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장점
매일 새벽, 인생학교에 등교하는 학생으로,
매일 아침, 학교에 출근하는 교사로
나는 학생과 교사 두 가지 모두의 삶을 산다.
내가 배움에 스며들고,
배움이 내게 스며들고
배움은 나의 일부가 되었다.
배움을 나만의 방식으로 사유하고 싶었다.
배움에 대한 한 글자 사유를 시작해 본다.
첫째, 배움은 삶의 맥을 길고 넓게 이어준다.
맥은 흐름, 기운이다.
산맥은 산의 흐름,
수맥은 지하수의 흐름,
혈맥은 피의 흐름인 것처럼
배움은 삶이 정체되지 않고 흐르게 하는 기운이다.
과거의 삶과 현재의 삶을 연결시켜 하나의 큰 물줄기로 흐르게 한다.
삶의 강물이 의미 있게 흐르게 하는 에너지를 제공한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배웠던 가치는 변화되고 깨지고 수정될지언정 하나도 버려지지 않고 작은 물방울이 되어 현재 삶의 강물에 흐르고 있다.
이 가치는 미래의 다른 경험들을 만나 변화되는 과정을 거쳐 더 크고 넓은 강을 만든다.
삶의 맥을 길고 넓게 이어준다.
둘째, 배움은 삶의 축을 만들어 준다.
축은 한자로 바퀴의 중심에 있는 막대를 뜻한다.
배움은 삶의 축이 되어 하루하루 돌아가는 삶의 중심과 기준이 되는 방향을 알려준다.
지구의 자전축은 23.5도 기울어져 있다. 이 축의 기울기로 인해 계절의 변화가 생기고 낮과 밤의 길이도 달라진다.
기울어진 자전축 덕분에 지구가 햇빛을 골고루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배움은 내게 맞는 인생 축의 각도를 만들어 준다.
성취지향적일 때 관계를 향해 축의 방향을 전환시키고, 관계지향적일 때 성취를 향해 축의 방향을 전환시켜준다.
배움은 나의 축이 알맞게 기울어 나에게 맞는 중심을 잡아줄 수 있게 한다.
내 삶에 햇빛이 골고루 비칠 수 있게 해 준다.
셋째, 배움은 마음에 핵을 심는다.
핵은 한자로 씨앗, 열매의 중심이다.
핵은 마음속에 심은 씨앗이자 꿈이다.
배움은 우리 안에 꿈의 씨앗을 심는다.
무엇을 배우느냐에 따라 심는 씨앗도 달라진다.
글을 쓰는 걸 배우다 보면 작가라는 씨앗을 마음에 심게 되고 그림 그리는 걸 배우면 화가라는 씨앗을 마음에 심게 한다.
마음에 심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줄기를 키우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 물을 주어 가꾸게 한다.
씨앗을 소홀하게 방치하지 않는다.
마음속에 씨앗을 발견하고 씨앗을 심고 가꾸고 열매를 맺는 전 과정이 배움이라는 대지 위에서 이루어진다.
넷째, 배움의 겹을 쌓아 삶의 꽃을 피운다.
"겹"은 층이고 포개어진 것이며 여러 번 둘러진 것이다.
한 겹의 배움으로 되지 않던 일이 두 겹, 세 겹, 네 겹이 쌓였을 때 바뀌는 것을 봤다.
한 겹의 배움으로 바뀌지 않던 내가 두 겹, 세 겹, 네 겹의 노력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했다.
장미꽃잎은 맨 가장자리에 있는 것이 가장 잘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수많은 꽃잎이
겹겹이 포개어져 있다.
여러 겹으로 포개어진 숨겨진 꽃잎 덕분에 아름다운 장미로 탄생하는 것이다.
배움의 겹을 쌓아 삶의 장미를 피운다.
다섯째, 배움은 삶의 결을 만든다.
결은 성품의 바탕이 되는 상태, 마음의 실이 결합된 무늬이다.
이 무늬는 결합의 방향이 있다.
여러 물길이 모여 물결을 만들고 공기가 모여 바람결을 만들 듯
삶이 쌓이다 보면 무늬의 방향이 만들어진다.
그것이 한 방향을 향하면 한결같다고 하고
그것이 부드러우면 결이 곱다고 한다.
마음결이 곱고 한결같은 사람!
내가 되기는 어렵지만 항상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다.
철학에서의 배움은 곱고 한결같음에 단단함까지 갖추게 한다.
한결같이 곱고 단단한 사람.
내가 철학을 배우는 이유이다.
무늬의 방향이 유지되면 나의 성품이 되고 성격이 된다.
배움이 성품을 만든다.
배움은 자신의 결을 만들게 하고 그 결의 방향이 가치 있는 것을 향하게 한다.
여섯째, 배움은 삶의 맛을 느끼게 해 준다.
나는 요즘 사는 맛이 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재미있어서.
글을 배우며 글을 잘 쓰게 되면 글맛을 알게 되고
배운 것을 가치 있는 곳에 쓰며 돈을 벌면 일하는 맛을 알게 되고
아들처럼 라임을 맞춰 랩을 잘 만들면 말맛을 알게 되고
긴 연습 끝에 공연을 하면 진정 재밌게 노는 맛을 알게 된다.
배우며 알게 되는 삶의 맛은 진정한 재미고 만족이고 즐거움이다.
다양한 음식을 먹고 다양한 맛의 향연을 느끼듯
배움은 다양한 삶의 맛, 사는 맛을 느끼게 해 준다.
일곱째, 배움은 내 세계를 만들 힘을 준다.
배움은 나를 변화시키고 내 세계를 창조할 힘을 준다.
배운다는 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지면
낯선 것과 어려운 것을 대할 때의 두려움이 줄어든다.
이렇게 유연해진 사고는 나를 변화시키고 진화시킨다.
배움으로 생성되는 새로운 사고는
나의 시각을 날카롭게 해 주고 나의 시야를 넓게 해 준다.
날카로운 시각은 보이는 것 이외에 일의 이면까지 파악하게 하고
넓은 시야는 더 멀고 넓은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게 해 준다.
눈앞의 꽃 속에 숨겨진 꿀도 보고
산 위에 올라가 들판에 서 있는 나무의 배치도 보며
어떤 세계를 만들지 꿈꾸게 해 준다.
내 세계를 창조할 힘을 준다.
배움은 삶의 맥을 길고 넓게 이어가게 하고
흔들리지 않는 삶의 축을 세우며
마음속에 단단한 핵을 심고
삶의 겹을 쌓아
진정한 나를 만든다.
나만의 결을 만들어
삶의 맛을 느끼게 하며
마침내 내 세계를 만들 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