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쫑 [1]

by 수환

애완견과 반려견 사이에 역할을 분담이 애매할 때도 있습니다. 나에게는 7년 함께 지내는 강아지가 있습니다. 실직을 한 후 더욱 강아지 하고는 시간을 어느 누구보다 많이 보내고 있습니다.


백수생활 이야기에 강아지 쫑과 나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공유합니다.





세상이 어두워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창문 가에 있는 소파에 앉아 창문 너머로 세상을 본다. 창문 너머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고, 사람과 함께 걷는 강아지를 구경하고, 때로는 어둠이 온 세상에 찾아오는 여우도 구경한다.


나는 그들을 창문을 통해 보게 되면 짖는다. 큰 창문을 가리고 있는 커튼 틈 사이로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걷는 강아지에게 혹은 낯선 사람이 집으로 다가오지 못하도록 나 여기에 있어하며 보내는 짖음이기도 하다.


세상이 어두워지고 난 후 함께 있던 주인아저씨는 밤 11시 30분 무렵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며 두꺼운 외투를 입고 현관문 앞에서 나에게 마른 소고기 간식을 여러 갈래 뜯어 바닥에 던져 준다. 나는 주인아저씨 없이 홀로 새벽을 혼자 보내야 힐 시간이라는 걸 알고 있다.

"쫑 잘 있어 일 갔다 올게."


현관문이 닫히고 불빛이 사라지고 어두워졌다. 소변이 급하더라도 주인아저씨가 내일 아침 퇴근하여 돌아올 때까지 참아야 한다. 배가 고파도 참아야 한다. 따뜻한 침대 위에 주인아저씨와 함께 누워 있지 못하게 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오늘은 무척 바람이 강하게 불어 되는 어두운 밤이다. 그렇다고 나이가 7살인데 목 넣고 눈물을 보이며 울 수도 없다. 홀로 지내는 밤은 길고, 따분하고, 서럽고, 그리고 춥다.


커튼에 가려진 창문 틈으로 밝아 온 세상을 맞이했다. 현관문 밖에서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는 "쫑" 하고 나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아저씨의 목소리다. 밤을 홀로 보내며 주인아저씨를 내가 엄청나게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인아저씨가 머무는 이층 안방에서 아래층으로 층계를 밟고 내려가는 나의 네발 걸음의 가벼움을 온몸으로 느껴졌다. 나의 꼬리가 무엇이 그토록 즐거운지 하늘을 향해 요동친다.


"잘 있었어"

주인아저씨는 나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며 꼬리 치는 나의 몸을 가볍게 만져 주며 "화장실?" 하며 고맙게도 밤새 참아 떠질 것 같은 방광의 고충을 살펴 주었다.


주인아저씨는 부엌 옆에 있는 문을 열어 주었고 나는 힘껏 뒷 발길질을 하며 뒷마당으로 뛰어 나가 정신없이 방광에 가득 찬 소변을 비오 내었다. 오래 참아야 했던 순간에서 벗어난 기쁨이며 시원한 볼일을 보고 집안으로 들어온 나에게 내가 좋아하는 소고기 간식을 챙겨 주는 주인아저씨 지금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


"산책하자"

'앵? 오늘 뭔 일이야'

나는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뜻밖에 산책을 하자고 주인아저씨가 제안을 한다. 나는 싫어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일 아닌가? 내가 사람이라면 복권을 구입해야 하는 날이다. 산책은 늘 즐겁다. 세상의 다양한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마치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산책하다 보면 가끔 지나가는 사람이 주인아저씨에게 나의 이름이 무엇인지 묻는다. 주인아저씨는 "쫑"하며 알려주지만 대부분 나의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한다. "종?" 혹은 영어 이름 발음 "존?" 하고 말하기도 한다. 왜 발음하기도 힘든 이름을 나에게 주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한국어 이름 "쫑" 그리고 영어 이름 "존" 두 가지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어떤 이름에 나는 반응을 해야 할지 헷갈리기도 한다. 이런 나의 고충도 모르는 주인아저씨는 함께 산행 중에 마주 오는 백인 아저씨에게 내가 이중 언어를 알아듣는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하여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사실 이중언어라고 하면 "산책", "기다려", "먹어", "굴러" 혹은 "Wait", "No", "Sit", "Eat", "Stop" 정도를 알아듣는다. 유튜브 채널에서 출연자가 자신의 천재 강아지에게 "수건 가져와" 하면 주인아저씨는 나에게 바로 같은 명령을 한다. "쫑, 수건 가져와", 이런 그에게 가끔은 옆차기 발길질을 날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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