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

The last day of the year

by 웅토닌

섣달그믐 - w.tonin


한밤 지나가는 저 구름아 님 소식 전해주렴

촛불 하나 방문 밝혀두고 서러운 밤 다 지나네


허야 허야 내 님아 이 맘 알려나 독수공방 지새는 밤

바람만이 촛불 끄려... 흩어 가는데...


밤새도록 우는 저 부엉아 그렇게 우지마라

정든 님 저 달이 지면 날 찾아 돌아온단다


허야 허야 내 님아 이 맘 알려나 문소리에 나서보니

섣달 아래 짖는 워리... 긴 한숨만...


사랑하기에 가야 한다고 기다리라 떠나시더니

죽었는지 살았는지 또 한해가 지는 구나


허야 허야 내 님아 이 맘 알려나 문소리에 나서보니

섣달 아래 짖는 워리... 허! 긴 한숨만...

섣달그믐 (뮤직영상)

https://youtu.be/BKpLgPXhahg

The last day of the year - Music & Words Written and Arranged by W.tonin

〈섣달그믐〉은 사랑을 기다리는 노래가 아니라, 사랑 때문에 시간이 사라져 버린 사람의 노래입니다. 이 노래에는 새해가 오지 않습니다. 다만 또 한 해가, 조용히 지나갈 뿐입니다.

섣달그믐은 음력 12월의 마지막 날을 뜻합니다. 이 노래의 시간적 배경은 해방과 동란이 뒤엉킨 혼란의 시기, 우리 근대사에서 가장 격동적이면서도 개인의 삶이 쉽게 지워지던 시점입니다. 어린 나이에 갓 시집온 여인. 곧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집을 나선 남편은 여러 해가 지나도록 끝내 소식을 전하지 않습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른 채, 여인은 시간과 함께 늙어갑니다.


〈섣달그믐〉은 오랜 세월 욕망과 그리움을 삼키며 남편의 귀환만을 기다리는 한 여인의 恨을

락 발라드 형식의 1인칭 시점으로 풀어낸 노래입니다. 이 곡의 모티브는 정비석의 소설 「성황당」을 원작으로 한 영화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입니다. 정윤희, 이대근 주연의 이 작품은 1980년 대종상에서 9개 부문을 수상한 명작으로, 당시 어린 제게는 ‘정윤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인상을 남긴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노래에서는 노골적이지 않지만 짙은 토속적이면서도 억눌린 에로티시즘을 음악 안에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중요한 대목마다 삽입된 음향은 공간과 시간을 환기하며,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듯한 현장감을 더합니다. 이 노래는 듣는 음악이라기보다 한 편의 짧은 소설처럼 읽히기를 바랍니다. 섣달그믐 밤, 촛불 하나 켜두고 긴 한숨과 함께 페이지를 넘기듯 여운으로 남는 이야기로 말입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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