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이사의 진짜 이유 (스패너와 엉터리 영어)

벼룩시장: 이방인의 기억 가판대

by 목림


어느새 가을이다. 이사했다. 친구와 지내던 탐정 모자 신부의 기숙사를 떠나 이번에 유학을 온 후배 중 가장 친했던 후배와 5층 건물 꼭대기 넓은 원룸에 같이 살기로 했다. 독일에 온 지 꼭 1년째 되는 날.


이 건물은 학생들이 즐비한 기숙형 숙소였고 2층에는 여학생 공동기숙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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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리는 그곳에 거주하는 한인 여학생들과 어울려 식사를 한다. 언젠가 함께 우리 원룸에 모여 식사를 하는데 노크 소리가 들린다. 미국인으로 기억한다. 영어다. 단 한마디가 들린다. ‘스패너’. 호쾌하게 빌려준다. 여학생들의 뜨거운 시선을 느낀다. 영어도 잘하네. 또 오해받는다. 신분 사칭은 끝나지 않았고 1년 전 예상대로 행운은 길지 않았다. 독일 아주머니 딸은 더 이상 나와 노래 수업을 하지 않았고, 소개해 준 한인 아주머니는 유학생들 사이에서 미움을 받았고, 시험은 떨어졌고, 독일어는 거의 늘지 않았으며 노래는 정체되어 있다.


한인 성당의 전임 신부는 구도자 같은 태도의 사람이었다. 그와 비교되며 성당의 현 주임신부는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민간인 못지않은 쾌락의 생활이 시비가 되어 축출되었으며, 친구는 그의 여자친구와 함께 새로운 학교로 갈 준비로 분주했다. 다들 떠나면 오고 없으면 빌리고, 잃으면 채우지만 난 계속 그 자리이다. 아 참, 내가 이곳으로 이사 온 이유가 있다. 엉터리 영어에 감동한 그 여학생이 2층 기숙사에서 살기 때문이다. 불쌍한 후배 녀석 같으니. 그 여학생은 ‘Pasing’의 후배 생일잔치에서 나와 대화해 준 그 예쁜 여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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