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람이 한창 꽃을 피울 나이 20대 초반
연인들의 대표적인 낭만의 장소,
정동진에 가고 싶었다.
혼자서라도 꾸역꾸역 가고 싶어 하던 것이
나답긴 하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거길 가서 뭘 얻겠다고
가려고 했던 건지 알 수가 없다.
미리 기차표 티켓팅을 해야 했다.
평일에는 일을 해서
금요일 밤에 출발할 해야 했기에
자정이 넘은 00시 5분 티켓을 예매했다
뭔가 뿌듯했다.
날이 다가오면 올수록
말로만 듣던 정동진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으며
새로운 앞날을 도모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들떴다.
'그래. 지금까지의 흑역사를 동해 앞바다에 씻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리셋이 간절히 필요했다.
드디어 금요일 저녁, 가방을 꾸려 기차역으로 향했다.
지갑에 고이 모셔두고
현실이 그지 같은 때마다 꺼내보고
흐뭇해하던 기차표를
개찰구에 꺼내 보여주는 순간,
나의 오랜 계획,
'정동진'이 눈앞에서 떠내려가는 고무신처럼
속절없이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1. 내가 바란 것-금요일 늦은 밤에 기차를 타는 것.
2, 현실-금요일 00시 5분, 즉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00시 5분 표를 티켓팅함.
다시 말하면 목요일 밤에 기차를 타야 됐던 거
그러니까 나는 토요일 00시 5분 티켓을 예매했어야 했던 것이다.
여기서 잘못한 건 누구인가?
1. 나
2. 나
3. 나
그 후로,
모기차역에는 금요일 00시 5분만 되면
화장실 벽을 부여잡고 구슬프게 우는 한 여자의 전설이
구전되어 온다고 한다.
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