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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판 Apr 01. 2023

낙엽 한 장

길바닥에 서 있는 낙엽을 보고 쓰다

공원 길 한가운데

꼿꼿이 서 있는 낙엽 하나가

내 시선을, 아주 잠깐 동안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바람이 세워 놓았는가

사람이 꽂아 놓았는가

스스로 서고 싶었는가


포장길 바닥 틈에 박힌 나뭇잎의 꼭지

그 꼭지 위, 갈변한 나뭇잎의 자태는

어느 나그네가 가슴을 탁 펴고

두 팔을 벌린 채

할 말이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 나 낙엽이다

바람에 날아갈 수도

누군가의 발에 밟혀 부서질 수도

어느 강아지의 주둥이에 물려

던져질 수도 있는

시들은 낙엽 한 장이다


하지만 보아라

떳떳이 선 이 순간만은 내가

땅의 중심이고

지구의 중심이고

우주의 중심이다

사계절의 기운이 나를 통하여

존재하였다

 

차라리 모른 척 지나가라

수많은 나무들과 꽃들과 하늘 아래

굳이 이 작고 노쇠한 나를

외면하지 못하는

거기, 사진 찍는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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