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니가 무서워서.

친절하고 유쾌한.

by silvery rain 이혜영

본격적으로 세 번째 알바, 국립 과학관.


당시, 종로구 와룡동에 있었던 국립 과학관이 과천으로 옮겨가고, 현재는 국립 어린이 과학관으로 변경되었다. 내가 알바를 할 때는 국립 과학관이었다.

과학관은 상설전시관과 특별전시관으로 나뉘어 있었다. 우리 알바생들은 한 달 동안 학생 발명품을 전시하는 특별전시관의 안내를 맡았다. 열 명쯤 되는 알바생들이 특별전시관의 부스 하나씩을 맡았는데, 나는 공교롭게도 제일 큰, 첫 번째 부스를 맡게 되었다.


어느 날 정규직 직원 언니가 우리를 소집했다.

“오늘은 좀 힘든 하루가 될 거예요.”

“...”

“땡땡 공고에서 남학생들이 견학하러 올 겁니다. 고등학교 남학생들은 머리만 컸지, 속은 아직 아이라서 장난도 심하고, 함부로 만져서 발명품을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가끔 싸우기도 하고요. 발명품 중에서는 재료비만 수백만 원이 든 것도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서 안내하고 감시해주세요.”


공고 남학생?! 싸우기도 하고요? 수백만 원?!

난 여중, 여고를 나왔다. 남자는 초등학교 이후로 접할 기회가 없었고, 대학에 들어와서도 ‘남자’가 ‘감자’만큼이나 생뚱맞았다. 게다가 ‘공고생’은 ‘양아치’의 다른 말과 같다는 인식이 뿌리 박혀 있었다.

-공고생님, 공고 졸업생님들 죄송합니다. 당시의 제 편협함이 그랬답니다.-


조회 이후로 나의 두려움과 초조함은 천 겹, 밀푀유가 만 겹으로 쌓여갔다.

그리고 그들이 관람하러 온 오후, 그들의 등장과 함께 내 불안이 눈물로 터지고 말았다.


자꾸 흘러내리는 눈물.

나도 내가 왜 우는지 모르는 눈물.

병신 같아서 화나는 눈물.

이 상황이 너무 싫어서 나오는 눈물.

빨리 끝났으면 하는 눈물.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절대 아니었다.

고등학생들이 꽉 찬 부스에서 흘리는 대학생의, ‘남들이 다 보는 쪽팔린 눈물'이었다.


다른 부스에 있던 3학년 언니가 자신의 작은 부스로 나를 옮겨주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 눈물.

민폐 끼치는 것에 대한 자괴감의 눈물.

병신 같아서, 찐따 같아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니가 대학생이냐? 이 등신아, 하는 눈물.


“왜 울어요?”

키가 내 머리 세 개를 얹어놓은 것보다 큰, 여드름쟁이 남학생이 시뻘건 얼굴로 물었다. 그 아이를 보자 눈물이 더 나왔다.


“왜 울어요?”

그 아이가 또 물었다. 진심의 걱정을 담고.


“아, 왜 울어요?”

난 그 아이를 피해 다니면서 울었다. 그러자 그 아이가 나를 쫓아다니면서 계속 물었다.


“왜 울어요?

예? 아, 왜 우냐니까요?”


니가 무서워서 운다. 이 짜샤!


그 후로, 공고 남학생들에 대한 내 인식이 바뀌었다. 다정하고, 친절하고, 유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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