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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 스타일로 히틀러를 비꼰 '블러드 앤 골드'

by 신진상
블러드 앤 골드.jpg

독일 영화 블러드 앤 골드가 넷플릭스 영화 순위에서 5위로 올라왔습니다. 주로 한국 영화들이 한국에서는 상위권 순위를 독식하는데 독일 영화는 오랜만에 보네요. 독일 영화 특히 한국에서 인기 있는 독일 영화는 이 사람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바로 아돌프 히틀러죠. 베토벤 아인슈타인 괴테 등 독일이 자랑하는 독일인들이 많이 있지만 사실 히틀러만큼 유명한 인물은 없습니다. 인류 역사가 배출한 최악의 악인 1위, 역대 최대이자 최악의 실패자 1위가 아돌프 히틀러입니다. 독일 영화는 둘 중에 하나입니다. 히틀러가 남긴 상처로 인한 트라우마 이야기 아니면 히틀러가 부활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의 표현이죠. 독일 영화 블러드 앤 골드는 이 둘 다 아니었습니다. 이제 독일인들은 타란티노처럼 대놓고 히틀러를 조롱할 수 있다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거죠.

영화는 2차 대전의 시작과 끝이었던 히틀러가 죽는 45년 4월 30일 무렵, 서부전선에서 밀물 듯이 몰려오는 미군과 숫적으로 밀리는 독일군 SS부대들의 마지막 발악 그 와중에 히틀러를 버리고 돈과 욕망을 찾아 꿈틀 대는 독일인의 분열을 다루고 있습니다. 모든 배우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타란티노 스타일의 진수를 보여주는 가운데 복수와 복수가 끝없이 이어지면서 보는 재미를 마음껏 높여 줍니다. 선혈이 낭자하고 내장이 터져 나오는 끔찍한 장면이 속출하면서 군데군데 블랙 유머와 조롱이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누구를 조롱하고 있을까요? 물론 히틀러죠. 히틀러는 2014년 독일에서 가장 빨리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소설 ‘그가 돌아왔다’와 원작 영화의 대히트 이후 부활하는 듯하다가 다시 비판을 넘어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히틀러의 어떤 면을 조롱하고 있을까요? 전쟁광, 전쟁을 하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믿음,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이용해 독일 국민을 사지로 몰아넣은 사실, 유대인의 혐오가 독일 국가 경쟁력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칠지 생각도 못하고 그저 선동만 한 무능력? 사실 이 모든 게 다 조롱과 비판의 대상이죠.

독일인들은 히틀러에 열광했다 그를 버렸을까요? 우선 그의 능력에 대한 신적인 과대평가가 완전한 허구임을 깨닫고 나서였습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지고 난 뒤 소련과의 전쟁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전쟁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히틀러와 독일 국빈이 거의 동시에 깨달은 거죠. 스탈린과 그가 모든 것을 통제한 소련은 독일인과 히틀러의 생각보다 훨씬 강했습니다. 저항의지도 예상보다 강했고 T34와 다연발 로켓포 스탈린 오르간의 파워는 독일이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고 허약할 것으로 여겨졌던 공군력은 막강한 슈트로포픽의 등장으로 독일 루프트바페와 거의 동일한 실력임이 증명된 거죠. 그리고 독일은 스탈린이 1년에 1만 대의 탱크를 생산하던 기자가 우랄 산맥 넘어 아시아 쪽에 있는 탱고그라드에 있으며 독일에서는 소련의 점령지에서 이 도시까지 폭격할 장거리 폭력기가 전무함을 뒤늦게 깨달았죠. 원래 소련 같이 거대한 영토의 국가들은 공격 국가의 병참에 치명적인 문제점이 노정돼 있습니다. 43년 스탈린그라드부터 독일군은 사실상 병참의 지원 없이 오직 정신력과 동료애만으로 거대한 소련 군과 싸운 겁니다.

게다가 히틀러는 동부 전선에서 모든 방어력을 소련군을 막는 데 집중하지 않고 서부전선에서 반격해서 미군을 몰아내려는 무리수 아르덴 전투를 저지르는 최악의 실수를 저지릅니다. 영화는 동부 전선과 서부 전선 모두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전 국민을 몰고 간 히틀러에 대한 분노보다는 야유에 가까운 반응을 보입니다.

히틀러에게 최면을 당한 독일인들이 이 영화 직전까지 믿고 있었던 거짓들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이 것들을 비틀면서 시작하죠.

