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 중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품은 2018년 제작된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What the health)’일 겁니다. 이 영화는 암 당뇨 심근경색 등 미국인을 죽이는 질병 등의 원인을 단 하나로 규명합니다. 바로 육식입니다. 심지어 당뇨조차 탄수화물이나 설탕 때문이 아니라 가공육 등 고기를 먹어서 생긴다는 급진적인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고기 육식이 모든 질병의 근본적 원인이며 채식만이 건강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일까요?
일단 저는 탄수화물 심지어 설탕을 먹어도 혈당을 지킬 수 있고 고기를 끊어야 당뇨를 낳을 수 있다는 장에 회의적입니다. 우리나라 내분비과 의사들도 대부분 비슷한 생각일 겁니다. 혈당을 올리는 음식은 저마다 다릅니다만 고구마 같은 탄수화물 복숭아 같은 과일 등이 얼마나 혈당을 많이 올리는지는 예외가 없습니다. 거기다 초콜릿과 빵은 말할 것도 없지요. 제 말이 맞는지는 직접 혈당을 재어보시면 아실 겁니다. 생선이나 쇠고기 돼지고기 등을 먹어보고 혈당을 재보시면 정말 고기가 당뇨의 원인일지 의아해질 겁니다. 육류위주의 식단은 야채나 과일로만 식단을 꾸밀 때보다 혈당을 결코 더 올리지 않죠. 문제는 패스트푸드와 군것질이죠. 미국인들이 당뇨에 많이 걸리는 이유는 슈퍼 사이즈로 먹는 감자칩과 1 리터 용량의 콜라 때문이지 그것과 함께 먹는 메인 식사인 치즈 버거 때문은 아니라는 게 진실에 가깝겠죠.
그리고 종양내과 의사일수록 암의 가장 큰 원인이 식습관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지는 않을 겁니다. 다큐에 따르면 우유가 유방함 확률을 50% 올린다는 등 암의 가장 큰 요인이 식생활이라고 단정 짓는데 암과 식생활은 분명 관련성이 상당히 있겠지만 암을 알면 알수록 어느 누구도 암의 본질적인 이유가 먹는 것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는 못할 겁니다. 암은 흡연 식습관 술 그리고 무엇보다도 운 등 정말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현대 의학으로서는 그 원인을 규명할 길이 없습니다. 암은 DNA에도 분명 영향을 받지요. 실제 주변에서 암 걸린 사람들을 물어보면 가장 많은 답변이 스트레스입니다. 극단적인 몸과 마음의 변화 이른바 스트레스에 더 큰 영향을 받지 않나 싶습니다. 암은 몸의 질병이면서 마음의 질병이며 자신과 특정인(아주 가까웠던 사람)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끝없이 세포 복제를 일으키는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음식 하나만으로 암을 설명하는 데는 무리수가 따르죠. 그런데 암의 치료에 채식이 도움이 되었다는 증언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 들었습니다. 그러나 암 환자에게 원기 회복이 중요하니 고기 특히 소고기를 많이 먹으라고 권유하는 의사들도 정말 많이 보았습니다. 원인에도 정답이 없고 치료에도 정답이 업는 게 암이죠. 유전력도 없고 스트레스도 심하지 않은데 우유 치즈 달걀을 많이 먹어서 정말 암에 걸리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요? 그리고 비건은 절대 암에 안 걸리는 걸까요? 똑같은 조건에서 누구는 걸리고 누구는 걸리지 않았다면 이에는 또 다른 제3의 원인이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는 사실을 논리학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심근경색은 비만이랑 상관계수가 가장 높겠죠. 그런데 미국인들의 비만이 정말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콜라 아이스크림 쿠키 케이크 과일 주스 때문일까요? 결국 심근경색은 어쩔 수 없이 당뇨와 연관시켜 이야기해야 하는데 제 주변을 둘러봐도 고기 많이 먹고 비만에 빠져 당뇨 걸린 케이스보다는 단 것을 끊지 못해 당뇨가 오고 이후에도 혈당 조절에 실패한 당뇨환자들을 훨씬 더 많습니다. 당뇨는 끼니를 거르고 간식과 군것질로 식사를 때우는 사람들이 가장 위험하겠죠.
