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서 교육자라고 하지 마세요

2023년에 서울 타령이 웬 말?

by 플로터

서울에 살 때 가장 좋았던 것은 공연 보러 갈 때 차가 없어도 되고 집 가까운 곳에 공연장이 있다는 점이었다. 비싼 집값으로 인해 좁디좁았던 서울 집보다는 지방으로 나오니 생활환경이 훨씬 쾌적해졌고 조금 비용이 나가긴 하지만 차만 있으면 공연장을 가는 것도 훨씬 수월해졌다. 지하철 환승 없이 주차장에 내려 바로 공연장으로 올라가는 편리함은 사실 매우 매력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서울과 멀어졌고 지금은 어쩌다 보니 완전한 시골 살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다행히 서울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라 보고 싶은 공연이 있으면 당일치기로 서울을 다녀오기도 하고 가끔 서울로 알바를 하러 가기도 한다. 아직은 서울이 먼 곳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기도 하고 시골이지만 시내에 살고 있다 보니 딱히 시골이라는 감각을 제대로 느끼고 있지도 않다.


알바를 하는 날 이외에는 나의 작고 너무나 한가한 카페에 앉아 하루를 보낸다. 거의 혼자 있다 보니 돈을 벌기보다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그냥 책을 읽거나 만화를 보는 반 백수스러운 나날이다. 나의 커피숍은 주로 모친의 지인들 그리고 나의 알바로 운영되고 있는 중이다. 가게 유지비를 벌기 위해 알바를 가는 나와 지인들이 찾아오면 커피를 팔다 그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나가시며 가게 문을 잠그시는 모친. 이 카페는 모친에게는 만남의 장소, 나에게는 휴식 장소 같은 곳이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운동 경기가 자주 열린다. 그래서 주말이 되면 경기를 위해 온 운동선수들의 부모, 코치나 감독 손님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나는 손님을 불편해하는 이상한 사장이다. 손님이 안 오나 하고 기다리면서도 정작 손님이 들어오면 화들짝 놀라고 손님이 너무 오래 앉아있으면 이제 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내내 시계를 지켜보고 있다.


운동 코치나 감독 손님들은 대체로 오래 앉아서 매우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고작 2천 원짜리 커피를 한잔 시켜놓고는 뜨거운 물을 더 달라고 하거나 배가 불러 아무것도 안 마시겠다는 사람들을 이리저리 불러들여 꼴랑 만 원어치 시켜놓고는 나의 공간을 전세 낸 듯 시끄럽게 떠들어대기도 한다.


'그래 이건 장사하는 내가 견뎌야 한다'라고 생각하며 겨우 인내하다 사건이 터졌다. 1인 1 음료도 아닌 일행 중 누군가가 얼음물을 달라고 한다. 찬 음료는 얼음 값으로 500원을 더 받는데 음료보다 사람 수가 더 많은 이 시끄러운 일행들에게 공짜 얼음물을 주고 싶지 않았다. 설거지가 늘어날 것도 싫고 당당히 얼음물을 요구하는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아 '얼음물을 제공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일행 중 한 분이 '내 60 평생에 얼음물 안주는 가게는 첨 본다'를 시작으로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파는데 얼음 없냐, 그 얼음에 물 좀 담아 주는데 공짜 주는 게 그리 아깝냐, 서울은 다 준다.' 등등 개소리를 길게도 늘어놓길래 환불해 드릴 테니 나가달라 했다.


주인이 안 팔겠다고 하면 그만 아닌가? 돈 돌려주고 나가라고 하면 나가면 될 것을 굳이 내 앞까지 다가와서 위협하듯 말을 이어가는 통에 순간 겁이 나서 전화기를 들어 올렸다. '안 나가시면 지금 경찰 부릅니다'라고 말하자 다른 일행 분들이 다가와 나와 60 평생 진상이었을 그 손님을 말린다. 그 손님이 먼저 나가버리고 차분히 생각해 보니 '서울에선 다 준다'라는 말에 뒤늦게 실소가 터져 나왔다.


손님, 요즘 시골은 시골이 아니에요. 서울 레퍼런스를 쓰시려면 스스로 매너 있게 행동하시고 난 다음에 서울 타령하세요. 아이들 가르친다는 분이 어디서 그런 비매너에 개념 없는 태도로 손님은 왕 타령을 하시는 건지. 장사하며 별 사람들을 많이 보고 있지만 교육자랍시고 아이들 인성걱정하는 분들이 하는 개념 없는 행동을 보니 정말 어이가 없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물론 아직 시골 같은 곳도 있고 정말 옛날 시골 사람 같은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찾는 것보다 시골과 도시의 경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서울에서 온 것이 무슨 벼슬이나 되는 것 같은 같잖은 자만심은 좀 버렸으면 좋겠다. 오래간만에 피로한 심신을 조용히 음악 들으며 커피 마시는 주말로 힐링하려 했더니 별 거지 같은 손님 때문에 기분이 매우 더러워졌다. 소금이나 한 바가지 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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