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by 수환


새벽 시간 잠자고 있는 나의 머리 위에서 엄마는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듯이 기도를 하였습니다. 잠이 많았던 고등학생 3학년, 엄마의 중얼중얼 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고 이불속에서 꼼지락꼼지락 몸을 비틀며 버렸던 기억이 떠 오릅니다.


90세의 엄마는 지금도 카톡 영상 통화를 하게 되면 가장 먼저 나에게 하는 질문은 "뭣 먹고사냐? 니가 고생한다" 하며 홀로 지내는 아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저 바라만 봅니다.


무엇이 바빴는지 시간이 훌쩍 지나 20년 시간 넘게 부모님을 뵙지 못하여 작심하고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한 달 부모님과 함께 살기 계획을 준비했었는데 실직을 하고, 새로운 직장 신원 조회 때문에 예약했던 한국방문을 취소했습니다.


이해는 하지 못하지만 회사의 규정 때문에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여 며칠 전부터 도서관에 나와 책을 붙들고 있으나 쉽지 않습니다.


돌아서면 내가 무엇을 읽었는지도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엄마가 열심히 나의 머리 위에서 중얼중얼 기도 할 때 힘들더라도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열심히 공부할걸?


거주하고 있는 도시 주변에 한국분들이 많이 거주하여 도서관에는 한국책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밖의 거리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도서관 2층 창가에 컴퓨터와 읽어야 할 책을 올려두고 오늘 브런치스토리에 올려야 할 나의 백수생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미리미리 글을 써두면 읽고 다듬고 하는 여유로운 시간이 생길 텐데 매번 마감일 날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을 미리 써 두고 며칠 숙성시키는 과정을 통해 글이 폼 잡고 자연스럽게 돼요"

독서 모임을 이끌어 주시는 작가는 늘 저에게 이렇게 조언합니다.


품 나게 자연스럽게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글을 써야 하는데...


도서관에서 먹을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고, 읽어야 할 책과 컴퓨터를 챙겨 두었던 가방을 등에 들어매자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며 집을 나섰습니다.


열공해야 한다.


며칠 전에는 가깝게 지내는 분이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이혼을 한다며 많은 사람들에 선언을 하고 정말 재미있게 신나게 지내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그의 전화 목소리는 활기차고 밝았습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나의 질문에 친구 같은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며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이성교제는 나이와 상관없이 그저 기쁘고 신나는 일인 것 같습니다.


몇 시간을 도서관 책상에 앉아 있자니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아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도서관 주변을 두리번거리 가다 한국 책들이 즐비해 둔 곳에서 공지영 작가의 '착한 여자' 장편소설을 발견했습니다. 한 번도 공지영 작가의 책을 읽어보지 않아 '올 거니 열공하다 머리 식힐 겸 이 책을 읽자' 하며 책장에서 빼온 소설책 읽기에 정신을 놓고 읽었습니다.


늦은 흥분하고 시간이 되자 수업을 끝낸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도서관을 모여 다니며 무엇이 좋은지 낄낄 거리며 웃어 됩니다.

이제 저가 도서관을 벗어나야 할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혼자 저가 돌아오길 기다렸던 강아지는 나의 모습이 보이자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두 앞날을 치켜들고 흔들며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무서운 가방을 소파에 내팽개치고 몸뚱이를 가방을 피해 내 던지고 납작 강아지가 뛰어 자신도 나의 발밑 구석을 파고드네요.


평범한 나의 하루 시간이 이렇게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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