까지 도달한 것은 덤이고.


- 그리고 한편으로는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늘리는 시기에 인도에서 유럽으로 수출되는 석유 정제품의 양이 증가했다. 한 외신 기사에 따르면 러우 전쟁 발발 이후 인도의 유럽연합에 대한 석유 가공품 수출이 무려 572%나 늘어났고 이 때문에 이코노믹 타임스는 러시아의 석유가 인도를 통해 유럽의 뒷문으로 우회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대러 제재의 헛점을 지적한 바 있다. 과거 전쟁 이전에는 네덜란드가 러시아 원유를 수입하여 유럽을 비롯한 타국에게 되팔이하던 기조를 취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그 역할을 인도가 가져간 셈이다.


https://news.metal.com/newscontent/102186801/Russian-Oil-Hidden-Big-Buyers:-Saudi-Arabia-and%C2%A0UAE%C2%A0to-Buy-Russian-Oil-at-Low-Prices-and-then-Sell-at-High-Prices-to-Europe/

- 특히 주목할 부분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 UAE는 러시아산 원유를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인 약 6,000만 배럴 가량을 수입하였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쟁 이후부터 연간 3,600만 배럴 가까이를 수입하고 있는 중이다. 이 걸프만의 부국들은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자국에서 소비하는 반면에 자국산 석유는 국제시장 가격에 맞게 수출하여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OPEC은 러시아 없이 돌아가지 못한다는 농담까지도 나온다.


- 파이낸셜 타임즈의 2023년 11월 14일자 기사에서 이제 60달러 이하로 팔리는 러시아 석유는 거의 없다고 보도하였다. 뭣보다 러시아는 이미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당시부터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온 나머지 내성이 강하게 생긴 상태로 국내의 기업들은 국제시장의 뒷무대에서 어떻게 거래할 것인지 준비가 철저하다. 그 결과 서방 세계의 대러 제재는 사태 초기부터 지금까지도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던 것이고 서방 세계조차 겉으로 제재를 하면서도 비공식적인 루트로는 받을 것은 다 받고 있는 상태다.


- 특히 섀도우 탱커로 수출되는 원유는 전쟁 전 13% 비중 밖에 되지 않았으나 2023년 7월 기준으로는 42%를 돌파했다. 원래 섀도우 탱커는 G7의 가격 상한선 조치로 생겨난 것으로 그래서 실질적인 실소유주나 보험사는 대부분 서방권 국가들 소속이다. 그렇게 해외 기업으로 위장한 러시아 기업이 구매하여 시장 가격으로 재판매하였고 이런 방식으로 러시아 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는 러시아 정부 환율이 급등할 경우 안정화 조치를 시행할 때마다 사용되고 있다. 즉 러시아로서는 남는 장사인 것이다.

- 천연가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2022년 중국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량이 2.6배 증가했고 2023년 유럽연합은 비록 가스관을 통한 수입은 상반기에 45% 줄였지만 반대로 LNG 수입은 39.5%로 오히려 늘려버렸다. 원유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중국과 인도라면 천연가스 분야에서는 튀르키예랑 불가리아가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아제르바이잔도 꼽사리 낄려고 눈치 보고 있는 중이다. 이러다 보니 솔직히 러시아를 국제시장에서 완전히 퇴출시켜 말려죽여 전쟁 의지를 박살내겠다는 대러 제재는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전제였다.


- 2022년 1월까지 러시아의 무역 결제 대금 비중은 달러화와 유로화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그해 12월에는 달러화, 유로화의 결제 비중이 50% 이하까지 내려오고 그 자리를 루블화와 위안화가 차지하게 되었다. 더 웃긴 것은 제재 상황 속에서도 러시아는 2023년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제포럼에서 약 59조 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했고 이 과정에는 서방 세계의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여 성립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대러 제재는 어디까지나 명분이고 실제로는 명분보다 더 강한 시장의 힘 때문에 국제사회의 제재는 먹힐 수가 없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4393413?sid=104

