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걱정

쓸데없는 걱정에 하루하루 늙어간다

by 플로터

나는 꽤 성실하게 운동을 한다. 건강하게 술을 마시겠다는 것이 내 운동의 주요 목적이지만 여기에는 그 술을 천년만년 마시고 싶다는 의도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한 20살쯤 되면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고 이제 그 두 배가 넘는 나이가 된 나는 이제 적당히 한 6-70살쯤 되어 크게 고생하지 않고 조용히 자다가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백세 시대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 백 년이 짧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 숫자를 듣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하고 막히는 느낌이다. 주변에 어르신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나에게 그려지는 노년의 삶은 그다지 즐겁지 않을 것만 같다.


나의 카페는 여전히 오전 중 모친의 지인들로 운영되고 있고 그분들은 마치 이곳이 직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석을 하고 계신다. 늘 오시던 아주머니들에 가끔씩 추가되던 아저씨들. 그리고 그중 어느 아저씨는 어느샌가 아주머니들과 함께 출근하는 고정 멤버가 되었다.


이제 60대 정도 되었다는 그 아저씨를 보았다. 아침 수업을 위해 커튼을 걷으며 바깥을 내다보니 아직 7시도 안 된 이른 시간에 혼자 우두커니 길에 서 계시는 아저씨를 보게 되었다. 누군가를 기다리기에도 너무 이른 시간이고 어디로 출근을 하시는 분도 아닌데 그 시간에 길에 혼자 멍하니 서 있는 모습. 날씨가 따뜻하지도 않은데 왜 그 이른 시간부터 바깥에 나와 방황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일단 확실한 것은 어딘가를 가기 위한 모습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오전 중 모친이 말상대를 해주는 손님 중 한 분은 이제 나의 카페 앞이 자신의 안방이라도 된 듯이 하루 종일 나보다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친을 만나면 마치 주인이 돌아와 기뻐하는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안쓰러움을 넘어 짜증이 날 지경이다. 아무 생각 없이 바깥을 내다보면 밖에 앉아있고 어느샌가 사라졌나 했는데 다시 보니 또 거기에 있는... 부담스럽기 짝이 없으나 그렇다고 내 소유도 아닌 길에 서 있는 사람을 쫓아낼 수도 없는 일이라 곤란하기 짝이 없다.


나이가 들어 더 이상 갈 곳이 없고 할 일이 없어지면 나 역시 저렇게 누군가의 부담이 되어 하염없이 길가에 앉아있게 될까? 지금은 갈 곳이 없으면 집에 틀어박혀 내내 티브이만 보고 있어도 행복할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 저렇게 바깥에 앉아 사람 구경을 하고 싶어지는 것일까?


엄청난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하는 운동의 강도가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기사를 자주 보다 보니 불안해졌다. 아니야! 난 오래 살고 싶어서 운동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운동은 건강한 신체로 술을 마시기 위함이지 백세 시대를 맞이하겠단 의미는 전혀 내포하고 있지 않다.


큰일이다. 수명 연장과 무관한 하지만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는 다른 운동 방법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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