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서울 풍경을 담으며

by 헨리 월터
20251114_132113.jpg 석파정에서 담은 시내의 모습. 단풍이 물든 자연과 낮은 건물들이 조화된 모습은 사람들의 걸음을 잠시 멈추게 만든다.

풍경 사진을 찍기 좋은 명소들로 관람객들이 붐비는 시기를 꼽는다면 단연코 봄과 가을을 꼽을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내 눈에는 짧지만 강렬하게 만개한 꽃으로 수를 놓는 봄보다는 비교적 오래도록 단풍의 변화를 음미할 수 있는 가을이 더 좋다.


20251114_153949.jpg 서촌의 청운동 윤동주문학관 앞에서 찍은 서울시의 모습. 답답하다는 느낌이 크게 들지 않는다.

지난 며칠 동안 나는 서울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가을 풍경을 어떻게든 담아보고자 하였다. 그 중 부암동과 청운동 등으로 대표되는 서촌에서 보았을 때의 풍경과 남산에서 보았을 때의 풍경은 나에게 같은 서울임에도 다른 느낌을 주었다. 내가 먼저 갔던 곳은 서촌이었는데, 석파정을 관람한 후 담은 서울의 가을 오후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그리고 뭔가 탁 트이는 느낌이 들었던지라 그 느낌은 특히 강하였다.


20251115_155649.jpg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의 모습. 서촌에서 볼 때와 비교하면 아름답기보다는 뭔가 칙칙하고 답답한 느낌이 더 강하다.

그리고 다음 날 내 발걸음은 남산으로 향하였다. 남산은 지난 몇 년 전에 혼자 산책 겸 돌았던 곳인데, 시내의 풍경을 한 번 더 상기하고 단풍을 즐길 겸 찾아갔다. 그렇지만 막상 풍경을 보았을 때 내가 받은 느낌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다른 관광객들은 단풍에 취해서 예쁘다고 칭찬하며 셔터를 눌렀지만, 시내 전경까지 보는 나에게는 오히려 칙칙하고 답답한 느낌이 강하였다. 그저 단풍이 예쁘구나 수준에서 그쳤다. 그마저도 시내 경치의 반 정도는 나무로 가려져서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특히 참을 수 없었던 점은 서촌에서 보았을 때 훤히 보였던 남산이 막상 남산에서 서울의 전경을 보려고 하였을 때 건물들이 모두 가리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옛 도성과 왕궁 영역은 물론이고 도성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북악산과 인왕산 봉우리도 제대로 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내가 아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소개시켜 주려니 너무 민망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똑같은 서울시의 풍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촌에 있을 때 보았던 풍경은 전망이 아주 잘 트이고 단풍이 물든 모습 하나하나와 어우러져서 한 폭의 풍경화를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남산에서 본 서울은 사방이 꽉 막히고 답답하다는 느낌부터 받았고, 그저 단풍이 예쁘게 물들었구나 정도로 그쳤다. 그제야 나는 외국인 관광객의 다수가 고궁과 종묘 등으로 몰리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고개를 뒤로 젖히지 않고도 하늘을 막힘없이 볼 수 있고 심지어 어느 정도 조화가 이루어지니까. 그것을 가능하게 한 요인을 꼽자면 높지는 않더라도(높아야 5층 수준)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심지어 어떤 것은 전통 냄새도 풍기는데 잠시 멈추지 않을 사람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혹자는 고층건물의 숲이 된 시내의 풍경을 발전의 상징이자 아름다운 단면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물론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처음에는 감탄할지 몰라도 얼마나 그 모습을 사랑할까? 조금 냉정하게 단언하자면 극소수만 그러할 것이고, 대체로는 단발적인 허영심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추구한다면 햇빛에 반사되어 번쩍이는 겉면이 아니라, 평소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낮은 곳들까지 찾아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비록 눈앞에서 보았을 때는 볼품없고 허름하게 보일지라도 높은 지대에서 보았을 때는 전혀 다른 것을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무조건 산 정상과 같은 가장 높은 공간이 아니라, 비록 중간 지점일지라도 올라섰을 때 나름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다.



(사족) 지난 여름에 있었던 나의 해외여행 기행인 '무엇이 멈추게 하는가'로 정리 중인 것과는 별도로 정리하였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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