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보름달

by 구판

이른 아침 동틀 녘

자전거는 걷는다

안장에 앉은 이가

페달을 느리게 돌리는 탓

자전거 체인이 속도를 못 맞추고 헛돌다

둥그런 톱날 밖으로 빠지고 만다

어쩔 것인가, 자전거는 슬프다

녹슨 자전거라도 달리고 싶다

안장의 주인이 내려서서 자전거를 살핀다

그냥 돌아가 버릴까 봐 조마조마하다

어설픈 손놀림이 체인을 이리저리 매만지더니

겨우 제자리에 끼워놓는다


휴! 드디어

자전거 바퀴들이 다시 걷는다

아니, 점점 더 빠르게 걷더니

드디어 달리기 시작한다


아침 세상 구경하느라

서쪽 하늘에 머물던 보름달이

하얗게 미소 지으며

달리는 자전거와 들판과 강물과 도시에

작별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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