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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순댓국집사장님은 왜 나에게만 계란을 주지 않았을까

by 이씨

국밥부장관인 나는 국밥을 참 좋아한다.

그중에 최애는 순댓국인데

자주 가는 단골 순댓국집이 있다.

아니 있었다.


그 집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애피타이저로

무조건 제공하는 게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반숙 계란 후라이다.


맑고 하얀 흰자에 올려진 영롱한 빛깔의 노른자

맛도 색도 기가 막힌 후라이가

어느 순간부터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찌그러진 완숙, 새까맣게 그을린 테두리,

다 터져버린 계란 후라이들은

어김없이 내 밥상에만

올라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아주머니는 유독 내 그릇을 깨부술 듯 놓고 치운다.

내 주위를 빙빙 돌며 꽹과리를 치듯이

험악하게 주변 정리를 한다.


기분 탓이라고?


처음엔 나도 그랬다.

기분 탓이라고.


내 특기가 미련할 정도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인데

대놓고 '너 이제 오지 마'하지 않는 이상은

늘 익숙한 것을 선호한다.


다시 말하면, 3개월 이상을

그러한 특별대우를? 받으며 계속 그 집을 다녔다는 얘기.


그런데 왜 발길을 끊게 되었냐고?

여느 때처럼 국밥집에서 눈치를 밥에 말아먹던 어느 날,

나를 본격적으로 째려보던 아줌마가

급기야는 말라비틀어진 후라이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순댓국집에서의 최후의 만찬이었다.



그런데 억울했다.

도대체 왜, 뭐 때문에 날 홀대하는 걸까?

내가 양파무침을 너무 많이 먹었나?

후라이를 하나만 더 달라고 해서인가?

내가 먹을 때 후루룩 짭짭거렸나?

별의별 생각을 다하며

뒤늦은 원인 찾기에 나섰다.


혼자 가도, 부랑자 같은 차림의 할아버지들이 가도

늘 반갑게 맞아주던 순댓국집 아주머니.


어디서부터 우리 사이가 잘못된 걸까?



찬찬히 기억을 더듬어가다가

어느 한 시점에서 덜컥 멈춰 섰다.

.

.

.

보통의 날이었다.

평일 오전 8시 30에 문을 여는 그곳은

교대근무하면서 퇴근하던 남편과

임용에 미련을 못 버린 내가 도서관에 공부하러 가기 전

아침밥을 먹기에 딱 알맞은 곳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외식하기에는 많이 이른 시간에

아침을 먹었다.

그뿐이었다.


물론 출근하던 사장님과 같이 들어가긴 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장님의 손길이

다소 거칠었었다는 어렴풋한 증언들과 함께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렇다.



사장님은,


우리가 불륜인 줄 알았던 것이다.


아침 8시 30분에 아침을 먹으러 온

등산복차림의 중년 커플...


좀 모자란 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반응이 많이 느린 나는

최애순댓국집과 연을 끊은 지

한 달이나 지난 시점에서 무르팍을 치고 말았다.


지금은 어떠냐고?


뭐 한 번씩 명예국밥부장관으로서

배민으로 시켜 먹고 있다고는 말 못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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