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남동생이 하나 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아이다.
그 아이가 지역에 나름 이름 있는 대학에
택견 동아리 뭐시기를 맡고 있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펄~럭~'
도포자락 휘날리듯 택견 도복을
요리조리 뒤집어 정성껏 다리던
그 아이는,
도복 넣은 봇짐 하나 지고
집을 나섰다.
"갔다 올게"
'대회가 있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로부터 2주간
집에를 안 들어왔는데
가출인지 출가인지 모를 그 아이의 기나긴 외출은
대화 0마디에 수렴하는 여느 남매사이와도 같던
나에게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나흘이 지나자 본격적으로 궁금했던 나는
동생에게 전화를 했고
전라도 친구네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며(빌붙으며)
아주 잘(너만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열흘이 지나자 친구네 집이 슬슬 걱정이 됐던 나는
우리가 부모가 없지 눈치가 없냐며 빠른 귀가를 종용했고
그 아이는 오케이를 낮게 읊조리며 전화를 끊었다.
외출 14일째.
그 아이의 부재를 점점 까먹어가던 어느 날,
퇴근을 하려고 왕복 8차선 도로가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도로 한쪽으로 시원하게 달리던 자전거 무리에서
낯익은 뒤통수가 보이지 않겠는가?
"아니, 저 새ㄲ가..!!!"
내가 그 아이에게 전화를 건 것은
슬로비디오처럼 그 아이와 스쳐 지나간 직후였다.
좌초지종은 이랬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간 건지 제주도에서 서울로 간 건지
암튼 서울-제주도를
딸랑 도복하나와 자전거한대에 의지한 채
무전여행으로
싸돌아 다녔다는 이야기다.
슬리퍼 끌고 잠깐 옆 동네 마실 갔다 온 것 같은
그 아이의 평온한 음성을 끝으로 '남동생 가출사건'은 이렇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