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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Jun 08. 2023

브륵샤아사나_나무자세

한 그루 나무처럼 굳건히 서서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는다

브런치스토리 작가  합격 때  첨부한 두 번째 글 소개합니다.


요가원에 등록하고 요가를 배우기 시작하고 나서, 거울에 비치는 비루한 내 모습에 많이 절망했었다. 살찐 몸은 아니었지만, 배 둘레 살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한 발로 균형 잡는 모습이 정말 안 되었다.


다른 회원들은 평온하고 우아한 몸짓으로 자세를 만들어 가는데, 나는 자꾸만 비틀거렸고, 내 눈으로 거울에 비치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의 평화보다는 좌절감만 커져가는 기분이었다.


이 운동을 내가 계속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내가 한 발로 평안히 설 때가 오긴 할까?


스스로 의심하면서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는지, 얼마 후, 나무자세는 나의 요가 생활에 제일 처음 행복한 성취감을 선물해 줬다.    

  

20133월 요가입문, 그후 요가원 등록은 했다 말았다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생활의 일부였다.  출근 때문에 아침시간이 분주하더라도  아침을 여는 의식으로 몸을 가다듬는 시간을 갖는다.


매트도 필요 없다. 내 한 몸 서서 팔을 뻗을 공간만 있으면 된다. 제일 좋아하는 자세는 핀다사나지만 가장 즐겨하는 자세가 브륵샤아나사나, 나무자세이다.     


하늘을 보면서 한 다리를 들어 올려 발바닥을 다른 쪽 허벅지 안쪽에 대어 놓는다. 그리고 가슴 앞에 합장한 채 호흡 열 번, 합장 한 채 두 손을 머리 위로 쭉 뻗어서 호흡 열 번, 그리고 양팔을 벌려 우뚝 선 나무모양으로 호흡 열 번. 그리고 발을 풀어 반대쪽으로 같은 진행.  

  

살고 있는 곳이 동향 아파트 12층이라 계절의 변화를 창 너머 하늘에서 읽을 수 있다.


 해가 뜨는 지점이 절기를 따라 움직이고, 하늘의 기운도 계절에 따라 변한다. 하늘의 표정도 날마다 다르다. 흐릴 때도, 맑을 때도, 비가 올 때도 있지만, 나는 그 하늘 앞에서 늘 같은 자리에 뿌리내려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내 몸을 나무로 만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아파트에서 살아도 나무자세를 하는 동안은, 내 몸은 땅과 하늘과 연결된다. 나의 발은 뿌리를 내리는 나무처럼 대지 위에 굳게 설 것이고, 하늘 위로 뻗은 가지로 하늘이 주는 자연의 질서와 경이를 받아들인다.


비와 바람, 눈과 폭풍우가 온다 해도 몸으로 받아내고 생명을 이어가는 나무처럼 겸손히, 오늘 나의 자리에서 나를 확인하며 살아갈 것이다.


몸이 정렬되는 것처럼 정신도 호흡을 따라서 정렬된다. 내 몸에 질서가 찾아오는 것처럼, 내 정신과 마음, 생활에도 고요한 힘이 깃들인다.   

   

시골집에서 어머니를 간병하는 동안,  내가 사랑하는 감나무 근처에서 나무자세를 했다.


제주도의 태양빛 아래, 어머니가 심은 감나무는 십수 년의 세월 동안 굳건히 뿌리내렸고, 어머니가 병상에 누운 그 해 봄에도 감나무 연한 초록잎은 눈부시게 반짝였다.


발밑에는 숨을 쉬는 땅을, 머리 위로는 넓고 넓게 뚫린 창공을 사이에 두고 나는 팔을 뻗었다.


어머니의 쇠약해지는 모습에 흔들리고 젖어가던 내 마음이 힘을 얻었다. 어머니의 몫까지 햇살을 받고, 어머니의 몫까지 흔들리지 않고 서서, 어머니의 몫까지 하늘로 힘차게 가지를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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