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우리 같이 유학 가자. 언니가 간다면 프랑스로 가고. 아니면 난 일본 갈 거야. 여기서도 아르바이트하면서 학교 다니는데, 거기 가서 못 할 거 있어? 같이 가자, 응? 언니!”
“글쎄.”
‘글쎄’를 ‘노’로 척 알아들은 그 애는,
주식투자로 불린 돈-증권회사에서 알바한 종잣돈을 투자한 것.-으로 혼자 일본 유학을 떠났다. 남대문 시장에서 옷을 떼다가 일본에서 팔기도 하고, 여러 알바를 섭렵하며 견문도 넓히고 두루두루 사람도 사귀며 생동감 있게 살았다. 공부를 마친 후엔 한국으로 돌아와 비행기를 소유한 여행사 사장님이 되었고.
그럼 나는?
증권회사 알바한 돈을 죄다 등록금으로 내고, 간간이 용돈벌이 알바를 하며, 여전히 다음 등록금을 걱정하며 대학을 다니다 졸업했다.
알바 같은 학원 강사를 하고, 알바 같은 계약직을 하면서 지내다, 알바 같지 않은 무기계약 결혼을 하고, '3D 업계의 최고봉'인 '전업주부'를 평생직업으로 얻고, 알바 같은 유한한 인생을 살고 있다.
#. 내가 만약 유학을 갔다면?
톰 크루즈 같은 남자가 있는 칵테일 바에서 알바를 하다가, 공상과 상상과 망상을 오가며 나 홀로 사랑에 빠졌을 수도 있을 테고.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한다면, 니콜라스 케이지 같은 남자를 만나 신데렐라를 꿈꿨을 수도 있을 테고.
업무보조로 월스트리트에서 알바를 한다면, 주가 조작으로 깜빵 가기 전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애를 만났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난 내 주제를 안다.
무작정 뛰어들고, 도전하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할 수 있는 사람은 해보는 것도 괜찮다.
단, 정신을 빠짝! 차려야 한다.
톰 같은 미남자에게 홀려 몸과 마음, 영혼까지 몽땅 털릴 수도 있고,
니콜라스 같은 남자를 만나 술독에 빠진 생쥐처럼 살 수도 있고,
레오나르도 같은 남자를 만나 먹버(깊은 관계 후 버려짐) 당할 수도 있다.
아니면 거기서도 학교, 알바, 학교, 알바를 전전하다 학점도 못 건지고, 그냥저냥 졸업 같은, 학점을 이수하고 빈손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솔직히, 내 딸에게 나처럼 살라고 할 순 없다. 이것은 모든 아르바이트인들 에게도 마찬가지다. 알바를 하는 사람들은 제각각 사정이 있다. 하지만 그 제각각 사정은 거의 하나로 귀결된다. 자신만의 책상을 갖고, 안정된 직장에서 걱정 없이 ‘돈’을 버는 것.
세상엔 정말 여러 가지 길이 있다. 그 길을 갈 때, 자신의 목적지를 확실히 알고, 수단과 목표가 뒤바뀌지 않았으면 한다. 나 같은 경우는 목표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목표가 없다면, 나처럼 살아도 된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노! 노! 노!!!
자, 세상은 넓고 알바는 많다. 도전할 사람은 도전해보라. 단, 주제와 목표는 확실하게 파악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