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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빠는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by 이씨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우리는 각자의 역할로 고군분투 중이었다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장기간 엄마의 투병 생활로

깨진 식구들의 삶의 밸런스들이 서서히 맞춰져 가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요가 강습을 받던 중

동생이 찾아왔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운동 중인데 어떻게 받아. 근데 왜??"

"아빠가 위독하시대. 병원에서 전화 왔어. 빨리 가야 돼!"


위독? 드라마에서만 듣던 단어 아닌가?

택시를 타고 가는 내내

위독의 범위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했다.



우리가 도착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는

아빠의 CPR이 1시간째 이루어지고 있었다.

위독이 사망과 동의어였단 말인가?


살리고자 했던 구급대원과 의료진들의 격렬한 사투가

아빠 입안에 가득 고인 핏물로써 생생히 증명되고 있었다.


자식들이 올 때까지,

임종이라도 지키게 해 주자는 마음이었던 걸까.


그렇게 장시간의 심폐소생술에도

아빠의 영혼은 멀리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동네병원에서 가슴통증으로

진료를 받고 나오는 길이었다고 했다.

아빠가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고,

구급차가 왔고,

3차 병원으로 이송됐다.

원인은 심장마비.

간단했다.


축복 속에 태어나 성장하고 자식을 낳아

온갖 굴욕 속에서도 그 자식들 먹여 살리겠다고

이리저리 발버둥 쳤던 한 인간의

팔과 다리는 이제 저렇게 축 쳐졌다.


그 수많은 서사가

거창하지는 못해도

기념하며 나누며 마침표를 찍는 간소한 의식행위도 없이

너무도 간결하게 끝이 났다.


아빠는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엄마의 장기간 투병생활이 자식들에게 짐이 됐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서일까.

아빠는 인사말도 못한 채 급하게 가버림으로써

지금까지도 자식들 가슴을 저리게 만들고 있다.



그렇게 나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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