이 넷플 다큐를 본 종앙내과 만성 질환 담당의사들은 굉장히 우려를 할 겁니다. 미국 의료비 전체의 10분의 1을 차지하는 당뇨의 경우 작품은 심지어 설탕 탄수화물을 걱정하지 말고 먹고 대신 고기를 끊으라고 조언하는데 의사들은 그런 조언을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양념이 된 불고기나 양념 갈비 외에 등심이나 수육 같은 살코기를 먹고 혈당을 재보면 답이 나올 겁니다. 특히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예상과 달리 암 환자들에게 많은 의사들은 고기를 권합니다. 이들이 이 논란의 다큐를 본다면 다큐가 지닌 데이터의 객관성에 대해서 상당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작품에서는 의사들이 영양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해 비전문적인 식단을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을 합니다만 대한민국 의사들처럼 영양학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결론 채식이 옳고 육식이 틀리다는 주장의 대전제가 되는 인간은 잡식동물이 아니라 초식동물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진화론을 신봉하는 생물학자들이 반론을 제기할 것 같습니다. 인간의 외골격과 내부 장기의 구조는 오랑우탄 고릴라 등 초식 동물과 비슷하지 인간이 정말 잡식동물이 맞다면 외형이 곰처럼 진화했어야 한다는 주장을 다큐는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당장 고기부터 끊어라가 처음부터 끝까지 메시지입니다. 모든 단백질은 식물에서도 얻을 수 있고 비타민 B12 등 부족한 영양소 몇 개는 영양제를 먹으면 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물학자들은 처음에 초식동물이었던 인류의 조상이 어느 순간부터 육식을 병행하면서 즉 호모 에렉투스 시절부터 이빨이나 구강구조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주장합니다. 진짜 진화가 이루어진 거죠. ‘이빨’이란 책을 쓴 피터 S 엉거는 인간의 이빨은 초식동물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은 농경 이전에는 육식을 더 많이 했고, 그 증거가 늑대 일부의 가축화, 즉 개의 탄생을 꼽고 있습니다. 개들이 인간으로부터 얻을 고기가 많았기에 개들은 인간에게 다가와 사냥을 돕는 가축이 될 수 있었던 거죠.
이 작품은 육식을 끊고 채식으로 전환할 때 치러야 하는 비용에 대해서 일체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육식을 했기에 큰 뇌를 가질 수 있었고 다른 동물을 잡아먹기 위해 머리를 쓰는 과정에서 지력과 협력을 키울 수 있었다는 점을 외면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인간은 힙을 모아 매머드를 사냥감으로 잡았다와 동의어에 다름 아닐 겁니다. 즉 인간이 채식으로 돌아설 때 어떤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거죠. 그리고 많은 영양학자들이 인간의 이상적인 식단을 채식으로만 채울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감독은 반론을 전혀 다루지 않습니다. 그리고 슈퍼에서 몇 가지 채소를 산 영수증을 보면서 채식이 정말 싸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실소가 나오더군요. 채식 중에서 유기농으로 식단을 꾸릴 경우 오히려 식비로 지출되는 비용이 더 늘어나 사회적 양극화를 더 부추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축산업과 이를 후원하는 제약업을 비판하는 이유는 넘쳐나지만 상대의 반론에 대한 인정은커녕 언급조차 없습니다. 답정너로 일관하는 감독의 질문에 미국 당뇨 협회 이사장인 박사는 인터뷰를 박차고 나갑니다. 영화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 영화는 심판의 역할이 아니라 그냥 한쪽 편에 서서 다른 편을 공격하고 있을 뿐이죠. 채식이 도덕적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연민이란 관점에서 육식이 지닌 문제점은 분명 크지만 그렇다고 채식이 모든 질병을 예방하는 전가의 보도가 될지는 아직 과학적 검증이 더 필요한 건 아닐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고기맛을 본 인간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고기를 포기할 리가 없습니다. 저 역시 인간을 위해 도축된 동물들에게 측은지심을 심하게 느끼지만 그건 머리로만 그럴 뿐 제 입은 여전히 고기를 찾으니까요. 머리와 달리 재 몸은 고기를 끊고 싶은 생각이 추호에도 없어 보이니까요. 그게 인간의 본성에 좀 더 가까운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