1) 아리안족은 절대 탈영하지 않는다

히틀러가 전쟁에서 패한 여러 이유 중에 하나는 이탈리아 군의 최악의 전투력입니다. 1만 명이 싸우면 그중에 100명이 사망, 900명이 포로, 9000명이 행방불명(정확히는 탈영)이 되는 게 이탈리아 군대입니다. 같이 싸워 본 롬멜은 히틀러에게 이탈리아 군은 퇴비라고 비유하기도 했죠. 반면에 히틀러의 군대는 정말 열심히 싸웠습니다.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은 소련군을 훨씬 더 많이 죽이고 더 많은 탱크를 부순 독일군의 전투력은 끝까지 목숨 걸고 싸우는 용맹한 독일군 때문이었다는 게 정설이죠. 물론 이렇게 군인들이 죽음으로 히틀러에게 충성한 가장 큰 이유는 아리안족은 특별한 종족이고 유대인과 슬라브족은 하등 인류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에 세뇌됐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정설은 시작부터 비꼽니다. 첫 장면에서 탈영하는 주인공 독일군은 가장 용맹한 철십자 훈장을 받은 군인이었습니다. 실제로 독일군은 탈영을 많이 했고 전쟁 후반부로 가면서 패전이 확실해지면서 독일군 역시 이탈리아군처럼 탈영과 항복을 밥 먹듯이 했습니다.

2) 전쟁에서 인간의 탈을 벗은 쪽은 오로지 소련군이다

우리는 독소 전쟁이 얼마나 큰 전쟁이고 얼마나 비극적인 전쟁이었는지 잘 알고 있죠. 그 끔찍한 만행 중에 으뜸은 소련군이 독일 점령지(구 프로이센 지역)에서 행한 강간입니다. 인류 역사 이래 어떤 전쟁에서도 이렇게 집단적으로 점령지의 여성들을 강간한 사레는 소련군외에 없습니다. 물론 그들을 금수로 만든 원인은 1000만 명에 가까운 군인의 사망과 2000만 명에 이르는 민간인의 사망이 있었기에 그들이 인간에서 금수로 변한 거죠. 영화는 전쟁 막판 SS가 같은 독일여성을 강간하는 장면을 묘사함으로써 독일군 역시 금수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3) 전쟁은 명분 싸움이고 적어도 아리안족은 돈 때문에 싸우지 않았다

이 영화에게 영감을 준 영화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타즈 : 거친 녀석들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나온 전쟁 영화 켈리의 영웅들(1970)입니다. 미군과 독일군 티거 기갑 부대가 협력해서 나치가 숨겨 놓은 금괴를 찾는다는 내용이죠. 히틀러와 괴벨스는 전쟁의 순수성을 주장하면서 미국의 유대인 국제 자본과 유대인 볼셰비키들이 아리안족을 핍박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했는데, 이 영화는 그런 주장을 근본적으로 뒤집고 있습니다. SS가 이 독일의 한적한 마을을 찾은 이유도 히틀러의 이상과는 거리가 먼 추방 유대인의 금이 숨겨져 있다는 정보 때문이었죠. 히틀러에게 충성했던 시장도 결국은 금괴를 위해서 겉으로 나치인 척한 거죠. 히틀러가 전쟁에서 패배한 이유 중에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히틀러는 전쟁이 결국은 군사력이 아니라 경제력 돈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겁니다. 특히 독소 전처럼 전쟁이 장기전으로 갈수록 결국은 돈입니다. 33년에 집권해 6년간 전쟁 준비를 한 뒤 39년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41 년 당시 세게 최대의 경제대국이었던 미국과 소련을 동시에 상대하기에는 독일 경제력이 튼튼하지 못했습니다. 전쟁 초기에는 부족한 경제력에도 히틀러의 세뇌와 세 치 혀로 승승장구했지만 결국에 히틀러가 신이 아니라는 걸 느끼며 얼마나 무모한 미치광이인지 독일인이 깨닫게 되면서 전쟁=돈이라는 공식이 독일이 만난 거의 모든 저선에서 현실화되었습니다. 그 정점이 45년 히틀러가 죽기 직전의 독일이었죠.

전쟁의 비극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전쟁의 비극 속에서 전쟁의 책임자와 그들을 뽑은 당시 자신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마음껏 조롱하는 독일 영화를 보면서 독일은 정말 다른 나라가 되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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