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5

<천 개의 고원> 하루 네 쪽 읽기, p.361~363

by 미르mihr



실상, 비인간성들만 있으며, 인간이란 오직 매우 다양한 비인간성들로 만들어지는데 그것들은 서로 다른 본성들과 아주 상이한 속도들로 이루어져 있다... 얼굴의 저편, 완전히 또 다른 비인간성.


En vérité, il n'y a que des inhumanités, l'homme est seulement fait d'inhumanités, mais très différentes, et suivant des natures et à des vitesses très différentes... Au-delà du visage, une tout autre inhumanité encore.






'비인간성'으로 번역된 'inhumanité'의 사전적 의미는 '잔혹함' 혹은 '몰인정'이다. 그렇다고 들뢰즈-가타리가 인간이란 잔혹함으로 똘똘 뭉친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철학자들은 대체로, 인간을 '따뜻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들이 실제로 뭐 그렇게 따뜻하지는 않기 때문이고, 또한 그렇기에 인간 사회에 철학이 필요한 것일 테니까.


'선악의 저편(니체)'에서 보면, 인간 사회에서 선-악의 구분이란 모두 어떤 시공간 속에 한정-규정-발명된 것일 뿐이다. 영원한 선이나 영원한 악은 없다. 마찬가지로 '얼굴의 저편'에서 보면, 인간의 얼굴이란 사회의 권력 구조 속에서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형상일 뿐이다. 그것들은 잔혹하고 몰인정하다.


인간을 객관적(?) 혹은 물질적으로 세밀하게 바라본다면, 아름답다고 말하기 어려운 피부와 지방과 살덩이나 장기와 털과 여러 분비물로 이루어진 존재다. 인간의 안과 밖을 둘러싸고 있는 비물질적인 것 역시 그다지 아름답다고 말하기 어려운 온갖 욕망들과 어리석음과 허상들이다. 그 세포 하나 하나와 관념들 하나하나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애쓸 뿐이므로, 인간이란 잔혹하고 몰인정한 것들의 집합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날마다 파여가는 주름과 흰 머리카락과 듬성듬성 벗어진 머리 피부와 거뭇한 반점들과 흐릿해지는 시야와... 이러한 비인간적인 것들로 나는, 현재의 얼굴-지층 그 곁에 새로운 '따스한' 나의 영토를 생성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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