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존재감도 없이 흩어지던 저녁 시간이었다.
단지 저녁을 먹고 산책만 했을 뿐인데 시간은 비 온 후 꽃잎처럼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흩어지고 떨어진 시간을 심기로 했다.
젖은 꽃잎의 시간을 씨앗이 되는 공간을 궁리했다.
꽃잎을 씨앗으로 만드는 몰입의 빛이 있는 공간.
나는 그 공간을 줌안에서 만들기로 했다.
시간의 씨앗을 심을 매일 저녁 두 시간.
새벽 독서 리더님에게 공간을 의뢰했고 리더님은 흔쾌히 텃밭을 내어 주었다.
혼자서는 책상에 앉아있어도
딴생각, 딴짓의 빗방울에 맞아 날아가는 시간.
씨앗의 공간을 연지 일주일이 지나자
땅에 늘어져 있던 시간의 꽃잎들은
단단한 씨앗으로 변해갔다.
떨어진 시간을 씨앗으로 만들고 싶은 작가님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작가님 한 명의 소망만큼 텃밭이 커져갔다.
시간을 심으려고 했는데 소망의 공간이 생겼다.
우리는 시간의 씨앗을 심고
소망을 공유한다.
부분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한 부분이 다른 부분보다 핵심에서 더 벗어나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주변에 빛을 발하거나 그늘을 만들지 않는 부분이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주)
전체에 영향을 받는 부분으로 살다
처음으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되고자 용기를 냈다.
나 혼자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을 깨고 일어선 용기가 외롭지 않게 리더님은 항상 텃밭의 문을 먼저 열어주었다.
이제는 다른 작가님들이 나보다 먼저 와서 시간의 씨앗을 심고 있다.
오늘도 나는 퇴근 후 부지런히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소망의 텃밭으로 간다.
오로지 씨앗을 잘 키우려는
소박한 농부의 소망이 있는 그곳으로.
한 방울의 포도주가 모여 진보라의 포도주 빛깔을 이루는 것처럼
매일 한 방울의 시간들이 모여 생애의 빛깔을 결정할 것이라 믿는다.
주) 소로우의 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