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재탄생을 위한 시작

by 리인

지구가 달을 위성으로 가지게 된 것도,

23.5도로 기울어진 자전축을 가진 것도

원시 행성 '테이아'와의 충돌 때문이었다.


원시 지구와 '테이아'의 충돌처럼

삶을 살며 종종 충돌을 겪는다.


내적 충돌,

관계 충돌,

환경 충돌.


읽고 쓰는 삶을 살다 보니

관계와 환경의 충돌은 내 경계에서 멀어졌다.

내적 충돌!

몸피를 부풀리고 있던 자의식이

새롭게 깨어있는 의식과 충돌을 일으킨다.


나는 나의 자의식이 잘 깨어지길 바라면서도

부서지는 내 모습에 한심함과 연민을 느낀다.


평소에 인식하지 못하던 한쪽으로 불균형하게 튀어나온 자아는

부딪히고 나서야 깎이고 다듬어진다.

부딪힘에 감사하면서도 제 스스로 다듬지 못한 나를 책망한다.


그러다 다시 의식을 깨워 책망에 에너지를 뺏기는 일을 멈춘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 다시 길 위에 선다.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서 있으면

내적 충돌이 와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성장하고 싶은 나,

자립하고 싶은 나,

해내고 싶은 나는


작아진 나,

못나진 나,

한없이 약해진 나,

상황을 회피하고 싶은 나,

문제에서 도망가고 싶은 나를 이긴다。


충돌은 나를 둘러싸고 있던 껍질 중

없어져야 할 나약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게 한다.

지구에서 떨어져 나간 외피가 달을 형성하듯

내게서 떨어져 나간 못난 껍질은 고통 속에서 나를 지키는 위성이 된다.


나를 세우는 생각과 의지가 나약한 조각을 응집해서 나를 깨어있게 하는 위성을 만든다.

충돌의 충격으로 떨어져 나간 나의 일부를 기억하라고 내 주변을 공전한다.


스스로 인정하기 싫은 못난 모습에

실망감을 부여하지 않고

바꾸기 위한 자세를 가지는 것은

떨어져 나간 조각이 온전하게 나를 지키게 하는 과정이다.


나의 작고 편협한 생각이 떨어져 나가지 않으면 나를 세울 수 없다.

테이와의 충돌은 나에게 온 충격이 아니라

우주의 단 하나뿐인 행성 되는 과정이다.


충돌은 혼란의 전 단계가 아닌

재탄생을 위한 시작이다.


약 45억 년 전, 화성 크기의 2-3배인 원시행성 '테이아'가 지구와 충돌했다.

그 충격으로 지구 외피의 상당 부분이 떨어져 나갔고 달을 형성했다.

(중략) 지구의 자전축이 약 23도 기울어진 것도 테이아와의 충돌로 인한 것이다.

-- 생물학 이야기, 김웅진




keyword
이전 28화내 삶 속 세 권의 노트