- 참고로 현재 푸틴의 지지율은 79.3%다. 이는 젤렌스키의 60%보다도 높은 수치이며 과거 징집령 선포로 푸틴 지지율이 50%대까지 떨어졌음을 감안하면 다시 회복된 것이기도 하다. 푸틴 같은 독재자를 러시아 국민들이 왜 도대체 지지하는 것이냐는 의문도 있을텐데 일단 경제가 여전히 탄탄한 상황인 것도 있고 무엇보다 2000년대 푸틴 집권 이후 옐친 시절의 무능한 삽질이 멈춘 채 국가가 안정되어 갔던 부분도 크다. 또한 1999년 체첸 전쟁, 2008년 남오세티야 전쟁, 2014년 크림반도 합병, 2015년 시리아 내전 개입 등에서 푸틴이 특유의 강단있는 면모를 보였던 것이 소련 붕괴 이후 한동안 패배감에 젖어있던 러시아인들에게 희망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 현재 푸틴은 2024년 러시아 대선에 도전하였는데 이번에 당선되면 다섯 번째로 대통령 연임에 성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5선에 성공할 경우 2030년까지 푸틴 정권의 임기는 연장되며 더욱이 2020년 당시 개헌도 있었는지라 2030년 대선에 또 출마하는 것도 법적으로 가능하다. 만약 2030년 대선에 출마하여 당선될 경우에 푸틴은 2036년까지 집권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며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의 연임 성공 여부도 러시아의 전쟁 수행 의지에 더욱 불을 붙일 가능성이 현재로썬 높은 편이다. 내 생각으로는 푸틴이 2024년 대선에서 얼마만큼의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하느냐의 문제도 전쟁의 향방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본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고  뒤 친우 혹은 속된 말로 우뽕이라고 불리는 부류의 사람들은 러시아를 이번 전쟁에서 무조건 굴복시키는게 가능하다고 주장했었고 전쟁 발발 직후까지만 해도 어쨌든 침략이라는 방식은 잘못되었다고 입장(지금도 이건 변함 없다)을 분명히 했었던 나조차도 단지 우크라이나 승전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던 이유 하나만으로 거의 러뽕이네, 루블화 받았네 뭐네 하면서 온갖 욕을 다 먹어봤다. 사실 그 때문에 국제정세, 심지어 한일관계 같은 국민정서가 개입되는 민감한 문제에도 감정이입을 웬만해선 안 하는 내가 유독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사적인 반감이 조금이나마 있는 것이기도 하다.

- 현재 결론적으로 친우 측이 줄기차게 주장해오던 것과는 달리 러시아 같은 강대국을 제재로 굴복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점점 망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애당초 미국과 함께 전세계에서 식량과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유일한 나라는 러시아 뿐이라 성공 가능성 자체도 10% 미만이었고. 하물며 북한조차도 나라가 고난의 행군 이후 파탄 상태에 빠진 것도 모자라 국제사회에서 왕따로 고립된 처지가 되었음에도 정권 유지는 물론이고 그들의 호전성조차 억눌러지지 못했던 것으로 보면 제재로 강대국의 전쟁 수행 의지를 꺾는 것은 미어샤이머, 니콜라스 멀더, 스티븐 월츠 등 일부 학자들의 주장처럼 불가능했다. 다 떠나서 역사적으로도 20세기 이후 제재로 전쟁을 막은 사례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 즉, 오늘날 각자도생의 시대는 가치와 명분, 이념보다는 오로지 실리에 의해 움직이는 냉혹한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야기할 때 단순히 군사적인 면만을 논할 것이 아니라 냉정한 국제질서 속에서 강대국들 사이의 "힘의 논리"가 핵심 요소라는 측면부터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과거 1873년 3월 15일 독일을 방문한 일본의 이와쿠라 사절단에게 비스마르크는 "세계 각국은 모두 친목, 예의로 서로 사귄다고 하지만 그것은 완전히 표면상의 것으로 내면은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고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깔보는 것이 실정이다...(중략) 이른바 공법이라는 것은 열강의 권리를 보전하는 불변의 도라고 하지만, 대국이 이익을 다툴 경우 자국에 이익이 되면 공법을 고집하지만 일단 불리해지면 태도를 바꿔 군사력을 동원한다"고 조언하였다.


비록 19세기의 말이지만 독일의 통일을 이룬 "철혈재상"으로서 비스마르크의 이러한 가르침은 점점 약육강식의 현실이 다가오는 각자도생의 시대 속에서,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후티 반군과 미영 연합군의 분쟁까지 터지는 혼돈의 세계에서 우리의 생존을 위해 새겨들어야 할 가르침이라고 요새 더욱 느끼고 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a346abd5a67a4ed/651

https://brunch.co.kr/@a346abd5a67a4ed/65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