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나는 거의 매일 운동을 한다. 그리고 벌써 몇십 년 동안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다. 이렇게 성실하게 운동을 하고 나름 강한 다이어트 열망을 가지고 있음에도 아직도 다이어트 성공기를 쓰지 못하는 이유는 운동만큼 열심히 마시는 맥주 때문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열심히 맥주를 마시고 술을 마시지 않는 날에는 아침마다 열심히 체중을 잰다. 그래서 성실한 운동 습관이 민망할 정도로 체중은 도돌이표를 찍으며 그 숫자를 오가고 있다.
나는 맥주를 좋아한다. 한국에서는 알코올 중독을 우려해서 주중 2회라는 제한선을 두고 있지만 괌에 가면 여행객도 아니면서 약간은 여행을 왔다는 기분에 젖어 거의 하루도 빼지 않고 다른 종류의 맥주를 마시며 맥주 관찰 일지를 쓰고 있다. 너무 잦은 음주로 잔소리를 듣게 되면 태연하게 맥주 관찰 일지를 위한 음주라고 대응하니 이제는 다들 그러려니 하고 아무런 참견을 하지 않는다.
날마다 운동을 한다는 것 치고는 딱히 그럴듯한 변화가 보이지 않는 내 모습에 친구들은 장난처럼 식욕만 좋아지는 운동을 그만두는 것은 어떠냐고 묻는다. 운동을 해서 딱히 식욕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성과가 안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 가끔 이렇게 열심히 운동하는데 기왕이면 금주를 해서 제대로 다이어트에 성공해 친구들의 잔소리를 박멸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다. 물론 순간의 분노로 나의 사랑 맥주를 버릴 정도로 나의 분노는 깊지 않다.
내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맥주를 끊으면서까지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며 매일매일 반복되는 체중계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나는 이렇게 나 좋은 것을 골라하며 약간의 귀찮음을 감수하며 나름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아주 잠깐만 귀찮음을 이겨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대단치 않은 작은 일들. 대단한 성취도 아니고 엄청난 결실을 맺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해낸 이후의 나는 꽤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긴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닐 수 있으나 나 스스로에게 의미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대단한 일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지금 당장 어떤 대단한 결심을 할 자신도 없으니 오늘은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나는 나만의 이유를 가지고 나름의 습관을 만들어 가고 있다. 누군가가 작은 습관들이 모여 인생이 된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으니 내가 꽤 성실한 인생을 만들어가는 중이라는 칭찬을 들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아직은 딱히 눈에 보이는 효과나 변화가 일어난 것도 아니지만 나의 작지만 성실한 노력이 언젠가 내 인생이 된다면 내 인생도 조금은 더 멋져지지 않을까.
자기 계발서에 자주 등장하는 말처럼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한다. 내일부터가 아니라 지금부터 그리고 이까짓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것을 스스로 칭찬하며 응원하기로 한다. 각박한 세상에서 남들의 인정을 바라는 것은 너무 피곤한 일이니 일단 내가 나부터 인정하고 칭찬해보기로 한다. 잘하고 있다.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이러한 기도가 언젠가 현실이 되는 날이 오기를 성실하게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