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러닝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쌀쌀한 가을 저녁, 한강은 러닝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사람들에게 러닝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하나의 취미 활동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특히, 달리기를 통해 얻는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심리적 만족감, 일명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경험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록이나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달리기 그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펀러닝(Fun running)’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죠. 이러한 펀러닝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건강과 재미를 추구하는 러너들을 겨냥한 다양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기업들은 러닝을 주제로 한 다양한 이벤트와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행사들은 러닝을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즐길 거리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2024 장보기 오픈런' 이벤트를 개최했다고 합니다. 코스 내에 준비된 장바구니에 원하는 물건을 담아 5km를 완주하면 장바구니 속 물건들을 상품으로 제공하는 방식인데요. 행사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개성 강한 ‘장보기룩’을 선보인 참가자에게 ‘베스트드레서상’, 가장 무거운 장바구니로 완주한 참가자에게는 ‘베스트득템러상’도 수여했다고 합니다. 또한 1986프로덕션은 지난 9월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러닝으로 칼로리를 소모하자는 ‘빵빵런’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죠. 이 행사는 참가자들이 러닝을 하며 기부까지 참여할 수 있어 더 의미있었습니다. 이처럼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앞다퉈 펀러닝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었는데요. 앞으로 개최될 또 다른 펀러닝 행사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러닝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관련 의류나 운동용품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오랜 시간 잘 달리기 위해서는 옷의 편안함과 기능성이 중요하겠죠? 하지만 이제는 기능성에 ‘스타일’을 더해야 할 때입니다. 단순한 운동복을 넘어, 일상에서도 러닝복을 입으며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러닝코어(Runningcore)룩’이 하나의 패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데요.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변화된 선호가 러닝용품을 일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매력으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호카(HOKA), 살로몬(Salomon), 미즈노(Mizuno), 브룩스러닝(Brooks Running) 같은 기능성 러닝화 브랜드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호카의 4월 무신사 거래액은 전월 대비 21% 증가했는데요. 신흥 러닝 브랜드들이 떠오르면서 데일리 러닝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고, 일상에서도 신을 수 있는 러닝화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러닝화뿐만 아니라, 러닝복에서도 '러닝코어룩'이 인기를 끌며 판매가 증가했는데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 따르면, 8월 애슬레저 카테고리 거래액이 전년 대비 495% 증가하며, 레깅스와 바이커 쇼츠 같은 아이템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운동복을 일상에서 스타일리시하게 활용하면서 패션업체들도 다양한 러닝 아이템을 선보이고, 매장의 러닝 존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온라인 운동 커뮤니티에서 러닝화를 가격과 기능에 따라 나눈 ‘2024 러닝화 계급도’가 화제가 되었는데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시작한 러닝이 또 다른 서열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죠. 이 현상은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소개한 개념인 ‘파노플리 효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는 특정 제품을 구매하면 해당 제품을 소비하는 집단에 자신이 속한다는 환상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요. 사람들은 무리해서 높은 ‘계급’의 러닝 제품을 사고, 트렌드에 자신을 끼워 맞추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펀러닝의 본질은 퇴색하고, 러닝에서 진정한 즐거움을 찾기는 어려워질 것입니다. 에디터는 러닝을 해본 적은 없지만, 최근 SNS에서 러닝 콘텐츠나 러닝을 즐기는 인플루언서들을 보며 러닝에 관심이 생겼는데요. 과연 이 관심이 나의 즐거움과 건강을 위한 것인지, 그저 유행을 따라가기 위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펀러닝’을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하는 마음으로 러닝을 즐기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펀러닝의 확산은 러닝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건강과 재미를 동시에 제공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러닝은 더 이상 전문 스포츠가 아닌, 누구나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여가 활동이자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이죠. 앞으로도 이러한 러닝 문화는 계속해서 확산하고, 러닝과 관련한 상품들은 물론 여러 즐길 거리들이 제공될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이처럼 러닝이 우리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우리는 건강하고 즐거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펀러닝을 통해 몸과 마음의 활력을 되찾고, 러닝코어룩으로 개성을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