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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남편

by 이씨

내겐 나 못지않게 이상한 남편이 하나 있다.

오늘은 그의 수많은 특이점 중에 한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시골에서 토끼똥을 과자 삼아 주워 먹고 자란 우리 남편은

스무 살 때까지 구워 먹는 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고기에 대해 애정이 남다르다.

유소년기에서 청년기로 성장하면서 고기에 대한 애정 또한 성장하는데.,

바로 '먹는 것' 전체에 대한 애정으로 말이다.


"먹는 김에 실컷 먹자~!!"


남편이 제일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다.


1.

그날도 여느 날처럼 저녁 찬거리를 사러 마트를 돌고 있을 때였다.

나는 육고기보다 해산물을 좋아하는데,

그때 내 눈에 띈 것이 엄지손톱만 한 꼬막이었다.

참고로 우리 집은 4인 가구로, 1:3으로 입맛이 갈린다.

물론 내가 1이다.

그래서 우리 집 밥상에는 항상 해산물보다는 고기가 많이 올라온다.

이래서 쪽수가 중요한가 보다.


"(꼬막을 바라보며, 약간의 미련이 느껴지는 톤으로).. 맛있겠다.."


음식에 대한 애정인지, 나에 대한 애정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남편은 그 말을 듣자마자

즉각 네이버 쇼핑으로 주문을 했다.



꼬막

4kg을.



그것은

생각보다 거대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내 눈앞에

꼬막이 산을 이루고 있었다.


꼬막 4kg을 먹다 먹다

생각을 했다.

남편의 저의에 대해.



남편은 꼬막으로 암살을 시도한 것일까.

나를 죽이겠다는,

적어도 내 인생에서 꼬막을 제거시켜 버리겠다는 의도가 아니고서야 그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직도 궁금하다.

주문 버튼 누를 때 남편의 표정이.



2.

이번엔 육고기다.

이른바 '육회' 사건.


어느 날 정육점 사장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사장님, 육회 좋은 거 들어왔는데..."


그 길로 남편은 검은 머리 휘날리며 달려 나갔다.

그리고 사 왔다.



육회용 고기

2kg을.



양념을 하면 할수록 새끼를 치는지 많아지는 고기.


외부와 교류가 없는 나는

궁금해졌다.


가정에서 육회용으로 고기 2kg을 사가는 사람이 있을까.


사자도 아니고, 생고기를 이렇게 처먹는 인간이 어딨 냐고.

남편에게 타박 아닌 타박을 했다.


즈그 남편 하고 싶은 우리 남편은 요즘에는

고기, 해산물에 드릉드릉하는 마음을

과일을 박스째로 삼으로서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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