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세 권의 노트가 있다.
나에게 노트가 있다는 건 내 세계의 주인이 된다는 것.
내가 노트를 가진다는 건 바꾸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는 것.
내 삶을 진지하게 살고 싶은 의지를 보여주는 것.
원하는 삶을 이어가기 위한 연결 끈을 만드는 것.
노트에 울림을 담은 한 단어가, 울림을 주는 한 문장이 적힐 때마다
삶과 나의 연결은 이어진다.
돌돌 말려 있다 풀리기 시작한 털실처럼
삶에 나만의 한 줄을 그리기 시작한다.
나에게 노트가 있다는 건 함께 할 친구가 있다는 것
친구에게 나의 하루를 이야기하듯
책의 내용을 적어나간다.
나의 사유를 적어나간다.
내가 하루 중 몇 시간 동안 삶에 진지했는지
생존을 위한 노동에서 벗어나 나의 성장에
얼만큼 오롯이 집중했는지 시간을 기록한다.
노트의 내용은 시간의 질이 되고
기록된 시간은 시간의 양이 된다.
시간의 질과 양이 내 노트에 기록된다는 건
삶의 질과 양이 풍성해진다는 것.
내 삶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내 삶에 노트를 세 권 가진다는 건
삶의 수레바퀴에 드디어 면이 될 세 점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어진 세 점은 삼각형도, 원도 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내 삶에 노트를 가진다는 건
남과는 다른 나만의 정체성을 가진다는 것.
나만의 단어를 가지고, 나만의 문장을 가지고,
나만의 결을 가진다는 것.
그래서 그 결을 들춰보며 결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것.
어느 날 문득 나의 결이 흔들릴 때
나의 노트를 보며 다시 찾을 수 있는 것.
내 삶에 노트를 가진다는 건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나만의 사유(생각) 재산을 가지는 것.
나와의 싸움, 잠과의 승리, 유혹과의 승부.
30년 후 내가 모든 것을 다 이룬 후
돌아보는 나만의 기특한 성장과정을 담은 기록.
소중한 나의 정신을 담은 사유 재산이 된다.
머릿속에서 하는 생각은 휘발되고 길을 잃고 배회하기도 하지만
노트 위에서 하는 생각은 길을 잃었다는 걸 인지하게 하고
내 생각의 길을 보여주고 길을 찾게 안내한다.
오늘 아침도 나의 노트 세 권을 들고 집을 나선다.
어디를 가든 나의 가방에서 꺼내주기를 기다리는 나의 노트는 곧 나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