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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Sep 23. 2023

엄마,

안녕.

이李씨(이하 이): 소설을 읽다가 펑펑 울어본 적, 일전에 리뷰한 '그리운 메이 아줌마 Missing May' 말고도 한 번 더 있는데, 바로 이 책이었어.

https://brunch.co.kr/@a49220c896344b2/111


토요일 오전, 느긋하게 안방 의자에 앉아서 페이지를 넘기다가, 퍼즐의 조각이 맞춰지면서 그제야 보이는 큰 그림, 진실에 턱이 툭 떨어지는 걸 경험했지. 그와 함께 심장이 펀치 한방 맞은 듯 아파오고.


결국에 꺼이꺼이 우는 소리에 가족들이 방으로 들어왔던 기억. 후...

소설은 이렇게 쓰는 거구나, 한동안 멍해졌었지.


점선면(이하 점): 훗. 어떤 진실인지는 얘기 안 해주겠지? 자네를 울릴 정도의 충격이라면, 너무 강력한 스포일러가 될 테니까.


: 피하려고 해도, 촉이 예민한 분들은 추측이 가능하실 수도.


일단, 주인공을 소개할게. 13세 소녀, 살라망카 히들 Salamanca Hiddle. 샐 Sal이라고도 불리는데, 소설은 샐과 그녀의 조부모님이 샐의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가는 로드무비의 형식이야.

샐은 여행을 하는 동안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이웃집 소녀이자 친구가 된 푀베 Phoebe의 이야기를 들려줘. 액자소설이기도 한 셈이지.


샐의 여행기와, 샐이 들려주는 푀베의 이야기, 샐이 기억하는 가족들의 과거와 현재의 일화들이 엮여져 있어서 여러 장소와 등장인물들이 바뀌면서 나오기때문에 자칫 혼란스럽다고 느껴질 수도있지만, 그 모든 것이 사실은 하나의 진실을 위한 빌드업 buildup이고, 또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 샐 할머니의 죽음까지 연결되는 거야.


특히나, 푀베의 가족과 엄마 이야기는 미스터리한 쪽지와 청년의 등장으로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호기심 많은 십대들이 생각해 볼 만한 괴이한 이야기를 상상인 건지, 사실인 건지 모호하게 들려주기 때문에 샐의 조부모님만큼이나 독자들도 귀 기울일 수밖에.


: 샐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여행을 떠나기 전과 뭐가 달라졌을까?


: 샐이 여행을 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친구인 푀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했지. 샐은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 자기의 가족을 생각하게 되고.


자기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깊은 마음속을 들여다보게 되는 거지.

그리고 여행의 후반부 마주 한 진실.

엄마의 현재를 대면하게 돼.


: 그렇게 해서 샐이 한 단계 성장하는 건 좋은데, 왜 할머니의 죽음이 말미에 등장하는 건지?


: 작가의 의도가 있는 사건이겠지. 죽음이란 것이 예측하지 못한 사건으로 일어나기도 하는데, 할머니의 죽음은 정말 그런 사고에 해당하는 것이니까.


함께 여행을 하면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잠들기 전 숙소의 침대에 누우면서, '여긴 우리의 신혼 침대는 아니지만'이라고 말을 하거든. 이 둘은 언제고 죽음이 예고 없이 찾아들어, 다음날 아침 새날을 맞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걸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둘은 그런 대화를 나누며 잠자리에 들었어.


샐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삶, 생명, 죽음에 대해서 배웠겠지.


나도 아직 신혼 때 장만한 침대를 그대로 쓰고 있는데, 우리 가족의 역사를 품은 물건이라는 걸 새삼 생각했네.

결혼, 첫 아이의 출산, 셋이서 함께 끼어 자기도 했고, 둘째 아이의 출산, 갓 태어난 아기를 뉘위기도 했고, 넷이서 비좁게 끼어 눕기도 했던 낡아가는 침대.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이 혹, 이 침대를 나의 deathbed로 만들지도. 흠...  아니면..,


:아이쿠야, NT(직관사고형)의 상상은 좀 과할 때가 있어.

: 그래도, 작품으로 사람과 세상을 만들어내는 작가님들의 상상력을 흉내 낼 수도 없으니, 그게 아쉽네.


주인공 샐의 엄마가 자연을 사랑하고, 그 엄마의 모습을 닮고 싶어 했던 샐.

엄마의 고통이 자기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괴로와 하던 샐이,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한 여행의 끝에서

마침내 자유로워진 것 같아.


결정적인 스포일러를 숨기려다 보니, 산만한 기록이 되고 만 것 같다.


정리를 하자면, 사춘기 소녀의 성장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인생에서 만나는 관계와 가까워지고 멀어짐, 슬픔, 사랑, 여자로서 엄마의 역할, 삶이라는 책무성, 오해, 죽음 등 꽤나 심도 있는 주제들이 엮어 있어서 소설의 진정한 감동은 어른들이 더 깊이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거야.


물론, 소녀들에게도 좋은 소설이기도 하지. 다른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배울 수 있을 것들이 많으니.


책의 제목은 ' 두 개의  달 위를 걷다 Walk Two Moons'입니다.


"다른 이의 모카신을 신고 두 개의 달을 걷기 전까지는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마라.

Don't judge a man until you've walked two moons in his moccasins."라는


작가는 인디어 속담에서 제목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하네요.


슬프고 아름다운 소설입니다.

눈물샘에 자극이 필요하신 분들,

엄마와 딸들의 이야기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드려요.

길을 따라 여행지점을 한 단계씩 밟아나가다가 숨겨졌던 진실을 마주해야 합니다.

섣부른 줄거리 검색일랑 마셔요.


Walk Two Moons(Harper Trophy)/ 두 개의 달 위를 걷다(비룡소)_출처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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